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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주소야 사이트주소 찾기 도메인 주소 링크 찾기 &amp;gt; 커뮤니티 &amp;gt; 야썰</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link>
<description>주소야 사이트주소 찾기 도메인 주소 링크 찾기 &amp;gt; 커뮤니티 &amp;gt; 야썰</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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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3</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56</link>
	<description><![CDATA[<p><b>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3</b></p><p><b><br /></b></p><p>​며칠이 흘렀다.<br /></p><p>하지만 수진의 머릿속에서는 며칠 전 안방에서 발견했던 흔적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p><p>침대 위에 떨어져 있던 낯선 머리카락.</p><p>자신이 없는 사이 남겨진 얼룩.</p><p>무엇보다 너무나 익숙했던 엄마의 향수 냄새.</p><p>남편은 억울하다는 듯 모든 것을 설명했다.</p><p>혼자 잠을 자다가 생긴 흔적이라고 했다.</p><p>엄마의 향수는 우연히 방에 뿌린 것이라고 했다.</p><p>머리카락 역시 얼마 전 친정에 다녀오면서 옷에 붙어왔을 것이라고 했다.</p><p>당시에는 수진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p><p>친엄마와 자신의 남편이 관계를 맺었다는 끔찍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남편의 설명을 믿는 편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p><p>하지만 한번 생긴 의심은 그렇게 간단하게 사라지지 않았다.</p><p>병원에 출근해서도 계속 생각났다.</p><p>환자를 확인하다가도 문득 떠올랐다.</p><p>간호기록을 작성하다가도 그 냄새가 생각났다.</p><p>‘내가 정말 잘못 맡은 걸까.’</p><p>‘그게 정말 엄마 향수가 아니었을까.’</p><p>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데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까지 겹쳤다.</p><p>결국 수진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렸다.</p><p>평소라면 웬만큼 아파도 참고 출근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날만큼은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p><p>결국 하루 병가를 냈다.</p><p>집에 혼자 있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생각만 많아질 것 같았다.</p><p>그래서 오랜만에 엄마 얼굴이나 보고 오기로 했다.</p><p>기분 전환도 할 겸 빵집에 들렀다.</p><p>엄마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개 골랐다.</p><p>커피도 두 잔 샀다.</p><p>그때까지만 해도 수진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친정으로 향한 것이 아니었다.</p><p>엄마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p><p>평일 낮이었다.</p><p>처남 부부는 모두 출근했을 시간이었다.</p><p>수진은 익숙하게 친정집 문을 열었다.</p><p>“엄마.”</p><p>대답이 없었다.</p><p>수진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p><p>“엄마, 나 수진이야.”</p><p>그런데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수진의 걸음이 멈췄다.</p><p>익숙한 냄새가 났다.</p><p>며칠 전 자신의 침실에서 맡았던 바로 그 냄새였다.</p><p>수진의 표정이 굳었다.</p><p>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미세하게 흔들렸다.</p><p>그리고 그때 안방 쪽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들려왔다.</p><p>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p><p>하지만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렸다.</p><p>평생 자신이 알고 지낸 엄마에게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목소리였다.</p><p>수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p><p>머릿속에서는 며칠 전의 장면들이 번개처럼 지나갔다.</p><p>침대 위의 머리카락.</p><p>남겨진 흔적.</p><p>엄마의 향수 냄새.</p><p>그리고 자신의 추궁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냈던 남편.</p><p>그 순간 모든 조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것 같았다.</p><p>툭.</p><p>손에 들고 있던 빵 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p><p>커피도 함께 떨어졌다.</p><p>뚜껑이 벗겨지면서 바닥으로 내용물이 쏟아졌다.</p><p>하지만 수진에게는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p><p>그대로 안방으로 향했다.</p><p>그리고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p><p>쾅.</p><p>방 안의 시간이 그대로 멈췄다.</p><p>나와 장모 역시 얼어붙었다.</p><p>그날 수진이 병가를 냈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몰랐다.</p><p>당연히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p><p>처남 부부도 출근한 상태였다.</p><p>우리는 아무도 올 사람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p><p>그런데 가장 와서는 안 될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다.</p><p>수진이었다.</p><p>“엄마……?”</p><p>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p><p>그리고 시선이 내게 향했다.</p><p>“당신……?”</p><p>그 두 마디에는 충격과 분노와 배신감이 전부 섞여 있었다.</p><p>더 이상 변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p><p>며칠 전 침대에서 발견했던 흔적의 의미가 그 순간 수진의 눈앞에서 완전히 드러났다.</p><p>머리카락도.</p><p>향수 냄새도.</p><p>내가 늘어놓았던 설명도.</p><p>모든 것이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p><p>장모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p><p>“수진아.”</p><p>목소리가 떨렸다.</p><p>“수진아, 잠깐만.”</p><p>장모는 다급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p><p>“내가 미쳤었나 보다.”</p><p>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장모가 딸에게 다가갔다.</p><p>“내가 죽을죄를 지었어.”</p><p>눈물이 쏟아졌다.</p><p>“김 서방은 원망하지 마라.”</p><p>“내가 외로워서 정신이 나갔던 거야.”</p><p>장모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했다.</p><p>하지만 그런 말이 수진에게 들어갈 리 없었다.</p><p>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p><p>“수진아.”</p><p>수진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p><p>그 눈빛을 보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p><p>미안하다고 해야 했다.</p><p>잘못했다고 해야 했다.</p><p>그런데 궁지에 몰린 나는 오히려 가장 비겁한 변명을 꺼냈다.</p><p>우리 부부 사이가 오랫동안 멀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p><p>내가 계속 외로웠다는 말도 했다.</p><p>당신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를 계속 밀어냈던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고 말했다.</p><p>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p><p>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장모와의 관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다.</p><p>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어떻게든 책임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p><p>수진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p><p>분노보다 더 무서운 표정이었다.</p><p>환멸이었다.</p><p>자신의 엄마와 남편을 번갈아 바라보던 수진이 입을 열었다.</p><p>“그만해.”</p><p>장모가 울음을 삼켰다.</p><p>“수진아.”</p><p>“엄마도 그만해.”</p><p>수진은 장모의 손을 뿌리쳤다.</p><p>그리고 나를 바라봤다.</p><p>“당신도.”</p><p>짧은 침묵이 흘렀다.</p><p>“추해.”</p><p>그 한마디가 오히려 고함보다 아팠다.</p><p>그런데 수진은 예상과 달리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지 않았다.</p><p>병원에서도 위기 상황이 생기면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던 사람이었다.</p><p>그 성격은 자신의 가정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대로였다.</p><p>수진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단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았다.</p><p>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p><p>친척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p><p>직장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p><p>처남 부부가 알게 되면 가족 전체가 어떻게 될 것인가.</p><p>무엇보다 자신의 남편과 엄마의 관계라는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p><p>수진은 한참 침묵했다.</p><p>그리고 아주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p><p>“이 일은 밖에 말하지 마.”</p><p>나는 수진을 바라봤다.</p><p>“수진아.”</p><p>“말하지 말라고.”</p><p>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p><p>장모 역시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p><p>그다음 수진의 시선이 다시 내게 향했다.</p><p>“당신하고 나.”</p><p>잠시 숨을 골랐다.</p><p>“오늘로 끝이야.”</p><p>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p><p>“소문 안 나게 서류는 조용히 협의로 진행해.”</p><p>수진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p><p>“엄마를 봐서라도 소송까지 가고 싶지는 않아.”</p><p>그렇게 우리의 결혼생활은 끝을 향하기 시작했다.</p><p>능력 있는 아내와의 멀어진 부부관계에서 시작된 내 불만.</p><p>남편을 잃고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장모의 외로움.</p><p>처음에는 각자의 마음속에 따로 존재했던 감정이었다.</p><p>그런데 두 감정이 잘못된 방식으로 만났다.</p><p>그리고 결국 그 결과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수진이 직접 목격했다.</p><p>그 뒤 이혼 절차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p><p>수진다운 방식이었다.</p><p>감정적인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p><p>필요한 이야기만 했다.</p><p>재산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p><p>어떤 서류가 필요한지.</p><p>언제 법원에 갈 것인지.</p><p>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이혼했다고 설명할 것인지.</p><p>수진은 마치 병원에서 업무를 처리하듯 하나씩 정리했다.</p><p>나는 죄인처럼 수진이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했다.</p><p>가족관계증명서.</p><p>혼인관계증명서.</p><p>그 밖에 협의이혼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각종 자료들.</p><p>그러던 중이었다.</p><p>가족관계와 과거 기록을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p><p>처음에는 내가 서류를 잘못 본 줄 알았다.</p><p>다시 확인했다.</p><p>그래도 이상했다.</p><p>장모와 수진의 관계였다.</p><p>나는 당연히 장모가 수진과 처남의 친어머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p><p>결혼할 때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p><p>가족 누구도 내게 다른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었다.</p><p>그런데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알고 있던 가족관계와 기록이 맞지 않았다.</p><p>수진과 처남이 장모의 친생자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p><p>나는 눈을 의심했다.</p><p>처음에는 행정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p><p>옛날 기록이라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p><p>하지만 과거 기록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p><p>수진과 처남은 돌아가신 장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이었다.</p><p>지금까지 내가 장모라고 불러온 사람은 두 사람의 친어머니가 아니었다.</p><p>장인이 전처와 헤어진 뒤 새롭게 만나 재혼한 사람이었다.</p><p>즉 수진에게는 새어머니였던 것이다.</p><p>나는 한동안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p><p>내가 결혼한 뒤 수없이 처가를 드나들면서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p><p>장모가 과거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뒤늦게 조금씩 알게 됐다.</p><p>장인을 만나기 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했다고 했다.</p><p>그러다가 장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p><p>그 뒤 어린 수진과 처남을 오랫동안 자신의 자식처럼 돌보며 살아온 것이었다.</p><p>하지만 서류상 관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p><p>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지난 몇 년 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몇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p><p>처남 부부가 장모를 대하는 태도였다.</p><p>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유독 차갑게 대하는 날이 있었다.</p><p>장모가 자기 집에서조차 눈치를 본다고 울면서 말했던 이유도 다시 생각났다.</p><p>당시에는 단순한 고부갈등이라고 생각했다.</p><p>아들과 며느리에게 서운함이 쌓인 평범한 어머니의 하소연이라고 여겼다.</p><p>그런데 가족관계의 오래된 사정을 알고 나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p><p>수진이 현장을 목격했을 때 보였던 태도도 떠올랐다.</p><p>왜 그렇게까지 소문을 두려워했는지.</p><p>왜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사건 자체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는지.</p><p>그 가족 안에는 내가 모르던 훨씬 오래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p><p>하지만 서류에서 발견한 사실이 내가 저지른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p><p>수진에게 장모가 친어머니인지 새어머니인지는 내가 결혼생활 중 저지른 배신과는 별개의 문제였다.</p><p>수진에게는 오랜 세월 자신을 키운 가족이었다.</p><p>그리고 나 역시 결혼한 순간부터 그 사람을 장모로 알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p><p>그 사실은 서류 한 장으로 지워지지 않았다.</p><p>그럼에도 충격은 컸다.</p><p>나는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믿었던 가족의 역사가 실제 기록과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p><p>그리고 동시에 장모가 왜 그토록 외로움을 호소했는지도 조금은 다르게 이해되기 시작했다.</p><p>남편은 세상을 떠났다.</p><p>자신이 오랫동안 키웠던 자녀들은 모두 성인이 됐다.</p><p>그중 아들 부부와 한집에서 살았지만 정작 그 집에서 자신이 가족인지 남인지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p><p>처음 나에게 울면서 하소연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p><p>‘이 집에서 더는 못 살겠다.’</p><p>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단순히 며느리와 갈등을 겪는 어머니의 푸념이라고 생각했다.</p><p>하지만 이제는 그 말 속에 훨씬 긴 세월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p><p>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p><p>머릿속이 복잡했다.</p><p>한쪽에는 곧 끝나게 될 수진과의 결혼생활이 있었다.</p><p>다른 한쪽에는 이제껏 전혀 몰랐던 장모의 과거가 있었다.</p><p>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에 내가 있었다.</p><p>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장모와의 관계를 단순한 금기로 생각했다.</p><p>그래서 더 위험했고 그래서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p><p>그런데 서류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가족의 형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p><p>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p><p>법적인 기록과 사람이 살아오며 형성한 가족관계는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p>수진이 장모를 평생 엄마라고 부르며 살아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p><p>나 역시 그 사람을 장모라고 부르며 살아왔다.</p><p>무엇보다 수진이 받은 배신감 역시 서류상의 혈연관계와 무관하게 그대로였다.</p><p>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p><p>그동안 장모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p><p>혈연인가.</p><p>법적인 가족관계인가.</p><p>아니면 오랜 세월 서로를 가족이라고 불러온 사회적인 관계인가.</p><p>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p><p>나는 다시 서류를 바라봤다.</p><p>종이 위에 적힌 몇 줄의 기록은 너무나 건조했다.</p><p>하지만 그 몇 줄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 한 가족의 역사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p><p>수진과의 결혼은 이미 끝을 향하고 있었다.</p><p>장모와의 관계 역시 세상에 드러날 수 없는 비밀이었다.</p><p>그런데 이제 그 비밀 위에 또 하나의 비밀이 겹쳐졌다.</p><p>수진과 처남의 친어머니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그들을 오랫동안 키워온 새어머니였다는 사실이었다.</p><p>나는 한참 동안 서류를 내려놓지 못했다.</p><p>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이상하게도 수진이 아니었다.</p><p>장모였다.</p><p>남편을 잃은 뒤.</p><p>자신이 낳지 않은 자식들이 모두 성장한 뒤.</p><p>그중 한 사람의 가족과 한집에서 살면서도 계속 눈치를 봐야 했던 사람.</p><p>그리고 어느 날 술에 취해 딸이라고 부르던 수진에게 울면서 더는 이 집에서 못 살겠다고 했던 사람.</p><p>그날 장모가 흘렸던 눈물이 이제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p><p>그러나 동시에 나 역시 알고 있었다.</p><p>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것과 내가 저지른 선택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p><p>서류는 가족의 숨겨진 과거를 보여줬을 뿐이었다.</p><p>이미 무너져버린 수진과 나 사이의 신뢰까지 되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p><p>그렇게 나는 이혼을 준비하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처가의 오래된 비밀까지 마주하게 됐다.</p><p>그리고 그 사실은 끝나가던 세 사람의 관계를 다시 한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흔들기 시작했다.</p><p><b><br /></b></p><p>​<br /></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Wed, 07 Oct 2026 06:59:27 +0900</dc:date>
	</item>
	<item>
	<title>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2</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53</link>
	<description><![CDATA[<p><b>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2</b></p><p><b><br /></b></p><p>집으로 돌아왔을 때 안방에는 여전히 수진이 누워 있었다.</p><p>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이기지 못했는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p><p>내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기척을 느낀 수진이 잠결에 눈을 떴다.</p><p>“왔어?”</p><p>목소리부터 까칠했다.</p><p>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수진이 물었다.</p><p>“엄마한테 과일은 잘 갖다 줬어?”</p><p>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p><p>“어.”</p><p>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p><p>“맛있게 잘 먹고 고맙다고 하더라.”</p><p>그것으로 끝이었다.</p><p>수진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p><p>“그래.”</p><p>짧게 대답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p><p>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들었다.</p><p>나는 침대 옆에 서서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p><p>조금 전까지 장모와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p><p>자신이 직접 나에게 엄마를 찾아가 위로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그 부탁을 받고 처가에 다녀왔다.</p><p>하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p><p>그 사실이 묘한 감정을 만들었다.</p><p>죄책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p><p>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올라오는 감정도 있었다.</p><p>그동안 나는 매번 수진에게 거절당했다.</p><p>오늘은 피곤하다.</p><p>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p><p>병원에서 너무 힘들었다.</p><p>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해하려고 했다.</p><p>그런데 이해와 별개로 마음 한구석에는 서운함이 계속 쌓였다.</p><p>그런 내 앞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다른 관계가 생겨버렸다.</p><p>그것도 아내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장모와 말이다.</p><p>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다시 잠든 수진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우월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다.</p><p>나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왔다.</p><p>그런데 냉장고 앞을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췄다.</p><p>냉장고 옆에는 수진의 근무 일정표가 붙어 있었다.</p><p>대학병원 3교대 근무표였다.</p><p>데이.</p><p>이브닝.</p><p>나이트.</p><p>휴무.</p><p>수진의 생활은 그 표에 따라 움직였다.</p><p>평소에는 나 역시 대충 확인하던 일정이었다.</p><p>하지만 그날부터 그 종이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이기 시작했다.</p><p>나는 수진의 나이트 근무 날짜를 하나씩 확인했다.</p><p>아내가 저녁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까지 병원에 있는 날이었다.</p><p>그날이라면 집은 밤새 비어 있었다.</p><p>누구에게 방해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p><p>그 생각을 하는 순간 스스로도 놀랐다.</p><p>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장모와의 일은 우연한 사고처럼 시작됐다.</p><p>그런데 나는 벌써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다.</p><p>며칠이 흘렀다.</p><p>그리고 수진의 나이트 근무 날이 찾아왔다.</p><p>저녁을 간단하게 먹은 수진은 출근 준비를 했다.</p><p>“나 갔다 올게.”</p><p>“응.”</p><p>“아침에 봐.”</p><p>현관문이 닫혔다.</p><p>철컥.</p><p>나는 한동안 거실에 그대로 서 있었다.</p><p>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p><p>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p><p>장모였다.</p><p>처남 부부가 오늘 집을 비웠다는 내용이었다.</p><p>지난번 마지막 순간 장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p><p>힘들 때 반찬 핑계라도 대고 연락하겠다던 말이었다.</p><p>그 약속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된 것이다.</p><p>처음에는 내가 처가로 갈 생각이었다.</p><p>그러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p><p>지난번에는 처남 부부가 갑자기 돌아오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가.</p><p>또 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p><p>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장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p><p>‘거기는 지난번처럼 위험해요.’</p><p>잠시 뒤 다시 문자를 적었다.</p><p>‘지금 택시 타고 우리 집으로 오세요.’</p><p>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p><p>‘안방에서 기다릴게요.’</p><p>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p><p>내가 보낸 문장이 믿기지 않았다.</p><p>처가가 아니라 우리 집이었다.</p><p>그것도 수진과 내가 함께 사용하는 집이었다.</p><p>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처럼 느껴졌다.</p><p>하지만 한번 선을 넘고 나자 경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흐려지고 있었다.</p><p>얼마 뒤 현관 쪽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p><p>삐삐삐삐.</p><p>철컥.</p><p>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p><p>잠시 뒤 안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p><p>장모가 서 있었다.</p><p>자신의 딸이 생활하는 집이었다.</p><p>더구나 지금 자신이 들어선 곳은 딸과 사위가 함께 사용하는 침실이었다.</p><p>장모 역시 그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p><p>평소 수더분하던 얼굴에는 긴장과 불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p><p>“김 서방.”</p><p>장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p><p>“진짜 미쳤어.”</p><p>나는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p><p>장모가 방 안을 둘러봤다.</p><p>그리고 침대를 바라봤다.</p><p>“수진이 침대에서 이러면 정말 벌 받아.”</p><p>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모 역시 돌아서지는 않았다.</p><p>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p><p>지난번에는 술과 외로움이 있었다.</p><p>서로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감정이 무너졌다.</p><p>하지만 오늘은 달랐다.</p><p>장모는 내가 왜 부르는지 알고 이곳까지 왔다.</p><p>나 역시 장모가 왜 오는지 알고 기다렸다.</p><p>우연이라고 말할 여지가 없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p><p>둘 사이의 거리가 천천히 좁혀졌다.</p><p>지난번처럼 머뭇거리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p><p>우리는 결국 다시 한번 서로를 끌어안았다.</p><p>수진이 매일 사용하는 침실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은 더욱 컸다.</p><p>나는 순간순간 아내가 떠올랐다.</p><p>그러면서도 멈추지 못했다.</p><p>장모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p><p>“김 서방.”</p><p>몇 번이나 나를 불렀지만 돌아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p><p>그날 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야 했던 선을 넘어버렸다.</p><p>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누구도 우연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p><p>우리가 직접 날짜를 선택했다.</p><p>장소를 선택했다.</p><p>그리고 서로 만나기로 결정했다.</p><p>그것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p><p>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불안감은 사라졌다.</p><p>대신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p><p>장모에게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오래 혼자 살아온 사람의 외로움이 느껴졌다.</p><p>나 역시 아내에게 반복해서 거절당하면서 쌓아왔던 서운함을 그 관계 속에서 보상받으려 하고 있었다.</p><p>하지만 그 순간에는 누구도 그것을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았다.</p><p>그저 서로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몰두했다.</p><p>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p><p>밤은 깊어졌다.</p><p>집 안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p><p>장모가 옆에 누운 채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p><p>그러다가 말했다.</p><p>“김 서방.”</p><p>“네.”</p><p>“우리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니야?”</p><p>나는 대답하지 않았다.</p><p>이미 큰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p><p>그런데도 장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p><p>오히려 조금 더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p><p>그날의 관계는 새벽 가까이까지 이어졌다.</p><p>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 있었다.</p><p>수진의 근무가 끝나는 시간까지 무한정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p><p>장모 역시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 놀랐다.</p><p>“나 가야겠다.”</p><p>장모는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p><p>나는 현관까지 따라갔다.</p><p>문을 열기 전 장모가 다시 한번 집 안을 바라봤다.</p><p>특히 안방 쪽을 오래 바라봤다.</p><p>표정에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p><p>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다.</p><p>하지만 후회만 있는 얼굴은 아니었다.</p><p>장모가 돌아간 뒤 나는 침실로 돌아왔다.</p><p>방 안에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p><p>나는 대충 정리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p><p>침구를 한번 털었다.</p><p>방 안도 환기했다.</p><p>그러나 피곤했던 탓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지 못했다.</p><p>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p><p>다음 날 아침이었다.</p><p>밤새 병원에서 근무한 수진이 돌아왔다.</p><p>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p><p>수진은 피곤한 얼굴로 곧장 안방으로 들어왔다.</p><p>옷을 갈아입으려던 수진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p><p>“여보.”</p><p>목소리가 이상했다.</p><p>나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p><p>“왜?”</p><p>수진은 침대 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p><p>그곳에는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남아 있었다.</p><p>수진의 머리카락과는 길이나 느낌이 달랐다.</p><p>게다가 침구 한쪽에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얼룩까지 남아 있었다.</p><p>수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p><p>“이거 뭐야?”</p><p>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p><p>수진이 나를 돌아봤다.</p><p>“어제 나 없는 사이에 누구 불렀어?”</p><p>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p><p>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p><p>나는 그제야 침대를 제대로 바라봤다.</p><p>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p><p>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p><p>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p><p>수진은 침구를 다시 확인했다.</p><p>그리고 무언가 익숙한 흔적을 발견한 듯 표정이 더욱 굳었다.</p><p>잠시 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p><p>“잠깐만.”</p><p>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p><p>“왜 여기서 엄마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지?”</p><p>그 한마디에 온몸이 굳었다.</p><p>수진은 자기 엄마가 사용하는 향을 알고 있었다.</p><p>어릴 때부터 맡아온 냄새였다.</p><p>아무리 다른 냄새와 섞여 있어도 딸에게는 익숙했을 것이다.</p><p>“엄마가 여기 왔었어?”</p><p>나는 대답하지 않았다.</p><p>그러자 수진의 표정에 처음으로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스쳤다.</p><p>“설마.”</p><p>수진은 그 다음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p><p>자신의 남편과 친엄마를 연결하는 상상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p><p>그 순간 나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p><p>궁지에 몰린 사람이 선택한 것은 정면 돌파였다.</p><p>“당신 진짜 왜 이래?”</p><p>수진이 놀라 나를 바라봤다.</p><p>나는 최대한 억울한 사람처럼 말했다.</p><p>“그래.”</p><p>“어제 혼자 있었어.”</p><p>그리고 수진이 생각하고 있는 방향과 전혀 다른 설명을 쏟아냈다.</p><p>아내가 계속 피곤하다고 거절하니 혼자 외로웠다고 했다.</p><p>그러다 잠들었고 민망한 흔적이 남았다고 둘러댔다.</p><p>창피해서 먼저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p><p>수진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얼굴이었다.</p><p>“그러면 엄마 냄새는?”</p><p>나는 잠시도 머뭇거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p><p>“장모님이 전에 두고 간 향수 있잖아.”</p><p>“냄새 좀 바꾸려고 그거 뿌렸어.”</p><p>사실과 거짓을 뒤섞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p><p>수진의 시선이 다시 머리카락으로 향했다.</p><p>“그럼 이 머리카락은?”</p><p>또 다른 설명이 필요했다.</p><p>“전에 장모님 댁 다녀왔잖아.”</p><p>나는 오히려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p><p>“그때 옷에 묻어왔겠지.”</p><p>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p><p>오히려 화를 냈다.</p><p>“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건데?”</p><p>“어떻게 남편을 자기 엄마하고 그런 식으로 엮어?”</p><p>수진의 표정이 흔들렸다.</p><p>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p><p>“내가 그렇게 더러운 사람으로 보여?”</p><p>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p><p>수진은 침대를 바라봤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p><p>머릿속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 같았다.</p><p>한쪽은 남편이 혼자 지내다 민망한 흔적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p><p>다른 한쪽은 자신의 남편과 친엄마 사이에 자신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있었다는 의심이었다.</p><p>수진에게는 두 번째 가능성이 너무 끔찍했을 것이다.</p><p>무엇보다 확실하게 잡아낼 증거도 없었다.</p><p>머리카락 몇 가닥.</p><p>익숙한 향수 냄새.</p><p>그리고 침구에 남은 흔적.</p><p>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어떤 일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p><p>결국 수진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p><p>“미안해.”</p><p>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수진이 다시 말했다.</p><p>“내가 요즘 병원 일 때문에 너무 예민했나 봐.”</p><p>잠시 뒤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p><p>“그리고 당신한테 계속 피곤하다고만 해서 미안해.”</p><p>상황은 그렇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p><p>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p><p>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p><p>수진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다.</p><p>입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무언가 남아 있었다.</p><p>의심이었다.</p><p>한번 생긴 의심은 말 몇 마디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p><p>특히 자기 엄마의 향을 딸이 착각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p><p>나 역시 뒤늦게 두려움이 밀려왔다.</p><p>어젯밤에는 아내의 나이트 근무표를 보면서 완벽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p><p>수진이 병원에 있는 동안이면 절대로 들킬 일이 없다고 믿었다.</p><p>하지만 사람은 흔적을 남긴다.</p><p>머리카락 하나.</p><p>익숙한 향기 하나.</p><p>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얼룩 하나.</p><p>그것만으로도 모든 비밀이 무너질 수 있었다.</p><p>수진은 샤워를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갔다.</p><p>문이 닫혔다.</p><p>나는 혼자 침대에 앉았다.</p><p>불과 몇 시간 전 장모가 머물렀던 자리였다.</p><p>그리고 조금 전 그 딸이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엄마의 흔적을 발견했다.</p><p>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p><p>이번에는 간신히 넘어갔다.</p><p>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p><p>하지만 욕실로 들어가기 직전 수진이 침대를 다시 한번 돌아보던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p><p>그 눈빛은 모든 의심을 버린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p><p>오히려 머릿속 어딘가에 질문 하나를 깊숙이 묻어둔 사람의 눈빛이었다.</p><p>‘정말 엄마가 여기 왔던 건 아닐까.’</p><p>아마 그런 질문이었을 것이다.</p><p>나는 그제야 깨달았다.</p><p>처음 처가에서 장모와 선을 넘었을 때보다 두 번째 만남이 훨씬 위험했다.</p><p>첫 번째는 충동이었다고 변명할 여지라도 있었다.</p><p>하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p><p>아내의 근무표를 확인했다.</p><p>장모에게 직접 연락했다.</p><p>그리고 아내가 없는 집으로 불렀다.</p><p>그 모든 선택을 내가 직접 했다.</p><p>무엇보다 이번에는 비밀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나와 장모 둘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p><p>수진이 의심하기 시작했다.</p><p>아주 작지만 분명한 균열이었다.</p><p>욕실에서는 물소리가 계속 들렸다.</p><p>나는 침대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을 하나씩 찾아 휴지통에 버렸다.</p><p>침구도 다시 살폈다.</p><p>이번에는 작은 흔적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p><p>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돌았다.</p><p>이제 끝내야 한다는 생각과.</p><p>다시 장모에게 연락이 오면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p><p>두 생각이 끊임없이 충돌했다.</p><p>그리고 욕실 문 너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미 무언가를 눈치채기 시작한 아내가 있었다.</p><p>그날 아침 우리 집에는 세 사람이 없었다.</p><p>장모는 이미 돌아간 뒤였다.</p><p>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과 비밀은 여전히 안방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p><p>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침대에 남은 머리카락이나 향기가 아니었다.</p><p>수진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생겨난 의심이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Wed, 07 Oct 2026 06:58:01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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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1</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45</link>
	<description><![CDATA[<p><b>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1</b></p><p><b><br /></b></p><p>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맞벌이 부부였다.</p><p>아내 수진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다.</p><p>병원에서도 계산이 빠르고 일 처리가 똑 부러진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었다.</p><p>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며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다.</p><p>안정적인 직장도 있었고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한 것도 없었다.</p><p>남들이 바라보면 별문제 없는 부부처럼 보였을 것이다.</p><p>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p><p>우리 부부의 침실은 어느 순간부터 외로운 섬처럼 변해 있었다.</p><p>수진이 성적인 부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p><p>문제는 현실이었다.</p><p>대학병원의 3교대 근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됐다.</p><p>출근 시간이 계속 바뀌었고 응급환자가 몰리는 날이면 퇴근할 때 이미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였다.</p><p>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p><p>침대에 누운 수진이 다시 내게 등을 돌렸다.</p><p>“여보, 오늘 응급이 너무 많아서 진짜 힘들다.”</p><p>잠시 침묵하던 수진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p><p>“미안해.”</p><p>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p><p>몸이 힘든 사람에게 부부관계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p><p>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서운하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p><p>우리 둘은 아직 30대 중반이었다.</p><p>나는 어떻게든 부부 사이의 분위기를 되살려보고 싶었다.</p><p>조명을 바꿔본 적도 있었다.</p><p>마사지 오일을 준비한 날도 있었다.</p><p>일부러 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했다.</p><p>하지만 번번이 돌아오는 것은 피곤하다는 대답이었다.</p><p>결국 나는 내밀었던 손을 조용히 거뒀다.</p><p>“알았어.”</p><p>그렇게 대답하고 천장을 바라봤다.</p><p>마음속에서는 서운함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p><p>나 역시 밖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왔다.</p><p>그런데 왜 부부 사이에서조차 매번 내가 부탁하고 매달리는 사람처럼 되어야 하는지 속상했다.</p><p>내가 원했던 것은 단순한 욕구만은 아니었다.</p><p>적어도 당시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p><p>아내에게 여전히 남자로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확인하고 싶었다.</p><p>하지만 거절이 반복될수록 자존심까지 조금씩 상했다.</p><p>결국 잠이 오지 않았다.</p><p>나는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p><p>거울 속에는 지쳐 있는 내 얼굴이 보였다.</p><p>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얼마 전 처가에서 마주쳤던 장모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p><p>장모는 50대 중반이었다.</p><p>오래전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혼자 지낸 시간이 길었다.</p><p>평소에는 수수하고 친근한 사람이었다.</p><p>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장모에게서 단순한 가족 이상의 성숙한 여성의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었다.</p><p>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는 나 자신에게도 놀랐다.</p><p>아내의 어머니였다.</p><p>내가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p><p>당연히 죄책감도 들었다.</p><p>그래서 그 감정은 철저하게 혼자만의 상상으로 묻어두려고 했다.</p><p>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만에 수진과 휴일이 겹쳤다.</p><p>둘이 거실에 편하게 누워 영화를 보고 있었다.</p><p>그때 수진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p><p>화면에는 두 글자가 떠 있었다.</p><p>‘엄마.’</p><p>수진이 전화를 받았다.</p><p>“엄마?”</p><p>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장모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p><p>술을 마신 것 같았다.</p><p>목소리가 젖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떨렸다.</p><p>“수진아.”</p><p>잠시 침묵이 이어졌다.</p><p>그리고 장모가 말했다.</p><p>“나 진짜 서러워서 이 집에서 더는 못 살겠다.”</p><p>수진의 표정이 바로 심각해졌다.</p><p>몇 년 전부터 처남 부부가 장모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고 있었다.</p><p>처음에는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p><p>하지만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문제가 하나둘 생겼다.</p><p>장모는 며느리와의 사소한 갈등을 이야기했다.</p><p>아들 내외가 자신을 은근히 눈치 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p><p>자기 집인데도 오히려 자신이 얹혀사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다.</p><p>평소에는 그런 속내를 거의 드러내지 않던 사람이었다.</p><p>동네에서도 수더분하고 사람 좋은 사람으로 통했다.</p><p>그런 장모가 술에 취해 딸에게 울면서 하소연하고 있었다.</p><p>오랫동안 쌓아둔 외로움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았다.</p><p>수진은 한참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줬다.</p><p>“엄마, 일단 진정해.”</p><p>그리고 말했다.</p><p>“내가 저녁에 남편이랑 같이 가든지 할게.”</p><p>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바꿨다.</p><p>“아니면 신랑이라도 먼저 가보라고 할게.”</p><p>통화를 끝낸 수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p><p>그리고 나를 바라봤다.</p><p>“여보.”</p><p>“응.”</p><p>“미안한데 오늘 친정 좀 가줄 수 있을까?”</p><p>수진은 정말 피곤한 모양이었다.</p><p>며칠 전 내 부탁을 거절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평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부탁했다.</p><p>“나 오늘은 진짜 좀 쉬고 싶어.”</p><p>“엄마가 저렇게 우는 것도 처음 보고.”</p><p>“자기가 가서 이야기 좀 들어줘.”</p><p>나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p><p>얼마 전 혼자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애써 지워버리려고 했던 사람이었다.</p><p>그런데 오늘은 아내가 직접 나에게 장모를 만나러 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p><p>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p><p>“알았어.”</p><p>빈손으로 가기는 그래서 과일 바구니 하나를 준비했다.</p><p>그리고 처가로 향했다.</p><p>띵동.</p><p>초인종을 눌렀다.</p><p>잠시 뒤 안쪽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p><p>문이 열렸다.</p><p>장모가 서 있었다.</p><p>눈가가 붉었다.</p><p>술도 제법 마신 것 같았다.</p><p>나를 보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p><p>“아, 김 서방.”</p><p>장모가 내 뒤를 한번 바라봤다.</p><p>“혼자 왔어?”</p><p>“수진이는 많이 피곤하다고 해서요.”</p><p>나는 과일 바구니를 들어 보였다.</p><p>“과일 좀 드시고 기운 내시라고 가져왔어요.”</p><p>장모가 힘없이 웃었다.</p><p>“뭘 이런 걸 다 사 왔어.”</p><p>집 안으로 들어갔다.</p><p>마침 처남 부부는 외출하고 없었다.</p><p>넓은 집 안에는 장모 혼자였다.</p><p>술병과 잔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p><p>장모는 평소보다 상당히 흐트러진 모습이었다.</p><p>울었던 흔적도 남아 있었다.</p><p>편한 홈드레스 차림이었다.</p><p>평소 단정한 모습만 보다가 그런 모습을 마주하니 조금 낯설었다.</p><p>나는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p><p>“장모님, 많이 드셨어요?”</p><p>“조금.”</p><p>장모가 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p><p>“속상해서 한잔했더니 계속 들어가네.”</p><p>나는 식탁 위의 술병과 잔을 한쪽으로 밀었다.</p><p>그리고 과일 바구니를 올려놓았다.</p><p>“술은 이제 그만 드세요.”</p><p>“수진이도 걱정하잖아요.”</p><p>장모가 과일 바구니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p><p>“아이고, 이 무거운 걸 뭘 또 들고 왔대.”</p><p>그 평범한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p><p>나는 맞은편에 앉아 장모의 이야기를 들었다.</p><p>처음에는 처남 부부 이야기였다.</p><p>그러다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p><p>자식들이 모두 자기 생활을 갖게 된 뒤 자신만 혼자 멈춰 있는 것 같다고 했다.</p><p>나는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p><p>그저 들어줬다.</p><p>누군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는 법이었다.</p><p>한참 이야기한 뒤 장모의 감정도 조금씩 가라앉았다.</p><p>장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p><p>“과일이라도 깎아줄게.”</p><p>“제가 할게요.”</p><p>“됐어.”</p><p>장모가 칼과 접시를 가지러 움직였다.</p><p>그 순간 술기운 때문인지 중심을 잃었다.</p><p>몸이 휘청했다.</p><p>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장모를 붙잡았다.</p><p>“장모님.”</p><p>장모의 몸이 그대로 내 품으로 들어왔다.</p><p>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p><p>서로 예상하지 못했던 거리였다.</p><p>장모도 놀랐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p><p>나 역시 바로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p><p>그런데 얼마 전부터 억눌러왔던 감정이 머릿속을 스쳤다.</p><p>장모가 고개를 들었다.</p><p>눈이 마주쳤다.</p><p>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그 짧은 침묵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p><p>나는 조심스럽게 장모를 바로 세워주려고 했다.</p><p>그런데 장모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p><p>“김 서방.”</p><p>목소리가 작았다.</p><p>“네.”</p><p>장모는 한동안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p><p>그리고 내 가슴 쪽으로 이마를 기댔다.</p><p>나는 움직이지 못했다.</p><p>평소라면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p><p>장모와 사위라는 관계가 머릿속에서 계속 경고하고 있었다.</p><p>나 역시 결혼한 사람이었다.</p><p>무엇보다 바로 얼마 전 아내가 자기 엄마를 부탁한다며 나를 이곳으로 보냈다.</p><p>그런데 장모 역시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p><p>“장모님.”</p><p>내가 조용히 불렀다.</p><p>장모가 고개를 들었다.</p><p>“우리 이러면 안 되는데.”</p><p>장모의 말인지 내 마음속의 말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p><p>그 말이 마지막 경계선처럼 느껴졌다.</p><p>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p><p>그러다가 결국 아주 짧게 입을 맞췄다.</p><p>둘 다 놀라 바로 떨어졌다.</p><p>장모가 나를 바라봤다.</p><p>나 역시 장모를 바라봤다.</p><p>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p><p>그러다가 다시 가까워졌다.</p><p>이번에는 처음보다 오래 서로를 끌어안았다.</p><p>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묻어두었던 감정과 각자의 외로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 같았다.</p><p>장모가 먼저 정신을 차린 듯 내 어깨를 밀었다.</p><p>숨을 고르며 말했다.</p><p>“김 서방.”</p><p>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장모가 방문 쪽을 바라봤다.</p><p>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p><p>“여기서는 안 돼.”</p><p>그 한마디 이후 우리는 결국 가족 사이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p><p>그 순간만큼은 남편을 잃고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장모의 외로움과 아내에게 반복해서 거절당하며 쌓여 있던 나의 서운함이 서로에게 향했다.</p><p>서로가 서로를 위로한다는 생각이었는지 모른다.</p><p>하지만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었다.</p><p>시간이 지나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자 현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p><p>장모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그러다가 내게 기대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p><p>“남편이 그렇게 가고 나니까.”</p><p>장모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p><p>“밤마다 사람이 너무 외로운 거야.”</p><p>나는 아무 말 없이 들었다.</p><p>“아들 내외하고 같이 살면 덜 외로울 줄 알았어.”</p><p>장모가 쓴웃음을 지었다.</p><p>“그런데 오히려 눈치만 더 보게 되더라.”</p><p>자기 집에서조차 마음 편하게 숨 쉬기 어렵다는 말이었다.</p><p>누군가에게 다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고 했다.</p><p>누군가가 자신을 단순히 엄마나 장모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순간이 그리웠다고 했다.</p><p>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들었다.</p><p>조금 전까지의 충동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었다.</p><p>그 자리에는 외로운 중년 여성 한 사람과 복잡한 감정에 빠진 사위가 있었다.</p><p>장모가 다시 말했다.</p><p>“오늘 자네가 와줘서 고마워.”</p><p>그러더니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p><p>“그런데.”</p><p>긴 한숨을 쉬었다.</p><p>“내 딸 남편인데.”</p><p>장모가 눈을 감았다.</p><p>“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p><p>목소리가 떨렸다.</p><p>“미안해, 김 서방.”</p><p>고마움과 미안함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섞여 있었다.</p><p>나 역시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p><p>수진의 얼굴이 떠올랐다.</p><p>조금 전까지 집에서 쉬고 있을 아내였다.</p><p>자기 엄마가 걱정된다며 직접 나를 이곳으로 보낸 사람이었다.</p><p>나는 장모를 조용히 안았다.</p><p>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p><p>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p><p>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p><p>방 안에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p><p>서로 가까이 누워 있으면서도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p><p>바로 그때였다.</p><p>철커덩.</p><p>멀리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p><p>처가는 단독주택이었다.</p><p>그래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를 집 안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p><p>나와 장모는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p><p>“왔나 봐.”</p><p>장모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p><p>조금 전까지의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p><p>우리는 황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했다.</p><p>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p><p>복도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것 같았다.</p><p>장모 역시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p><p>혹시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눈빛이었다.</p><p>나 역시 옷을 정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표정을 가다듬었다.</p><p>그런데 방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이었다.</p><p>장모가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았다.</p><p>나는 돌아봤다.</p><p>장모는 한참 나를 바라봤다.</p><p>조금 전까지 죄책감 때문에 눈물을 흘리던 사람의 표정과는 또 달랐다.</p><p>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p><p>“김 서방.”</p><p>“네.”</p><p>“나 가끔 너무 답답하고 힘들 때.”</p><p>장모가 잠시 망설였다.</p><p>“반찬 핑계라도 대고 전화할게.”</p><p>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p><p>오늘 있었던 일을 정말 한 번의 실수로 끝내겠다는 말이 아니었다.</p><p>오히려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에 가까웠다.</p><p>장모가 내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물었다.</p><p>“그때 나 보러 와줄 거지?”</p><p>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p><p>오늘 단 한 번의 실수로 끝내야 하는 것인지.</p><p>아니면 이미 한번 넘어버린 선을 다시 넘게 될 것인지.</p><p>머릿속이 복잡했다.</p><p>집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진이 있었다.</p><p>그리고 지금 문밖에는 처남 부부가 돌아와 있었다.</p><p>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답은 하나뿐이어야 했다.</p><p>하지만 장모는 여전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p><p>결국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p><p>바깥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p><p>처남 부부가 돌아온 것이었다.</p><p>장모는 급히 내 손목을 놓았다.</p><p>나는 방문을 열었다.</p><p>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실로 나갔다.</p><p>처남 내외가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p><p>“매형, 언제 왔어요?”</p><p>“얼마 안 됐어.”</p><p>나는 최대한 평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p><p>처남은 내가 왜 왔는지 물었다.</p><p>“수진이가 어머니 걱정된다고 한번 가보라고 해서.”</p><p>나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p><p>거짓말은 아니었다.</p><p>실제로 처음 이 집에 온 이유는 그것이었다.</p><p>문제는 그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p><p>처남댁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다.</p><p>“매형, 온 김에 같이 먹고 가세요.”</p><p>평소라면 그러겠다고 했을 것이다.</p><p>하지만 그 집에 더 머물 자신이 없었다.</p><p>“아니야.”</p><p>나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p><p>“수진이 혼자 있어서 그냥 가봐야겠다.”</p><p>그렇게 인사를 하고 현관을 나왔다.</p><p>문이 닫혔다.</p><p>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p><p>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p><p>머릿속이 멍했다.</p><p>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아내의 부탁을 받고 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온 사위였다.</p><p>과일 바구니 하나를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p><p>그것뿐이었다.</p><p>장모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주고.</p><p>적당히 위로해주고.</p><p>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었다.</p><p>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사위가 아니었다.</p><p>장모 역시 이전과 같은 장모로만 보이지 않았다.</p><p>무엇보다 마지막 순간 장모가 내 손목을 잡으며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p><p>‘반찬 핑계라도 대고 전화할게.’</p><p>그 짧은 문장이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반복됐다.</p><p>오늘 있었던 일이 우연한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p><p>술기운과 외로움과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벌어진 실수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p><p>그렇게 묻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p><p>하지만 마지막에 서로 나눈 약속 때문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p><p>우리는 다시 만날 가능성을 스스로 남겨두었다.</p><p>아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p><p>처남 내외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p><p>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었다.</p><p>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p><p>수진은 아마 내가 자기 엄마를 잘 위로해주고 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p><p>현관문을 열면 평소처럼 물어볼지도 몰랐다.</p><p>“엄마 좀 괜찮아졌어?”</p><p>나는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p><p>괜찮아졌다고 해야 할까.</p><p>많이 힘들어하더라고 해야 할까.</p><p>나는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수진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p><p>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p><p>사람 사이에는 한번 넘어가면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 어려운 선이 있다는 것을.</p><p>그날 내가 처가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까지만 해도 장모는 그저 아내의 엄마였다.</p><p>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에는 둘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p><p>그리고 그 비밀의 다음 장면은 장모가 언젠가 걸어올지도 모르는 전화 한 통에 달려 있었다.</p><p>반찬을 가져가라는 아주 평범한 핑계를 담은 전화 한 통에 말이다.</p><p>​<br /></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Wed, 07 Oct 2026 06:56:09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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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이공을 탈출한 꽝</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38</link>
	<description><![CDATA[<p><b>사이공을 탈출한 꽝</b></p><p><b><br /></b></p><p>​꽝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장 동료였다.<br /></p><p>나보다 먼저 나이를 먹었으니 벌써 오래전에 직장에서도 퇴직했다.</p><p>지금은 서로 따로 살고 있어 일부러 연락해서 만나는 일은 많지 않다.</p><p>그래도 가끔 시내 식당 같은 곳에 가면 우연히 얼굴을 볼 때가 있다.</p><p>그럴 때마다 오래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시절이 생각난다.</p><p>그리고 꽝이 술자리에서 하나둘 풀어놓았던 기구한 인생 이야기도 함께 떠오른다.</p><p>그의 인생을 평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p><p>전쟁과 공산화.</p><p>감화소 생활.</p><p>사이공에서의 젊은 시절.</p><p>보트를 이용한 탈출.</p><p>호주의 난민수용소.</p><p>미국에서의 난민 생활.</p><p>그리고 아이비리그 대학원까지.</p><p>그 굵직한 사건들 사이사이에 여자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p><p>어디에서 살든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여자를 찾아내는 법인가 싶었다.</p><p>꽝은 그 긴 세월 동안 자기 나름의 ‘연애 연대기’를 차곡차곡 쌓아온 사람이었다.</p><p>꽝의 집안은 베트남에서도 꽤 잘살았던 모양이다.</p><p>집안의 다음 세대 남자라고는 꽝 하나뿐이었다고 했다.</p><p>그 덕분인지 어린 시절에는 당시 부유층이나 권력층 자제들이 주로 다녔다는 사이공의 프랑스계 학교에 다녔다고 했다.</p><p>그가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지금 기준으로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p><p>당시 집안의 생활상이나 임신을 둘러싼 민간신앙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p><p>어린 꽝은 그런 어른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성장했다고 했다.</p><p>그러다 1975년이 왔다.</p><p>사이공이 함락되던 날이었다.</p><p>그날을 이야기할 때 꽝이 의외의 말을 한 적이 있다.</p><p>전쟁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일단 총소리가 멈췄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는 것이다.</p><p>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일지도 모른다.</p><p>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매일 들리던 총성이 멈췄다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는 안도감을 줬던 모양이다.</p><p>하지만 총소리가 사라졌다고 곧바로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p><p>정권이 바뀌는 혼란 속에서 빨간 완장을 찬 자치대원 같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했다.</p><p>그들과 일반 시민 사이에서 갈등도 자주 벌어졌다고 했다.</p><p>이후 공산당의 행정 통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렇게 완장을 차고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됐다고 꽝은 기억했다.</p><p>꽝은 그런 혼란 속에서 대학에 들어갔다.</p><p>사이공대학교에 다녔다고 했다.</p><p>그런데 세상이 얼마나 크게 바뀌었는지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던 모양이다.</p><p>학생들과 모임을 만들고 이런저런 활동을 했다가 결국 당국에 붙잡혔다.</p><p>그 결과 감화소에서 약 2년을 보내게 됐다.</p><p>나왔을 때는 대학에서도 쫓겨난 상태였다.</p><p>젊은 시절의 중요한 몇 년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었다.</p><p>그 뒤로 특별히 할 일 없이 지내던 시기에 한 여자를 알게 됐다.</p><p>젊은 여자 판사였다.</p><p>당시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직후였다.</p><p>기존 국가 체제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행정과 사법 조직 역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꽝은 설명했다.</p><p>그래서 새 체제에 필요한 판사나 검사 같은 인력도 짧은 기간 교육을 거쳐 충원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p><p>그 여자는 그렇게 새 체제에서 판사가 된 사람이었다.</p><p>이미 결혼한 여자였고 아이도 하나 있었다.</p><p>남편은 새로운 권력과 사회활동에 몰두하면서 집을 자주 비웠다고 했다.</p><p>꽝과 그녀가 어떻게 처음 가까워졌는지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 달랐다.</p><p>하지만 감화소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주 마주치다가 친해졌다는 큰 줄기는 같았다.</p><p>두 사람은 결국 비밀스러운 관계가 됐다.</p><p>꽝에게 그녀는 단순한 연애 상대 이상의 의미도 있었다.</p><p>그녀의 보증 덕분에 필요한 증명서를 얻을 수 있었고, 당시 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한 통행의 자유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p><p>두 사람은 그렇게 약 2년을 가까이 지냈다.</p><p>시간이 나면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p><p>그러나 베트남 사회는 계속 변하고 있었다.</p><p>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대거 남쪽으로 이주하면서 꽝의 가족 역시 생활 기반에 큰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p><p>결국 집까지 잃게 됐다는 것이 꽝의 이야기였다.</p><p>가족들은 남아 있던 돈을 모았다.</p><p>그리고 집안의 다음 세대 남자라고는 하나뿐이었던 꽝을 어떻게든 베트남 밖으로 탈출시키기로 결정했다.</p><p>당시는 합법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p><p>결국 선택한 것은 배였다.</p><p>그 와중에도 꽝은 떠나기 전에 여자 판사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p><p>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기가 막혀 웃었던 기억이 난다.</p><p>나라를 탈출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여자부터 만나고 왔다는 것이 꽝다운 행동이었다.</p><p>한밤중에 배에 올랐다.</p><p>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의 얼굴을 발견했다.</p><p>대학 시절 학생 모임에서 함께 활동했던 여자였다.</p><p>과거에는 공산주의 관련 이야기를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는데 정작 세월이 흐른 뒤 같은 탈출선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p><p>인생이라는 것이 참 알 수 없었다.</p><p>그렇게 꽝은 사이공을 떠났다.</p><p>바다를 건넌 끝에 호주의 난민수용소에 들어갔다.</p><p>그곳에서 약 2년을 보냈다고 했다.</p><p>그 과정에서 배에서 다시 만났던 대학 시절의 여자와도 가까운 사이가 됐다.</p><p>전쟁과 탈출을 함께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는 외부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유대감이 생겼다고 꽝은 말했다.</p><p>특히 같은 배를 타고 탈출한 사람들끼리는 단순한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p><p>어떤 가족은 탈출 과정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거두기도 했다.</p><p>혈연관계가 없어도 형제자매가 됐다.</p><p>그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는 자신을 거두어준 어른들을 친부모처럼 부양하는 모습도 꽝은 여러 번 봤다고 했다.</p><p>생존을 함께한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든 셈이었다.</p><p>난민수용소에서 알게 된 여자 역시 훗날 호주 서부 지역에 정착했다.</p><p>하지만 꽝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p><p>미국으로 건너갔다.</p><p>처음에는 미국에서도 난민 신분으로 약 1년 정도 생활했다고 했다.</p><p>그러다가 사이공대학교에 다녔던 경력과 난민으로서의 사정이 고려돼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p><p>꽝의 표현으로는 난민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기회 덕분에 학비 부담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p><p>결국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p><p>전쟁 직후 감화소에서 2년을 보내고 배를 타고 나라를 탈출했던 사람이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것이다.</p><p>그것만 놓고 보면 상당히 극적인 인생이었다.</p><p>그런데 꽝에게 여자 이야기는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다.</p><p>호주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랬다.</p><p>새로운 환경에 도착하면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p><p>수많은 인연 가운데 기억나는 사람 중에는 한국인 여자도 있었다.</p><p>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여자였다고 했다.</p><p>두 사람은 한동안 동거까지 했다.</p><p>그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 자세한 사정은 듣지 못했다.</p><p>그 뒤 꽝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국 중서부 지역으로 옮겨왔다.</p><p>그곳에서 나와 같은 직장에 들어왔다.</p><p>그렇게 나와 꽝의 인연도 시작됐다.</p><p>직장 생활을 하던 중 주변 사람의 소개로 자신보다 네 살 많은 여자를 만났다.</p><p>결국 그 여자와 결혼했다.</p><p>이제는 꽝도 정착해서 평범하게 사는가 싶었다.</p><p>하지만 사람 버릇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는 모양이었다.</p><p>결혼한 뒤에도 꽝 주변에는 끊임없이 여자 이야기가 따라다녔다.</p><p>특히 베트남 교민 사회에서 알고 지내는 여자가 많았다.</p><p>꽝과 함께 베트남 식당에 가면 내가 장난을 치곤 했다.</p><p>식당에서 임신한 종업원이 보이면 괜히 꽝을 바라보면서 물었다.</p><p>“야.”</p><p>“설마 너냐?”</p><p>그러면 꽝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p><p>그만큼 여자 문제로 장난을 많이 치던 사람이었다.</p><p>한편으로 꽝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p><p>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한 번 유산한 뒤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p><p>부부가 그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p><p>다만 겉으로 보기에는 두 사람이 각자의 생활방식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p><p>세월은 계속 흘렀다.</p><p>미국에 정착했던 난민 1세대도 하나둘 늙어갔다.</p><p>젊었을 때는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던 사람들이었다.</p><p>자식들도 부모를 나름대로 챙겼다.</p><p>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민 1세대의 삶은 외롭고 힘들어 보였다.</p><p>특히 함께 건너왔던 부모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p><p>꽝에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왔다.</p><p>부모 세대가 세상을 떠났다.</p><p>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꽝 부부도 차례로 은퇴할 나이가 됐다.</p><p>그 무렵 베트남 역시 크게 변하고 있었다.</p><p>새천년 전후로 베트남 정부는 해외에 거주하는 베트남계 사람들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p><p>꽝 역시 장기 체류가 가능한 비자를 받았다고 했다.</p><p>그때부터 베트남을 상당히 자주 오갔다.</p><p>나는 속으로 생각했다.</p><p>‘저 인간 성격이면 현지에서도 가만있지는 않겠지.’</p><p>실제로 꽝은 어느 순간 아예 베트남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기 시작했다.</p><p>하노이에 있는 유명한 중·고등학교에서 외국인 교사로 잠시 일하기도 했다.</p><p>공산당 유력 인사들의 자녀도 많이 다니는 학교라고 했다.</p><p>사이공을 배 타고 탈출했던 난민이 수십 년 뒤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졌다.</p><p>어느 날 나는 문득 젊은 시절 꽝과 가까웠다는 그 여자 판사가 생각났다.</p><p>그래서 물었다.</p><p>“그때 그 여자 판사는 다시 만나봤냐?”</p><p>꽝은 만났다고 했다.</p><p>하지만 수십 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었다.</p><p>두 사람 모두 과거의 모습과는 달라져 있었다.</p><p>꽝은 옛날의 추억은 그냥 옛날에 남겨두는 것이 낫겠다는 식으로 말했다.</p><p>호주 난민수용소에서 가까웠던 사람들도 대부분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p><p>꽝은 그런 사람들의 과거를 굳이 다시 들추고 싶지 않다고 했다.</p><p>그 대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사는 편이 재미있다는 것이 꽝다운 결론이었다.</p><p>그렇게 베트남에서 몇 년을 보냈다.</p><p>내 기억으로는 대략 5년 정도였던 것 같다.</p><p>그러다가 어느 순간 베트남 생활을 정리했다.</p><p>왜 그만뒀는지는 정확히 모른다.</p><p>이제 충분히 살아봤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p><p>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p><p>꽝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한 사람의 연애담을 넘어 시대 하나가 같이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p><p>프랑스의 흔적이 남아 있던 사이공의 어린 시절.</p><p>1975년의 패망.</p><p>학생운동과 감화소.</p><p>새 체제에서 판사가 된 젊은 여자와의 인연.</p><p>가족이 모든 것을 잃어가던 시기.</p><p>한밤중에 올라탄 탈출선.</p><p>호주의 난민수용소.</p><p>미국 정착.</p><p>학교와 직장.</p><p>한국인 여자와의 동거.</p><p>결혼.</p><p>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돌아간 베트남.</p><p>그 모든 시간 속에서 꽝은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다.</p><p>좋게 표현하면 자유분방했고, 나쁘게 표현하면 도무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p><p>나 역시 꽝과 오래 지내면서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연애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p><p>그래서 가끔 시내 식당에서 은퇴한 꽝을 우연히 마주치면 젊은 시절 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p><p>한 나라가 무너지고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겪은 사람.</p><p>배 한 척에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났다가 수십 년 뒤 다시 그 나라로 돌아간 사람.</p><p>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어디에 있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냈던 사람.</p><p>그게 내가 기억하는 꽝이다.</p><p>이제 꽝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p><p>하지만 가끔 옛날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만큼은 예전 직장에서 농담을 주고받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p><p>그러다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특유의 웃음을 짓는다.</p><p>그럴 때면 나도 웃는다.</p><p>세상이 몇 번이나 바뀌고 사는 나라까지 바뀌었는데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p><p>꽝의 표현을 빌리면 결국 그랬다.</p><p>한 번.</p><p>그리고 또 한 번.</p><p>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찾아다니며 꽝의 긴 세월도 흘러갔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Tue, 06 Oct 2026 00:53:12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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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야동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분수</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33</link>
	<description><![CDATA[<p><b>야동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분수</b></p><p><b><br /></b></p><p>​십수 년 전이었다.<br /></p><p>당시 일본 성인영상을 보다가 유독 충격적으로 기억에 남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p><p>여성이 절정에 가까워지면서 영상에서나 볼 법한 강한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었다.</p><p>처음 봤을 때는 정말 가능한 일인지부터 의심했다.</p><p>‘저게 진짜 가능한 건가?’</p><p>‘영상이니까 일부러 과장해서 만든 건 아닐까?’</p><p>호기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p><p>이후 여러 상대와 관계를 가지면서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p><p>나름대로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내가 영상에서 봤던 것과는 달랐다.</p><p>상대가 강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머릿속에 남아 있던 영상처럼 극적인 모습까지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p><p>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결론을 내렸다.</p><p>‘역시 저런 건 영상에서나 가능한 건가 보다.’</p><p>그렇게 생각하고 잊고 지냈다.</p><p>그러던 몇 년 전 우연히 성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 하나를 알게 됐다.</p><p>호기심에 모집 글 몇 곳에 지원했다.</p><p>생각보다 반응이 있었다.</p><p>그 과정에서 일곱 커플 정도에게 초대를 받았고 실제 만남까지 성사됐다.</p><p>나는 외모나 체격이 특별히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p><p>그냥 평범한 편이었다.</p><p>대신 이런 만남일수록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려고 노력했다.</p><p>상대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먼저 확인했고 지나치게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p><p>그래서인지 첫 만남 이후 다시 연락을 주는 커플도 꽤 있었다.</p><p>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부부가 있었다.</p><p>40대 중후반 정도의 부부였다.</p><p>어느 날 저녁 갑자기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p><p>평소와 달리 상당히 다급한 분위기였다.</p><p>몇 가지 질문이 오갔다.</p><p>그러더니 남편이 물었다.</p><p>“지금 바로 올 수 있어요?”</p><p>잠시 뒤 아내의 사진까지 보내왔다.</p><p>나는 사진을 확인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p><p>도착했을 때 아내는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다.</p><p>그래서 처음에는 남편과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p><p>오늘 어떻게 진행하면 되는지.</p><p>아내가 어떤 상황인지.</p><p>불편해하는 것은 없는지.</p><p>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렸다.</p><p>아내가 나왔다.</p><p>첫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귀여운 분위기였다.</p><p>그런데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p><p>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p><p>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 역시 긴장되기 시작했다.</p><p>남편의 설명을 듣고 더욱 놀랐다.</p><p>부부가 이런 형태의 만남을 갖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p><p>더구나 아내는 결혼 이후는 물론 지금까지 남편 외의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p><p>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까지 긴장됐다.</p><p>남편의 요청대로 세 사람이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p><p>아내는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p><p>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p><p>처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아내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p><p>나는 바로 서두르지 않았다.</p><p>남편 역시 옆에서 아내를 안심시켰다.</p><p>조금 시간이 지나자 아내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p><p>처음에는 반응을 숨기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p><p>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p><p>억누르던 숨소리도 점점 자연스러워졌다.</p><p>남편도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내가 괜찮은지 계속 확인했다.</p><p>충분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뒤 본격적으로 관계가 시작됐다.</p><p>아내에게는 남편 이후 처음 경험하는 다른 남자였다.</p><p>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다시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p><p>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p><p>“너무 야해.”</p><p>아내가 몇 번이나 남편을 부르면서 말했다.</p><p>처음의 조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p><p>방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목소리도 커졌다.</p><p>그리고 잠시 뒤 내가 평생 잊기 어려운 장면이 벌어졌다.</p><p>갑자기 아내가 몸을 크게 떨었다.</p><p>이어 내가 과거 영상에서나 봤던 것과 비슷한 강렬한 반응이 나타났다.</p><p>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았다.</p><p>잠시 뒤 다시 이어졌다.</p><p>나는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바라봤다.</p><p>정말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p><p>오랫동안 영상에서만 가능한 과장된 연출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p><p>나는 놀라서 남편을 바라봤다.</p><p>남편은 오히려 익숙하다는 표정이었다.</p><p>그러면서 말했다.</p><p>아내가 원래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p><p>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여러 방법을 시도했고, 아내가 어떤 방식에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지 서로 알아낸 결과라고 했다.</p><p>그 말을 들으니 또 다른 의미로 대단하게 느껴졌다.</p><p>단순히 우연히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부에게는 오랜 시간 서로의 몸과 반응을 알아온 결과이기도 했던 것이다.</p><p>나에게는 부부의 첫 초대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긴장되는 상황이었다.</p><p>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까지 직접 보게 되니 나 역시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p><p>그 뒤에도 관계는 한동안 이어졌다.</p><p>아내가 강하게 반응할 때마다 나는 처음과 똑같이 놀랐다.</p><p>한두 번 보고 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p><p>과거 모니터 화면으로 바라봤던 장면과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전혀 달랐다.</p><p>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오히려 내가 남편에게 계속 감탄을 쏟아냈다.</p><p>씻고 나온 뒤에도 조금 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p><p>남편은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웃었다.</p><p>아내는 부끄러운지 이불로 얼굴을 가린 채 누워 있었다.</p><p>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p><p>조금 전 그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p><p>나는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왔다.</p><p>그런데 그 만남이 마지막은 아니었다.</p><p>약 한 달 뒤 다시 연락이 왔다.</p><p>재만남이었다.</p><p>두 번째라 첫날만큼 어색하지는 않았다.</p><p>아내 역시 처음보다는 훨씬 편안해 보였다.</p><p>서로 이미 한 번 경험한 사이였기 때문에 긴장감도 줄었다.</p><p>하지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p><p>지난번에 봤던 그 강렬한 반응이 다시 나타날까 하는 것이었다.</p><p>결론부터 말하면 다시 볼 수 있었다.</p><p>그때서야 첫 번째 경험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p><p>두 번째 만남에서도 아내는 강한 절정 반응을 보였다.</p><p>나는 또다시 감탄했다.</p><p>첫날 그렇게 놀랐으면서도 직접 다시 보니 신기한 것은 똑같았다.</p><p>그날은 부부가 첫 번째 만남보다 조금 더 편하게 자신들의 취향과 원하는 방식을 이야기했다.</p><p>나 역시 그들이 원하는 범위 안에서 함께했다.</p><p>두 번째 만남까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래전 일본 성인영상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p><p>그때 나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p><p>‘저게 실제로 가능한가?’</p><p>이후 여러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영상에서만 가능한 과장이라고 생각했다.</p><p>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느 부부와의 만남에서 직접 확인하게 됐다.</p><p>물론 모든 여성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p><p>사람마다 몸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p><p>누군가는 조용했고 누군가는 표현이 컸다.</p><p>그리고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반응이 달라졌다.</p><p>하지만 적어도 내가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한 가지에 대해서는 답을 얻은 셈이었다.</p><p>영상에서 처음 보고 믿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그런 강렬한 반응이 현실에서도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p><p>십수 년 동안 품고 있던 궁금증이 우연한 만남 하나로 풀린 순간이었다.</p><p>그래서 수많은 만남 가운데서도 그 40대 부부와의 첫 만남은 아직까지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p><p><b><br /></b></p><p>​<br /></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Tue, 06 Oct 2026 00:51:19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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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새벽에 먼저 잠을 깨운 그녀</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27</link>
	<description><![CDATA[<p><b>새벽에 먼저 잠을 깨운 그녀</b></p><p><b><br /></b></p><p>​얼마 전 일이었다.<br /></p><p>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 밖이 제대로 밝아지기 전인 새벽녘이었다.</p><p>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p><p>그런데 잠결에 아래쪽에서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p><p>처음에는 꿈인가 싶었다.</p><p>하지만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누군가 장난스럽게 나를 깨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p><p>눈을 떠보니 역시나 그녀였다.</p><p>평소에도 먼저 하고 싶을 때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p><p>나는 피식 웃었다.</p><p>‘얘가 또 새벽부터 시작이구나.’</p><p>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p><p>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몸을 가까이 붙였다.</p><p>나는 그대로 그녀에게 파고들었다.</p><p>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의 반응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금세 정신이 또렷해졌다.</p><p>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다.</p><p>하지만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달이 나 있었던 모양이었다.</p><p>내가 조금만 움직임을 늦춰도 먼저 몸을 움직였다.</p><p>평소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p><p>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 역시 금세 달아올랐다.</p><p>그래서 평소처럼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긴장감을 높이지 않았다.</p><p>서로 이미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p>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바로 가까이 다가갔다.</p><p>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인지 그녀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p><p>나는 잠시 속도를 늦췄다.</p><p>그러자 금세 괜찮다는 듯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p><p>그때부터는 서로 익숙한 리듬을 찾았다.</p><p>수백 번 가까이 서로를 경험한 사이였다.</p><p>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속도를 좋아하는지 알았다.</p><p>어떤 움직임에 반응하는지도 알았다.</p><p>그녀가 숨을 짧게 들이마시면 조금 천천히 했다.</p><p>반대로 먼저 몸을 밀착시키면 다시 속도를 높였다.</p><p>그런 식으로 서로의 반응을 읽었다.</p><p>한동안 자세를 바꿔가며 장난을 치던 중이었다.</p><p>내가 평소와 조금 다르게 움직였더니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p><p>“나쁜 놈.”</p><p>뜻밖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p><p>“왜?”</p><p>그녀가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p><p>“너무 많이 괴롭히잖아.”</p><p>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밀어내지는 않았다.</p><p>오히려 더 가까이 붙었다.</p><p>나는 웃으면서 말했다.</p><p>“그러면 그만할까?”</p><p>그러자 바로 대답이 없었다.</p><p>그 반응만 봐도 답은 뻔했다.</p><p>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다시 움직였다.</p><p>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호흡이 확연하게 달라졌다.</p><p>처음에는 짧게 끊어지던 숨소리가 점점 길어졌다.</p><p>손에는 힘이 들어갔다.</p><p>결국 한차례 강한 절정이 찾아온 듯 그녀의 몸이 크게 떨렸다.</p><p>나는 잠시 움직임을 늦췄다.</p><p>그녀가 충분히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기다렸다.</p><p>하지만 그날은 거기서 끝날 분위기가 아니었다.</p><p>조금 지나자 그녀가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p><p>나 역시 다시 자세를 바꿨다.</p><p>이번에는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자세였다.</p><p>가까이 붙으니 표정 하나하나가 그대로 보였다.</p><p>나는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p><p>그녀 역시 다시 달아올랐다.</p><p>그러다가 나 역시 점점 여유가 없어지기 시작했다.</p><p>호흡이 빨라졌다.</p><p>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다급해졌다.</p><p>그녀는 그런 변화를 바로 알아차렸다.</p><p>평소 우리 둘은 역할을 정하고 상황을 만들어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p><p>그날도 그녀가 갑자기 그런 분위기로 넘어갔다.</p><p>조금 전까지 적극적으로 나를 끌어당기던 사람이 갑자기 장난스럽게 저항하는 역할을 시작했다.</p><p>나 역시 그것이 둘 사이에서 합의된 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p><p>그래서 그녀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 설정에 맞춰줬다.</p><p>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서로의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p><p>그렇게 새벽부터 시작된 장난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p><p>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둘 다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p><p>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p><p>그녀도 내 옆에서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p><p>그러다가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p><p>“요즘 너 이상한데.”</p><p>그녀가 고개를 돌렸다.</p><p>“뭐가?”</p><p>“예전보다 훨씬 잘 느끼는 것 같아.”</p><p>실제로 그랬다.</p><p>요즘 들어 그녀가 절정에 도달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p><p>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반응 자체가 달랐다.</p><p>예전에는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p><p>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방식이 그녀에게는 별로일 때도 있었다.</p><p>반대로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에 예상보다 크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다.</p><p>그런 시행착오가 수없이 반복됐다.</p><p>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몸을 너무 잘 알게 됐다.</p><p>어떤 식으로 움직이면 좋아하는지.</p><p>언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p><p>언제 조금 더 강하게 해야 하는지.</p><p>어느 순간에 잠시 기다려야 하는지.</p><p>이런 것들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아갔다.</p><p>나 역시 처음보다 능숙해졌을 것이다.</p><p>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녀의 변화가 컸다.</p><p>오히려 그녀 자신이 점점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p><p>예전에는 내가 이끌어주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p><p>요즘은 달랐다.</p><p>먼저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p><p>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요구했다.</p><p>그날 새벽처럼 내가 자고 있는데 먼저 장난을 걸어 잠을 깨우기도 했다.</p><p>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실감하게 된다.</p><p>처음에는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p><p>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p><p>서로 즐기고.</p><p>그것으로 끝나는 관계였다.</p><p>그런데 시간이 쌓이고 서로를 수없이 경험하다 보니 몸에도 일종의 기억이 생긴 것 같았다.</p><p>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p><p>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만으로도 원하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다.</p><p>그녀 역시 내 호흡이나 움직임만 보고 내가 어느 정도 흥분했는지 알아차렸다.</p><p>그래서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든다.</p><p>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p><p>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않은 상태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둘 다 완전히 정신이 들어 있었다.</p><p>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다시 새벽의 조용함이 느껴졌다.</p><p>나는 옆에 누운 그녀를 바라봤다.</p><p>조금 전까지 나를 나쁜 놈이라고 타박하던 사람이 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p><p>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p><p>아마 다음에도 비슷할 것이다.</p><p>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난을 걸 것이다.</p><p>그리고 서로의 반응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래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p><p>수없이 함께하면서 내 쪽도 그녀에게 맞춰졌고, 그녀 역시 자신의 취향에 점점 솔직해졌다.</p><p>그래서 요즘 들어 유독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이 잦아지는지도 모르겠다.</p><p>결국 익숙함이 반드시 지루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p><p>적어도 우리 둘 사이에서는 그랬다.</p><p>서로를 오래 알아갈수록 오히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정확하게 알게 됐다.</p><p>그리고 그날 새벽도 그런 익숙함 속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뜨거운 기억으로 남았다.</p><p>​<br /></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Tue, 06 Oct 2026 00:48:54 +0900</dc:date>
	</item>
	<item>
	<title>침대 끝에서 갑자기 꺼낸 섹파의 한마디</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23</link>
	<description><![CDATA[<p><b>침대 끝에서 갑자기 꺼낸 섹파의 한마디</b></p><p><b><br /></b></p><p>​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시간이었다.<br /></p><p>우리 둘은 만나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져들곤 했다.</p><p>연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했고, 그렇다고 아무 감정도 없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서로의 몸과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p><p>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p><p>이미 한참 동안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고, 방 안에는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p><p>그러다가 잠시 자세를 바꾸려고 서로에게서 떨어졌을 때였다.</p><p>섹파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p><p>“나 여기 서서 해줄 수 있어?”</p><p>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순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p><p>“어디 서서?”</p><p>그러자 그녀가 침대 끝으로 움직였다.</p><p>침대 가장자리에 두 손을 짚더니 몸을 앞으로 숙였다.</p><p>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조금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p><p>“여기.”</p><p>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덧붙였다.</p><p>“나 이렇게.”</p><p>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았다.</p><p>평소에도 먼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지만, 그날은 말투와 표정이 조금 달랐다.</p><p>마치 오래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제야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사람 같았다.</p><p>나는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자리를 옮겼다.</p><p>“알았어.”</p><p>짧게 대답했다.</p><p>그러자 조금 전까지 수줍어하던 그녀가 엉덩이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p><p>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p><p>“왜?”</p><p>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p><p>그리고 고백이라도 하듯 말했다.</p><p>“가끔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p><p>그 말을 듣는 순간 나 역시 더 흥분했다.</p><p>늘 만나던 상대였고 이미 서로에게 익숙할 만큼 익숙한 사이였지만, 이렇게 새로운 취향을 하나씩 알게 될 때면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새롭게 느껴지곤 했다.</p><p>나는 그녀가 편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몸을 가까이 붙였다.</p><p>“무릎 조금 구부려봐.”</p><p>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p><p>“이렇게?”</p><p>“응.”</p><p>나는 다시 말했다.</p><p>“다리도 조금 벌리고.”</p><p>그녀가 내 말대로 움직였다.</p><p>조금 전까지 장난스럽게 웃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p><p>서로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p><p>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p><p>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다.</p><p>그러자 그녀가 짧게 숨을 삼켰다.</p><p>“아.”</p><p>나는 잠깐 멈췄다.</p><p>그녀가 자세를 다시 잡았다.</p><p>그러고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p><p>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p><p>처음에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정도였다.</p><p>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졌다.</p><p>그녀의 숨소리 역시 조금씩 커졌다.</p><p>침대 끝을 붙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p><p>그러다가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p><p>“잠깐.”</p><p>나는 속도를 줄였다.</p><p>“아파?”</p><p>그녀가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p><p>“조금.”</p><p>나는 자세를 다시 조절했다.</p><p>“이 정도는?”</p><p>잠시 뒤 그녀가 말했다.</p><p>“응.”</p><p>이번에는 서로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호흡을 맞췄다.</p><p>처음 그녀가 원했던 자세였기 때문인지 조금 지나자 다시 긴장이 풀렸다.</p><p>오히려 아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p><p>그 모습을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다시 흥분했다.</p><p>“좋아?”</p><p>내가 물었다.</p><p>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p><p>한동안 숨을 몰아쉬다가 짧게 말했다.</p><p>“응.”</p><p>그 한마디면 충분했다.</p><p>평소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유난히 서로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맞았다.</p><p>조금 움직이면 그녀가 자연스럽게 받아줬고, 내가 멈추면 그녀 역시 기다렸다.</p><p>한동안 그렇게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나도 점점 여유가 없어졌다.</p><p>“잠깐.”</p><p>이번에는 내가 말했다.</p><p>그녀가 뒤를 돌아봤다.</p><p>“왜?”</p><p>나는 웃었다.</p><p>“너 오늘 장난 아닌데.”</p><p>그녀가 그 말을 듣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p><p>“그래?”</p><p>처음에는 자신이 먼저 부탁해놓고도 부끄러운 듯 말하던 여자였다.</p><p>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표정이었다.</p><p>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허리를 붙잡았다.</p><p>그러자 그녀 역시 침대 끝을 단단히 짚었다.</p><p>그날도 결국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 더 알아갔다.</p><p>오랫동안 몸을 섞은 사이라고 해서 상대의 취향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p><p>가끔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새로운 말을 꺼냈다.</p><p>“나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p><p>별것 아닌 한마디였지만 그날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p><p>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 장면은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p><p>침대 끝에 손을 짚고 나를 돌아보던 얼굴.</p><p>조금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던 목소리.</p><p>그리고 내가 좋으냐고 물었을 때 숨을 몰아쉬면서 들려왔던 짧은 대답.</p><p>“응.”</p><p>늘 만나던 섹파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처음 보는 여자처럼 느껴졌다.</p><p>그리고 그런 예상 밖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서로를 찾았던 것인지도 모른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Tue, 06 Oct 2026 00:47:11 +0900</dc:date>
	</item>
	<item>
	<title>향수 냄새하나로 끝나버린 비밀</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19</link>
	<description><![CDATA[<p><b>향수 냄새하나로 끝나버린 비밀</b></p><p><b><br /></b></p><p>​와이프는 나보다 아홉 살 아래였다.<br /></p><p>키는 164센티미터 정도였고 체중은 60킬로그램쯤 나갔다.</p><p>그리고 그런 와이프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거의 한몸처럼 붙어 다닌 친구가 한 명 있었다.</p><p>송희경이었다.</p><p>두 사람의 인연은 국민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p><p>같이 학교에 다니고,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한 세월만 따져도 보통 친구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였다.</p><p>친구라기보다는 자매에 가까웠다.</p><p>희경은 와이프보다 키가 조금 더 컸다.</p><p>체중은 비슷했지만 전체적인 체형은 와이프보다 조금 늘씬한 편이었다.</p><p>희경의 남편은 반대였다.</p><p>희경보다 키가 작았고 체격도 왜소했다.</p><p>성격은 순하고 착했다.</p><p>그런데 희경의 결혼생활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는 듯했다.</p><p>결혼한 지 벌써 십 년이 되어가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p><p>일부러 갖지 않은 것인지.</p><p>아니면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 것인지는 나도 정확히 몰랐다.</p><p>다만 두 사람 사이에 내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느낌은 있었다.</p><p>희경의 남편은 지질학자였다.</p><p>연구사업 때문에 출장이 무척 잦았다.</p><p>어떤 때는 일 년 내내 집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p><p>자연히 희경은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p><p>남편이 장기간 출장을 떠나면 희경은 툭하면 우리 집으로 왔다.</p><p>아침에 왔다가 하루 종일 와이프와 놀고 저녁이 되어서야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흔했다.</p><p>그래서 나 역시 희경을 특별한 손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p><p>집에 늘 드나드는 와이프의 오랜 친구.</p><p>그 정도였다.</p><p>다만 희경의 얼굴을 가끔 바라보고 있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그늘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p><p>와이프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p><p>어느 날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와이프가 대놓고 물었다.</p><p>“희경아.”</p><p>“너 남편이랑 한 달에 몇 번이나 하니?”</p><p>희경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p><p>“모르겠어.”</p><p>“일 년에 열 번이나 되나 모르겠다.”</p><p>와이프의 눈이 커졌다.</p><p>“뭐?”</p><p>그리고 곧 장난스럽게 웃었다.</p><p>“얘.”</p><p>“당장 이혼해.”</p><p>“이혼하고 나랑 내 남편 나눠 먹으면서 살자.”</p><p>“하하하.”</p><p>희경도 따라 웃었다.</p><p>두 사람은 원래 그런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다.</p><p>나는 옆에서 듣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p><p>그때까지만 해도 그 농담이 훗날 전혀 다른 의미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p><p>일은 약 일 년 전에 시작됐다.</p><p>어느 날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p><p>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와이프가 방에서 짐을 꾸리고 있었다.</p><p>옷가지와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넣는 모습을 보니 어디를 다녀오려는 모양이었다.</p><p>나는 별생각 없이 물었다.</p><p>“희경이는?”</p><p>그리고 다시 물었다.</p><p>“당신은 어디 가?”</p><p>와이프는 짐을 꾸리면서도 총알처럼 대답했다.</p><p>“응.”</p><p>“희경이는 남편 왔대.”</p><p>“그리고 나는 엄마랑 춘천 이모한테 갔다 오려고.”</p><p>“이모가 조금 아프대.”</p><p>나는 갑자기 혼자 남게 된다는 사실부터 걱정됐다.</p><p>“그러면 나는 밥 어떻게 먹어?”</p><p>와이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p><p>“희경이한테 부탁했어.”</p><p>그 말을 남기고 와이프는 정말 도망이라도 치듯 서둘러 집을 나갔다.</p><p>그렇게 집에 혼자 남았다.</p><p>와이프가 떠난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p><p>슬슬 배가 고팠다.</p><p>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을 생각으로 주방으로 가려는데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p><p>희경이었다.</p><p>그녀는 음식까지 이것저것 싸 들고 왔다.</p><p>“어머.”</p><p>“뭐 하세요?”</p><p>나는 조금 미안했다.</p><p>평소에도 우리 집에 자주 오던 여자였지만 굳이 내가 혼자 있는 날까지 음식을 챙겨올 필요는 없었다.</p><p>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희경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p><p>와이프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p><p>너무 익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오히려 여자로 의식할 일이 별로 없었다.</p><p>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p><p>처음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p><p>잠시 바라보고 나서야 깨달았다.</p><p>머리 모양부터 평소와 달랐다.</p><p>옷차림도 평소 우리 집에서 와이프와 편하게 놀 때와는 조금 달랐다.</p><p>평소보다 훨씬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p><p>나는 속으로 생각했다.</p><p>‘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다더니 오늘은 제대로 꾸몄나 보네.’</p><p>그래서 말했다.</p><p>“남편분 돌아왔다던데.”</p><p>“이렇게까지 챙겨주지 않아도 되는데요.”</p><p>희경은 웃었다.</p><p>“어머.”</p><p>“지연 아빠가 어디 남인가요?”</p><p>“선아하고 나는 자매 같은 사이인데.”</p><p>그러면서 음식을 식탁에 하나씩 꺼내놓았다.</p><p>“혼자 드시면 밥맛도 없을 것 같고.”</p><p>“제가 같이 먹어드릴게요.”</p><p>그런데 음식만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p><p>희경은 러시아산 보드카 한 병까지 꺼내놓았다.</p><p>나는 조금 놀랐다.</p><p>“이것까지?”</p><p>희경은 자기 남편이 피곤해서 먼저 밥을 먹고 벌써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p><p>그래서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p><p>사실 나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다.</p><p>반대로 와이프와 희경은 술이 무척 셌다.</p><p>두 사람이 마음먹고 마시면 양주 두 병 정도는 어렵지 않게 비웠다.</p><p>나는 보드카 잔을 입에 가져갔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희경의 속도에 맞춰주는 정도였다.</p><p>그런데 희경은 정말 혼자서 독한 보드카 한 병을 거의 다 마셨다.</p><p>시간이 지나자 얼굴이 붉어졌다.</p><p>말투도 조금씩 느려졌다.</p><p>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p><p>“저 이제 갈게요.”</p><p>몸이 휘청거렸다.</p><p>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p><p>“괜찮겠어요?”</p><p>“제가 모셔다드릴게요.”</p><p>팔을 잡아 부축하려고 하자 희경은 괜찮다며 손을 뿌리쳤다.</p><p>하지만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디면 두 걸음을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비틀거렸다.</p><p>결국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p><p>나는 한숨을 쉬었다.</p><p>“안 되겠어요.”</p><p>“여기서 좀 쉬었다 가세요.”</p><p>희경을 부축해 소파에 눕혔다.</p><p>그때였다.</p><p>희경이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p><p>“나아.”</p><p>“사실 남편 돌아왔다고 희경이한테 거짓말했거든여.”</p><p>나는 순간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p><p>“뭐라고요?”</p><p>하지만 희경은 히히 웃을 뿐이었다.</p><p>무슨 말인지 다시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p><p>“빨리 쉬어요.”</p><p>“TV 끌게요.”</p><p>나는 TV를 끄고 침실로 들어갔다.</p><p>침대에 누웠다.</p><p>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p><p>거실에서는 희경이 혀가 꼬인 목소리로 무언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p><p>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다.</p><p>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묘한 생각이 들었다.</p><p>오늘 희경의 옷차림.</p><p>굳이 음식을 싸 들고 찾아온 것.</p><p>보드카까지 준비해온 것.</p><p>그리고 방금 했던 이해하기 어려운 말.</p><p>그 모든 것을 하나씩 이어보자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p><p>‘설마.’</p><p>희경이 일부러 이러는 건가.</p><p>나를 유혹하려고?</p><p>그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나 역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p><p>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p><p>조용히 방문을 열었다.</p><p>거실 소파에 누워 있는 희경이 보였다.</p><p>희경은 소파 등받이 쪽으로 얼굴을 향한 채 옆으로 돌아누워 있었다.</p><p>나는 문틈에서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p><p>평소에는 와이프 옆에서 수다를 떨던 친구로만 보았던 사람이었다.</p><p>그런데 그날 밤에는 이상할 만큼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p><p>심장이 빨라졌다.</p><p>그 순간 문득 오래전 와이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p><p>언젠가 내 사랑이 진짜인지 꼭 한번 시험해보겠다는 말이었다.</p><p>갑자기 머리가 차가워졌다.</p><p>‘잠깐.’</p><p>‘이거 혹시 덫 아니야?’</p><p>와이프가 희경과 짜고 나를 시험하는 것이라면?</p><p>그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p><p>나는 다시 방문을 닫았다.</p><p>그리고 침대에 누웠다.</p><p>하지만 이미 잠은 달아나버렸다.</p><p>눈은 말똥말똥했다.</p><p>조금 전 소파에서 본 희경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p><p>왼쪽으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p><p>이불을 덮었다가 걷었다.</p><p>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는지 몰랐다.</p><p>그렇게 뒤척이는 동안 어느덧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p><p>그때였다.</p><p>거실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렸다.</p><p>희경이 깨어난 모양이었다.</p><p>나는 그대로 누운 채 눈을 감았다.</p><p>자는 척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기로 했다.</p><p>잠시 뒤 침실 방문이 아주 조심스럽게 열렸다.</p><p>희경이었다.</p><p>그녀가 천천히 침대 가까이 다가왔다.</p><p>발소리가 멈췄다.</p><p>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p><p>다만 거친 숨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p><p>희경은 무언가 화가 난 사람처럼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내쉬었다.</p><p>그러더니 돌아섰다.</p><p>한 걸음.</p><p>두 걸음.</p><p>그대로 나가려는 것 같았다.</p><p>나는 그 순간 눈을 뜬 사람처럼 말했다.</p><p>“가시려고요?”</p><p>그리고 일부러 마른 하품까지 했다.</p><p>희경의 발걸음이 멈췄다.</p><p>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p><p>그녀의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p><p>가까이 서자 희경의 빠른 호흡이 느껴졌다.</p><p>나는 조용히 물었다.</p><p>“괜찮겠어요?”</p><p>희경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그러다가 말했다.</p><p>“네.”</p><p>그리고 조금 서운한 듯 덧붙였다.</p><p>“모델처럼 가만히 누워 있으려니까.”</p><p>“내가 여자가 아닌 것 같아서 못 있겠어요.”</p><p>그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간신히 붙잡고 있던 긴장이 무너졌다.</p><p>나는 희경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p><p>“삐졌어요?”</p><p>그리고 웃으며 말했다.</p><p>“술 취한 사람한테 함부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p><p>희경이 순간 몸을 움츠렸다.</p><p>하지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p><p>그날 밤 우리 사이에 오랫동안 존재하던 경계가 무너졌다.</p><p>아내의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의 남편.</p><p>그 두 이름 사이에는 분명히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었다.</p><p>나도 알고 있었다.</p><p>희경도 알고 있었다.</p><p>그런데 한번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p><p>처음에는 서로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듯 조심스러웠다.</p><p>그러나 희경은 더 이상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p><p>자신의 의지로 내 앞에 서 있었다.</p><p>그리고 나 역시 그것을 외면하지 않았다.</p><p>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넘어가고 말았다.</p><p>문제는 그것이 단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p><p>오히려 그날 이후가 시작이었다.</p><p>희경은 갑자기 우리 집에 오는 횟수를 크게 줄였다.</p><p>예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던 사람이었다.</p><p>와이프와 몇 시간씩 수다를 떨다가 저녁이 되어 돌아가던 친구였다.</p><p>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우리 집 방문을 피했다.</p><p>대신 우리 둘에게는 다른 장소가 생겼다.</p><p>희경의 어머니가 사는 집이었다.</p><p>사정이 맞는 날이면 그곳에서 만났다.</p><p>어떤 때는 거의 매일 만났다.</p><p>바쁘거나 여건이 맞지 않으면 하루를 건너뛰고 다시 만났다.</p><p>처음에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다.</p><p>그만해야 한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p><p>그러면서도 관계는 계속됐다.</p><p>오히려 비밀이라는 사실 때문에 서로를 향한 집착은 더욱 커졌다.</p><p>와이프도 이상하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p><p>어느 날은 혼잣말처럼 말했다.</p><p>“이년이 요즘 왜 이러지?”</p><p>그리고 농담처럼 덧붙였다.</p><p>“애인 생겼나?”</p><p>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p><p>하지만 와이프는 희경에게 굳이 전화를 걸어 예전처럼 집으로 불러들이지는 않았다.</p><p>나중에서야 알았다.</p><p>그때 이미 와이프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p><p>결정적인 것은 향수였다.</p><p>희경이 사용하던 향수 냄새.</p><p>늘 가까이 지내던 친구였으니 와이프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향이었다.</p><p>어느 날 내가 퇴근해 집으로 들어왔을 때 와이프는 내 몸에서 그 향을 맡았다.</p><p>나는 몰랐다.</p><p>희경도 몰랐다.</p><p>하지만 와이프는 단번에 알아챘다.</p><p>그날부터 와이프는 확인하기 시작했다.</p><p>나를 미행했다.</p><p>그리고 결국 나와 희경이 희경 어머니의 집을 드나드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p><p>한 번이 아니었다.</p><p>와이프는 날짜까지 기록했다.</p><p>사진도 찍었다.</p><p>언제 들어갔는지.</p><p>언제 나왔는지.</p><p>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p><p>결국 모든 것이 드러났다.</p><p>시작은 향수 냄새 하나였다.</p><p>그 작은 흔적 하나가 우리가 숨기고 있던 모든 것을 끌어냈다.</p><p>와이프의 분노는 나에게만 향하지 않았다.</p><p>오히려 희경에게 받은 배신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p><p>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다.</p><p>국민학교 때부터 수많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었다.</p><p>자매처럼 지냈다.</p><p>결혼하고 나서도 서로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p><p>그런 친구가 자신의 남편과 몰래 만나고 있었다.</p><p>와이프는 자신의 앨범을 꺼냈다.</p><p>그 안에는 희경과 함께 찍은 사진이 수없이 많았다.</p><p>어린 시절 사진.</p><p>학생 시절 사진.</p><p>젊었을 때 함께 놀러 갔던 사진.</p><p>결혼 후 함께 찍은 사진.</p><p>두 사람의 세월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p><p>와이프는 그것들을 전부 꺼냈다.</p><p>그리고 모두 불태웠다.</p><p>사진이 타면서 두 사람의 오랜 세월도 함께 사라졌다.</p><p>그날 이후 와이프와 희경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p><p>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칠 관계가 되어버렸다.</p><p>그러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p><p>희경과 내가 몰래 만나던 시기에 희경은 임신했다.</p><p>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들을 낳았다.</p><p>결국 희경은 내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p><p>하지만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다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p><p>오히려 반대였다.</p><p>희경은 나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p><p>내가 연락해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p><p>과거처럼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했다.</p><p>희경이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p><p>자신은 내 와이프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했다.</p><p>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믿어준 친구의 마음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배신했다고 했다.</p><p>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다시는 친구의 마음을 후벼 파는 여자로 살지 않겠다고 했다.</p><p>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p><p>처음에는 그저 아내가 며칠 집을 비운 어느 밤이었다.</p><p>음식을 들고 찾아온 아내의 친구.</p><p>식탁 위에 놓인 보드카 한 병.</p><p>그리고 술에 취해 소파에 누웠던 여자.</p><p>그날 내가 방문을 닫고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p><p>희경은 여전히 와이프의 가장 친한 친구였을 것이다.</p><p>와이프의 앨범 속 사진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p><p>그리고 한때 자매처럼 지냈던 두 여자도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p><p>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p><p>한번 넘어버린 선은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p><p>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향수 냄새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불에 타 사라진 사진들뿐이었다.</p><p>그리고 그 모든 일의 한가운데에는 나와 희경 사이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남았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Mon, 05 Oct 2026 07:14:50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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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믐밤, 이름도 묻지 않은 여자와 보낸 엿새</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16</link>
	<description><![CDATA[<p><b>그믐밤, 이름도 묻지 않은 여자와 보낸 엿새</b></p><p><b><br /></b></p><p>​칠흑처럼 캄캄한 그믐밤이었다.<br /></p><p>달빛이라고는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담배 한 모금을 깊숙이 빨아들였다.</p><p>그리고 폐 속에 가득 들어찬 연기를 천천히 입 밖으로 밀어냈다.</p><p>후우.</p><p>희뿌연 담배 연기는 잠시 내 얼굴 앞에서 형태를 이루는 듯하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스몃스몃 흩어져 사라졌다.</p><p>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오래전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p><p>오 년 전이었던가.</p><p>그때 나는 내게 물었었다.</p><p>너는 그녀를 사랑하는가.</p><p>그리고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도 나는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p><p>너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가.</p><p>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p><p>아니, 어쩌면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인지도 몰랐다.</p><p>열아홉의 혈기는 내게 축복 같은 것이 아니었다.</p><p>그것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p><p>온몸의 껍질을 뒤집어 먼지가 잔뜩 밴 담요를 털어내듯 퍼억, 퍼억, 그렇게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싶었던 시절이었다.</p><p>눈앞에는 책이 있었다.</p><p>그리고 그 책 너머에는 회색빛 미래가 있었다.</p><p>책장을 펼칠 때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글자를 읽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p><p>한순간에는 발악이라도 하고 싶었다.</p><p>온몸에 휘발유라도 들이붓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저잣거리 한복판으로 걸어가 그대로 불을 붙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곤 했다.</p><p>거리에는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p><p>뻐억.</p><p>뻐억.</p><p>단단한 바닥을 짓밟는 군홧발 소리가 곳곳에서 울렸다.</p><p>도서관 창가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면 교정에는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사람들이 가득했다.</p><p>그들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p><p>누군가는 주먹을 쥐었다.</p><p>누군가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p><p>누군가는 달렸다.</p><p>그런데 나는 그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p><p>책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니었다.</p><p>책은 표현하기조차 힘든 허접한 무엇이었다.</p><p>슬픔이었다.</p><p>절망이었다.</p><p>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초라함을 비추는 거울이었다.</p><p>대체 나는 누구인가.</p><p>나는 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가.</p><p>왜 이렇게 초라하고 유치한 몰골로 숨을 죽이고 있는가.</p><p>나는 왜 내 가슴을 스스로 조금씩 잘라먹으며 살아가는 불쌍한 묵조가 되어버린 것인가.</p><p>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p><p>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p><p>내 인생은 정말 내 것인가.</p><p>내게는 주먹도 없는가.</p><p>힘도 없는가.</p><p>높이 외칠 목청 하나조차 없는 것인가.</p><p>그날도 술을 마셨다.</p><p>마셨다는 표현보다는 들이부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p><p>포기와 절망을 술과 함께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p><p>하지만 아직 완전히 썩기를 거부하는 몸뚱이는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p><p>속이 뒤집혔다.</p><p>위장이 뒤틀렸다.</p><p>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다시 목구멍을 타고 기어나올 것 같았다.</p><p>나는 비틀거리며 골목으로 들어갔다.</p><p>희미한 백열등 하나가 간신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p><p>그 불빛 아래 주저앉았다.</p><p>내 인생이 그 백열등보다도 초라하게 느껴졌다.</p><p>동전 두 닢짜리 전구보다도 못한 인생이었다.</p><p>야비하고.</p><p>추접하고.</p><p>비겁했다.</p><p>나는 주먹으로 땅을 두드렸다.</p><p>퍽.</p><p>다시 한번.</p><p>퍽.</p><p>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p><p>이번에는 전봇대를 들이받았다.</p><p>하지만 전봇대보다 먼저 무너진 것은 당연히 내 몸이었다.</p><p>나약한 살가죽이 찢어졌다.</p><p>붉은 피가 배어나왔다.</p><p>나는 그 피를 한동안 바라봤다.</p><p>그리고 문득 생각했다.</p><p>죽을까.</p><p>이렇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p><p>하지만 죽음보다 더욱 역겨웠던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p><p>정말 숨이 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삐죽삐죽 고개를 들었다.</p><p>공포였다.</p><p>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간이 정작 죽음을 앞에 두고 두려워하고 있었다.</p><p>나는 그런 나 자신이 더욱 싫었다.</p><p>바람 한 점 없었다.</p><p>먼지조차 움직이지 않았다.</p><p>그 고요한 골목의 가로등 밑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p><p>왜 우는 것인지 나 자신도 알지 못했다.</p><p>슬픔도 먼지처럼 걸러낼 수 있는 것일까.</p><p>그렇다면 눈물을 계속 흘리면 언젠가는 슬픔이 전부 빠져나갈까.</p><p>아니.</p><p>차라리 눈을 뽑아버리면 지금의 아픔까지 볼 수 없게 되는 것일까.</p><p>나는 패배자인가.</p><p>장외자인가.</p><p>아니면 세상에 밀려난 가련한 약자인가.</p><p>언젠가 누군가 내 인생을 심판한다면 나는 어디에 서서 나 자신을 변론해야 하는가.</p><p>그때도 나는 세상을 탓할 것인가.</p><p>아니면 결국 비열하게 도망쳤던 인간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게 될 것인가.</p><p>그때였다.</p><p>등에 무언가 닿았다.</p><p>따뜻했다.</p><p>작고 부드러운 손바닥이었다.</p><p>구토 때문에 아랫배가 뒤틀려 나는 허리를 굽힌 채 웅크리고 있었다.</p><p>그런 내 등을 누군가가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p><p>토닥.</p><p>토닥.</p><p>이상하게 편안했다.</p><p>하지만 그 편안함조차 받아들이기가 싫었다.</p><p>“하지 마세요.”</p><p>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p><p>“난 가치 없는 패배자입니다.”</p><p>대답은 없었다.</p><p>토닥거리던 손이 잠깐 멈췄다.</p><p>하지만 잠시 뒤 다시 움직였다.</p><p>토닥.</p><p>토닥.</p><p>“싫단 말입니다.”</p><p>나는 조금 더 크게 말했다.</p><p>“싫다구요.”</p><p>“난 도움을 받을 가치도 없는 파렴치한 인간이란 말이에요.”</p><p>그래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p><p>나는 결국 짜증스럽게 물었다.</p><p>“대체 누군데 이러시는 거죠?”</p><p>“누구세요?”</p><p>대답은 여전히 없었다.</p><p>나는 몸을 돌렸다.</p><p>조금 전 토해놓은 토사물을 깔고 앉는 것조차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p><p>힘겹게 고개를 들었다.</p><p>그리고 그제야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p><p>눈가의 화장은 검게 번져 있었다.</p><p>얼마나 번졌는지 눈인지 검은 색안경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p><p>입가에 발랐던 연분홍색 립스틱도 번져 턱 언저리까지 얼룩져 있었다.</p><p>꼭 우는 광대 같았다.</p><p>나는 그녀를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p><p>하지만 술에 취한 머리는 좀처럼 기억을 꺼내놓지 못했다.</p><p>고개를 두어 번 휘휘 흔들었다.</p><p>그제야 떠올랐다.</p><p>조금 전까지 술을 마셨던 개천가 작부집.</p><p>그곳에서 내 옆자리에 있던 여자였다.</p><p>“그만하세요.”</p><p>나는 말했다.</p><p>“고마워요.”</p><p>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들어가세요.”</p><p>“왜 따라 나오셨어요?”</p><p>침묵.</p><p>나는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다.</p><p>“난 이제 가렵니다.”</p><p>“가고 싶어요.”</p><p>그때 여자의 손이 움직였다.</p><p>대답 대신 그녀는 내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었다.</p><p>생각보다 힘이 있었다.</p><p>술에 취해 축 늘어진 내 몸뚱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으켜 세웠다.</p><p>나는 그녀에게 끌려가는 것인지 스스로 따라가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p><p>그저 비틀거리며 걸었다.</p><p>걷는 동안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p><p>설핏하게 내려앉은 차가운 안개라도 눈 속에 집어넣고 싶었다.</p><p>목이 말랐다.</p><p>입안에는 잘게 부순 자갈을 한 움큼 집어넣은 것처럼 까끌까끌한 통증이 있었다.</p><p>그리고 기억이 끊겼다.</p><p>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천장이었다.</p><p>누렇게 변색된 천장.</p><p>쥐오줌 자국.</p><p>군데군데 박혀 있는 파리똥 자국.</p><p>내가 매일 바라보던 천장이 아니었다.</p><p>‘어디지.’</p><p>고개를 돌렸다.</p><p>눈앞으로 사발 하나가 들어왔다.</p><p>푸른색 줄 두 개가 둘러져 있었고 그 사이에 한자로 복(福) 자가 적혀 있었다.</p><p>사발을 들고 있는 손도 보였다.</p><p>손가락 마디가 유난히 말라 있었다.</p><p>나는 순간 빈 사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p><p>하지만 안에는 물이 들어 있었다.</p><p>“……누구세요?”</p><p>목소리가 갈라졌다.</p><p>“여기가 어디죠?”</p><p>나는 사발을 받아 급하게 물을 마셨다.</p><p>입안을 헹구듯 물을 들이켰다.</p><p>물이 식도를 전부 넘어가기도 전에 다시 말을 내뱉었다.</p><p>예절이라는 것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p><p>“미안합니다만.”</p><p>“여기가 어디입니까?”</p><p>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하얗게 핏기가 빠진 얼굴이었다.</p><p>머리는 단정하게 빗어내렸다.</p><p>그 단정한 머리를 얼굴 위에 뒤집어씌워놓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오히려 어울릴 것 같았다.</p><p>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p><p>머릿속에 흩어진 단어와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기 시작했다.</p><p>술집.</p><p>골목.</p><p>구토.</p><p>가로등.</p><p>그리고 등을 두드리던 손.</p><p>그 모든 기억이 이어질 즈음 나는 담배를 한 개비 피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p><p>방 한쪽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p><p>물이 빠져 색이 바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p><p>원피스 자락을 잡아내렸다가 다시 놓았다.</p><p>무릎을 세웠다가 접었다.</p><p>그러다가 할 일이 없으면 방바닥에 붙은 작은 얼룩을 손가락 끝으로 문질렀다.</p><p>문득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p><p>여자는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p><p>나는 그제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렴풋하게 이해했다.</p><p>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p><p>“미안해요.”</p><p>잠시 망설였다.</p><p>“전 돈이 없는데.”</p><p>“어쩌죠.”</p><p>말을 하고 나서 곧바로 후회했다.</p><p>쩝.</p><p>아랫입술을 깨물었다.</p><p>괜히 무안해졌다.</p><p>나는 아직도 몸을 덮고 있던 이불자락만 손으로 주물럭거렸다.</p><p>여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그 침묵이 이상했다.</p><p>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p><p>나가라고 하지도 않았다.</p><p>왜 나를 데려왔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았다.</p><p>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p><p>나는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p><p>“이리 오세요.”</p><p>여자가 나를 바라봤다.</p><p>나는 익숙하지 않은 손짓으로 그녀의 팔뚝 언저리를 잡았다.</p><p>조금 당겼다.</p><p>여자는 거부하지 않았다.</p><p>미끄러지듯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p><p>나는 팔 하나를 내어 그녀의 머리 아래에 넣어주었다.</p><p>그녀의 고개가 내 이두박근을 넘어와 턱 가까이 떨어졌다.</p><p>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던 다른 손을 그녀의 등에 올렸다.</p><p>그리고 아주 천천히 등을 어루만졌다.</p><p>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p><p>그렇게 시간이 흘렀다.</p><p>며칠이었을까.</p><p>몇 시간이었을까.</p><p>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p><p>저만치 떨어진 곳에 문 하나가 있었다.</p><p>방이라고 해봐야 두 평이나 될까 싶은 좁은 공간이었다.</p><p>그런데 나는 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p><p>나갈 이유가 없었다.</p><p>아니.</p><p>나갈 힘이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p><p>시간을 세는 것도 포기했다.</p><p>시계도 보지 않았다.</p><p>해가 떴는지 졌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p><p>다만 밥을 먹은 횟수는 어렴풋이 기억났다.</p><p>열일곱 번쯤이었던 것 같다.</p><p>그렇다면 닷새였을까.</p><p>엿새였을까.</p><p>아니면 이레였을까.</p><p>방 한쪽에는 뚜껑이 달린 요강이 있었다.</p><p>소변도 그곳에서 봤다.</p><p>대변도 그곳에서 해결했다.</p><p>먹고.</p><p>누웠다.</p><p>잠들었다.</p><p>깨면 다시 누웠다.</p><p>그 좁은 방 안에서 세상은 완전히 사라졌다.</p><p>밖에서는 누군가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p><p>사람들은 학교에 갔을 것이다.</p><p>거리에서는 여전히 누군가가 소리쳤을 것이다.</p><p>군홧발이 뛰었을 것이다.</p><p>최루탄 연기가 퍼졌을 것이다.</p><p>책상 위에는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을 것이다.</p><p>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다.</p><p>나는 그녀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다.</p><p>그녀도 내 이름을 묻지 않았다.</p><p>왜 나를 골목에서 데려왔는지도 묻지 않았다.</p><p>왜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지도 묻지 않았다.</p><p>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p><p>정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p><p>깨어 있는 동안에는 서로의 체온에 기대었다.</p><p>때로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p><p>그녀 역시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p><p>욕망 때문이었는지.</p><p>외로움 때문이었는지.</p><p>절망 속에서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것인지.</p><p>나는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p><p>그 좁은 방 안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었다.</p><p>그녀의 바랜 원피스.</p><p>낡은 이불.</p><p>복(福) 자가 새겨진 사발.</p><p>천장의 쥐오줌 자국.</p><p>방바닥의 작은 얼룩.</p><p>그리고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p><p>그것만이 내가 기억하는 세상의 전부였다.</p><p>가끔 그녀는 웃는 것 같았다.</p><p>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p><p>웃음과 울음의 경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p><p>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p><p>살고 싶은 것인지 죽고 싶은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인간이었으니까.</p><p>그녀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p><p>골목에서 주워온 술 취한 청년이었을까.</p><p>잠시 불쌍해서 데려온 손님이었을까.</p><p>아니면 그녀 역시 자신의 절망을 잊기 위해 나라는 낯선 인간이 필요했던 것일까.</p><p>나는 끝내 묻지 않았다.</p><p>그녀도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p><p>어쩌면 그래서 그 시간이 아직까지 내 안에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p><p>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p><p>이름 붙일 수 없었기 때문에.</p><p>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낯설었고 욕망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쓸쓸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p><p>오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끔 그 밤을 생각한다.</p><p>칠흑같이 어두웠던 그믐밤.</p><p>백열등 아래에서 토하고 울며 세상을 저주하던 열아홉의 나.</p><p>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토닥거리던 작고 따뜻한 손바닥.</p><p>토닥.</p><p>토닥.</p><p>그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그날 어디로 갔을까.</p><p>정말 죽었을까.</p><p>아니면 또다시 비겁하게 살아남았을까.</p><p>모르겠다.</p><p>지금도 나는 모른다.</p><p>다만 한 가지는 기억한다.</p><p>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믿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누군가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두드려주었다는 사실을.</p><p>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p><p>왜 우느냐고도 하지 않았다.</p><p>왜 술을 그렇게 마셨느냐고도 하지 않았다.</p><p>정신 차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p><p>살아야 한다는 충고조차 하지 않았다.</p><p>그저 등을 두드렸다.</p><p>어쩌면 그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거창한 위로나 답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p><p>그저 사람의 손 하나.</p><p>따뜻한 체온 하나.</p><p>그리고 내가 아직 완전히 버려진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말없이 알려주는 누군가의 존재 하나.</p><p>그것뿐이었는지도 모른다.</p><p>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p><p>그녀는 아직 그곳에 있을까.</p><p>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이상하게 내 기억 속 그녀는 조금도 늙지 않았다.</p><p>언제나 그 좁은 방 한구석에 앉아 있다.</p><p>물빛이 바랜 원피스를 입은 채.</p><p>무릎을 세웠다가 접으면서.</p><p>방바닥의 얼룩을 손가락으로 가만가만 문지르면서.</p><p>그리고 내가 바라보면 언제나 그랬듯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p><p>웃는 것인지.</p><p>우는 것인지.</p><p>끝내 알 수 없는 얼굴로.</p><p>지금도 그곳에 가면 그녀가 있을 것만 같다.</p><p>그 희미한 얼굴 그대로.</p><p>그 낡은 원피스 그대로.</p><p>아무 말 없이.</p><p>그저 조용히.</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Sun, 04 Oct 2026 07:35:25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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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열대야가 맺어준 병호와 미연의 인연</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11</link>
	<description><![CDATA[<p><b>열대야가 맺어준 병호와 미연의 인연</b></p><p><b><br /></b></p><p>​지난여름이었다.<br /></p><p>지긋지긋할 정도로 길었던 장마가 마침내 끝나자 그동안 어디엔가 숨어 있기라도 했던 더위가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몰려왔다.</p><p>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에서는 밤이 깊어져도 뜨거운 열기가 계속해서 올라왔다.</p><p>장마가 남기고 간 습기까지 더해지면서 공기는 숨을 한번 들이마시는 것조차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후텁지근했다.</p><p>가만히 누워 있어도 목덜미와 등에서는 땀이 배어나왔다.</p><p>불쾌지수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면 아마 천장을 뚫고 올라갔을 것이다.</p><p>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p><p>나는 침대 위에서 몇 번이나 뒤척였다.</p><p>오른쪽으로 누웠다가 왼쪽으로 돌아눕고, 베개를 뒤집었다가 다시 일어나 물을 마셨다.</p><p>그래도 잠은 오지 않았다.</p><p>“아, 더워 죽겠네.”</p><p>결국 잠자기는 포기했다.</p><p>마침 담배도 거의 떨어져 있었다.</p><p>나는 바람이나 잠깐 쐴 겸 담배를 사러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p><p>멀리 갈 것도 아니었다.</p><p>바로 근처 가게에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p><p>그래서 문을 잠그는 것도 귀찮았다.</p><p>‘금방 갔다 올 건데 뭐.’</p><p>그때까지만 해도 그 사소한 귀찮음 하나가 그날 밤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p><p>정말 잠깐이었다.</p><p>담배를 사고 다시 원룸으로 돌아왔다.</p><p>그런데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p><p>“뭐야?”</p><p>먼저 코를 찌른 것은 진한 술 냄새였다.</p><p>그리고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더욱 황당해졌다.</p><p>웬 젊은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p><p>“이게 무슨…….”</p><p>나는 담뱃갑을 손에 든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p><p>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 들어온 방은 아니었다.</p><p>분명 내 방이었다.</p><p>그렇다면 저 여자가 잘못 들어온 것이었다.</p><p>잠시 후 대충 상황이 짐작됐다.</p><p>내가 사는 원룸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었는데 구조가 이상했다.</p><p>계단과 층의 위치가 묘하게 헷갈려 정신을 놓고 올라오다 보면 2층을 지나쳐 3층으로 올라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p><p>나 역시 몇 번이나 층을 착각한 적이 있었다.</p><p>아마 이 여자도 위층에 사는 모양이었다.</p><p>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자기 방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내가 문까지 잠그지 않고 나간 것이다.</p><p>결국 아무것도 모르고 내 침대에 쓰러져버린 모양이었다.</p><p>문제는 이제부터였다.</p><p>“아가씨.”</p><p>나는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p><p>“일어나봐요.”</p><p>반응이 없었다.</p><p>“아가씨.”</p><p>어깨를 살짝 흔들어봤다.</p><p>그래도 꼼짝하지 않았다.</p><p>완전히 술에 취해 있었다.</p><p>“참나.”</p><p>깨워서 자기 방으로 올려보내려고 했는데 이것부터 쉽지 않았다.</p><p>그렇다고 처음 보는 여자의 가방을 뒤져 집 열쇠를 찾는 것도 껄끄러웠다.</p><p>괜히 나중에 이상한 오해라도 받으면 골치 아플 것 같았다.</p><p>‘조금 지나면 술 깨겠지.’</p><p>나는 결국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p><p>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p><p>후우.</p><p>한 개비가 두 개비가 되고 두 개비가 세 개비가 됐다.</p><p>그런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잠버릇도 보통이 아니었다.</p><p>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p><p>여자는 자면서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p><p>그러다가 답답했던지 잠결에 자기 옷을 하나씩 느슨하게 풀어헤치기 시작했다.</p><p>나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p><p>“대한민국 건장한 청년을 아주 시험에 들게 하는구먼.”</p><p>혼잣말을 하면서 애써 다른 생각을 했다.</p><p>양 한 마리.</p><p>양 두 마리.</p><p>양 세 마리.</p><p>별 의미도 없는 숫자를 머릿속으로 세며 어떻게든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고 했다.</p><p>그러던 바로 그때였다.</p><p>“우욱…….”</p><p>침대 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p><p>나는 번개처럼 고개를 돌렸다.</p><p>“잠깐.”</p><p>“거기는 안 돼.”</p><p>하지만 이미 늦었다.</p><p>결국 여자는 내 침대 위에서 일을 저질렀다.</p><p>순간 방 안에 결코 상쾌하다고 할 수 없는 냄새가 퍼졌다.</p><p>나는 말문이 막혔다.</p><p>“아…….”</p><p>“진짜.”</p><p>곱게 자게 내버려뒀더니 내 잠자리까지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p><p>갑자기 배신감 비슷한 감정까지 들었다.</p><p>결국 나도 열이 받았다.</p><p>나는 여자를 시트째 끌다시피 해서 욕실로 데려갔다.</p><p>그리고 욕실 바닥에 앉혀놓은 뒤 샤워기를 틀었다.</p><p>“물 좀 맞으면 술도 깨겠지.”</p><p>여자가 젖어서 감기에 걸릴지 어떨지는 그 순간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p><p>나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침대 시트를 새것으로 갈았다.</p><p>겨우 정리를 마친 뒤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p><p>‘이제 좀 조용해지겠지.’</p><p>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p><p>나는 고개를 들었다.</p><p>그리고 다시 한번 굳어버렸다.</p><p>“이런.”</p><p>여자는 아직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모양이었다.</p><p>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얼굴이었다.</p><p>더욱 황당한 것은 젖은 옷을 모두 벗어놓은 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욕실에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p><p>그 상태로 비틀비틀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p><p>“잠깐.”</p><p>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여자는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p><p>그것도 내 바로 옆이었다.</p><p>‘이거 정말 큰일 났네.’</p><p>누가 이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나는 변명할 말조차 없었다.</p><p>그런데 정작 여자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술기운 때문에 몸이 뜨거운지 차가워진 내 몸 쪽으로 바짝 붙었다.</p><p>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p><p>귀엽다는 생각도 들면서 동시에 대체 어떤 남자가 이 여자를 데리고 살게 될지 걱정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p><p>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다.</p><p>처음에는 완전히 잠든 줄 알았던 여자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p><p>호흡도 달라졌다.</p><p>‘설마 깬 건가.’</p><p>가만히 들어보니 확실했다.</p><p>숨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p><p>침을 삼키는 작은 소리도 들렸다.</p><p>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p><p>‘이제 상황을 파악한 모양인데.’</p><p>아마 여자 역시 난감할 것이다.</p><p>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남자의 방이고, 자신은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상태였으니 말이다.</p><p>그렇다고 벌떡 일어나 미안하다고 하고 나가기에도 민망했을 것이다.</p><p>결국 여자는 자는 척을 선택한 것 같았다.</p><p>나는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p><p>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p><p>여자의 몸이 아주 작게 움찔했다.</p><p>하지만 눈은 뜨지 않았다.</p><p>“깨어 있죠?”</p><p>대답이 없었다.</p><p>“아가씨.”</p><p>여전히 침묵이었다.</p><p>“깬 거 알고 있어요.”</p><p>그래도 아무 말이 없었다.</p><p>나는 잠시 기다렸다.</p><p>“싫으면 그만할게요.”</p><p>그제야 여자의 호흡이 더욱 빨라졌다.</p><p>하지만 여전히 나를 밀어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p><p>나는 그녀가 분명히 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p><p>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여자의 입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p><p>“아…….”</p><p>나는 상체를 조금 일으켰다.</p><p>그리고 다시 물었다.</p><p>“정말 싫으면 말해요.”</p><p>한동안 침묵하던 여자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p><p>“저기요…….”</p><p>“네.”</p><p>“저…… 아직 남자하고 제대로 해본 적 없어요.”</p><p>뜻밖의 대답이었다.</p><p>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p><p>술기운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p><p>나는 괜히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을 했다.</p><p>“괜찮아요.”</p><p>“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니까.”</p><p>내 말이 우스웠는지 여자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p><p>“알았어요.”</p><p>그 한마디 뒤로 방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p><p>하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p><p>여자는 술에 취해 있었고 이제야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p><p>나는 우선 제대로 씻고 정신부터 차리자며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p><p>욕실의 밝은 불빛 아래에서 보니 여자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p><p>아직 앳된 얼굴이 남아 있었다.</p><p>나는 샤워기를 틀어주고 그녀가 정신을 차릴 시간을 줬다.</p><p>여자는 물을 맞으면서 조금씩 술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p><p>씻고 양치까지 마친 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p><p>조금 전까지 술에 취해 정신없이 행동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p><p>침대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한쪽에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p><p>나는 손짓했다.</p><p>“이리 와요.”</p><p>여자는 가만히 서 있었다.</p><p>“겁먹을 것 없어요.”</p><p>“…….”</p><p>“괜찮아요.”</p><p>그제야 여자가 아주 조금씩 다가왔다.</p><p>하지만 정말 한 걸음씩이었다.</p><p>나는 웃음이 나왔다.</p><p>“그렇게 천천히 오면 날 새겠어요.”</p><p>그녀도 작게 웃었다.</p><p>나는 손을 내밀었다.</p><p>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았다.</p><p>나는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p><p>그리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p><p>“아…….”</p><p>여자가 다시 긴장했다.</p><p>“힘 빼요.”</p><p>“저…….”</p><p>여자가 머뭇거렸다.</p><p>“원래 아무한테나 이러는 여자 아니에요.”</p><p>나는 고개를 끄덕였다.</p><p>“알아요.”</p><p>“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면 돼요.”</p><p>여자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봤다.</p><p>조금씩 긴장이 풀렸다.</p><p>두 사람은 다시 입을 맞췄다.</p><p>처음에는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p><p>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 역시 조금씩 내 움직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p><p>여자의 몸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p><p>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렸다.</p><p>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몸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p><p>“무서워요.”</p><p>그녀가 솔직하게 말했다.</p><p>“괜찮아요.”</p><p>“천천히 할게요.”</p><p>그녀는 내 말을 듣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p><p>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였다.</p><p>처음에는 그녀에게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운 듯했다.</p><p>몇 번이나 몸을 움츠렸고 나를 붙잡았다.</p><p>“아파요.”</p><p>“잠깐만요.”</p><p>나는 움직임을 멈췄다.</p><p>“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게요.”</p><p>그녀는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p><p>잠시 후 다시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갔다.</p><p>처음의 통증과 긴장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그녀의 표정도 달라지기 시작했다.</p><p>숨소리가 달라졌다.</p><p>나를 붙잡고 있던 손에도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p><p>“아…….”</p><p>“이상해요.”</p><p>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신기한 듯했다.</p><p>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워졌다.</p><p>처음에는 겁을 먹었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 움직임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p><p>“아…….”</p><p>“잠깐.”</p><p>“이상해요.”</p><p>그녀의 몸이 크게 떨렸다.</p><p>그리고 한동안 힘이 빠진 사람처럼 늘어졌다.</p><p>나는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p><p>그런데 조금 쉬자 다시 그녀의 체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p><p>“그만해요.”</p><p>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p><p>오히려 두 팔로 허리를 감싸 안았다.</p><p>두 사람은 그렇게 한여름 밤의 시간을 잊어버렸다.</p><p>몇 분이 지났는지,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p><p>방 안에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두 사람의 가쁜 호흡만 반복됐다.</p><p>열대야의 더위 때문인지 서로의 체온 때문인지 온몸에는 땀이 맺혔다.</p><p>그녀는 몇 번이나 지쳤다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p><p>그러다가도 잠시 쉬면 다시 나를 바라봤다.</p><p>어느 순간에는 먼저 입을 맞춰오기도 했다.</p><p>처음의 수줍음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p><p>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p><p>여자는 내 품에 완전히 늘어져 있었다.</p><p>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봤다.</p><p>“많이 힘들어요?”</p><p>“너무해요.”</p><p>“뭐가요?”</p><p>“안 아프게 한다면서.”</p><p>나는 웃었다.</p><p>“많이 아팠어요?”</p><p>“처음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p><p>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p><p>“그럼 나중에는요?”</p><p>순간 여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p><p>“몰라요.”</p><p>“정말?”</p><p>“모른다니까요.”</p><p>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었다.</p><p>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직 서로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p><p>나는 물었다.</p><p>“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어봤네요.”</p><p>여자가 눈을 흘겼다.</p><p>“지금에서야 물어봐요, 아저씨?”</p><p>“아저씨라뇨?”</p><p>나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p><p>“이래 봬도 스물여덟 총각입니다.”</p><p>그녀가 풋 하고 웃었다.</p><p>“전 이미연이라고 해요.”</p><p>“이미연?”</p><p>“네.”</p><p>“나는 이병호예요.”</p><p>“병호 씨.”</p><p>처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p><p>몇 시간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으면서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했다.</p><p>미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p><p>“그런데 원래 이런 거예요?”</p><p>“뭐가요?”</p><p>“아니.”</p><p>미연이 말을 망설였다.</p><p>“결혼한 친구들 말 들어보면 보통 그렇게 오래 안 한다던데.”</p><p>말을 끝내고 나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는지 미연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p><p>나는 웃음을 터뜨렸다.</p><p>“그런 이야기도 친구들이랑 해요?”</p><p>“몰라.”</p><p>“괜히 말했어.”</p><p>미연이 내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p><p>나는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p><p>“미워.”</p><p>미연이 투덜거렸다.</p><p>그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귀여웠다.</p><p>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p><p>미연이 나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p><p>“설마.”</p><p>“왜요?”</p><p>“또?”</p><p>나는 웃었다.</p><p>“미연 씨가 너무 귀여워서.”</p><p>“한 번만 더.”</p><p>미연의 표정이 황당하다는 듯 변했다.</p><p>“또요?”</p><p>“응.”</p><p>“나 죽어요.”</p><p>“그 정도로 안 죽어요.”</p><p>“몰라.”</p><p>미연은 얼굴을 돌렸다.</p><p>하지만 나를 밀어내지는 않았다.</p><p>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끌어안았다.</p><p>이번에는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p><p>미연 역시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p><p>“병호 씨.”</p><p>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p><p>조금 전까지 이름조차 몰랐던 여자였다.</p><p>그런데 어느새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p><p>몇 번이나 쉬고 다시 서로를 끌어안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p><p>그러다가 미연이 갑자기 벽시계를 바라봤다.</p><p>“병호 씨.”</p><p>“응?”</p><p>“출근 안 해요?”</p><p>“출근?”</p><p>나는 멍하니 시계를 바라봤다.</p><p>7시 30분이었다.</p><p>“뭐?”</p><p>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p><p>“벌써?”</p><p>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p><p>밤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p><p>회사에 도착하면 부장이 눈을 부릅뜨고 난리를 칠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p><p>나는 부랴부랴 옷을 챙겼다.</p><p>미연도 일어나려고 했다.</p><p>그런데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지 일어나는 순간 휘청했다.</p><p>“악.”</p><p>나는 급하게 미연을 붙잡았다.</p><p>“괜찮아요?”</p><p>“누구 때문에 이러는데요.”</p><p>“미안.”</p><p>결국 나는 미연을 욕실까지 데려갔다.</p><p>두 사람은 다시 씻었다.</p><p>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미연을 자기 방까지 데려다줬다.</p><p>역시 예상대로 같은 건물 위층이었다.</p><p>‘결국 층을 잘못 찾아온 게 맞았구나.’</p><p>그렇게 미연을 방에 데려다준 뒤 나는 회사로 뛰어갔다.</p><p>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지각은 면했다.</p><p>하지만 밤을 꼬박 새운 데다 거의 잠도 자지 못한 상태였다.</p><p>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했다.</p><p>부장의 시선이 몇 번이나 느껴졌지만 모른 척했다.</p><p>아마 부장도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쳤는지 특별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p><p>그런데 일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미연이 계속 생각났다.</p><p>몸은 괜찮은지.</p><p>술은 완전히 깼는지.</p><p>아침에 제대로 쉬기는 했는지.</p><p>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었다.</p><p>나는 거의 비몽사몽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p><p>계단을 올라 방문을 열었다.</p><p>그리고 또 한번 그대로 굳었다.</p><p>“뭐야?”</p><p>방 안에는 미연이 있었다.</p><p>그것도 어제처럼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p><p>밥상을 차려놓고 얌전히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p><p>“왔어요?”</p><p>나는 말없이 미연을 바라봤다.</p><p>어젯밤 내 방을 자기 방으로 착각하고 들어와 쓰러졌던 여자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방에 앉아 있었다.</p><p>“어떻게 들어왔어요?”</p><p>미연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p><p>“문 열려 있던데요.”</p><p>나는 머리를 짚었다.</p><p>‘또 안 잠갔구나.’</p><p>그런데 미연은 웃으면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p><p>나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p><p>어제와 오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p><p>밥을 먹으면서 미연이 말했다.</p><p>“나 오늘 친구한테 물어봤어요.”</p><p>“뭘요?”</p><p>미연은 잠시 뜸을 들였다.</p><p>“병호 씨 이야기.”</p><p>나는 숟가락을 멈췄다.</p><p>“내 이야기를 왜 친구한테 해요?”</p><p>“그냥.”</p><p>“궁금해서.”</p><p>미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p><p>“그랬더니 친구가 그러더라고.”</p><p>“뭐라고요?”</p><p>“그런 남자 흔하지 않으니까 꽉 잡으래.”</p><p>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p><p>그런데 미연이 한마디를 더했다.</p><p>“내가 싫으면 자기한테 소개해달래.”</p><p>“뭐?”</p><p>미연이 깔깔 웃었다.</p><p>나는 그제야 깨달았다.</p><p>어젯밤 단순한 사고로 시작된 일이 아무래도 하룻밤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을.</p><p>열대야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담배를 사러 잠깐 나갔다 온 것이 시작이었다.</p><p>문을 잠그지 않은 것도 우연이었다.</p><p>술에 취한 미연이 층을 착각한 것도 우연이었다.</p><p>내 침대에 쓰러져 잠든 것도 우연이었다.</p><p>그런 우연들이 하나씩 겹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연이 만들어졌다.</p><p>그리고 그날 이후 미연은 정말 자주 내 방을 찾아왔다.</p><p>어느 순간부터 노크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정도가 됐다.</p><p>나는 자유롭게 살던 내 생활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p><p>혼자 먹던 저녁을 둘이 먹는 날이 많아졌다.</p><p>늦은 밤 혼자 담배를 피우던 시간에도 미연이 옆에 있는 경우가 생겼다.</p><p>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미연은 처음 만났던 날의 수줍었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p><p>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p><p>‘난 자유가 좋은데.’</p><p>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았다.</p><p>길고 긴 장마가 끝난 뒤 찾아왔던 지독한 열대야.</p><p>잠이 오지 않아 담배 한 갑을 사러 나갔던 그 짧은 외출.</p><p>그리고 문을 잠그지 않았던 단 한 번의 실수.</p><p>그날 밤 잘못 찾아온 옆방 여자 이미연은 그렇게 내 방뿐 아니라 내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와버렸다.</p><p>그리고 그 여름이 끝날 때까지 우리 동네의 밤은 좀처럼 조용해질 날이 없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Sun, 04 Oct 2026 07:33:00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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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석순이의 연꽃</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807</link>
	<description><![CDATA[<p><b>석순이의 연꽃</b></p><p><b><br /></b></p><p>​진흙탕 속에서도 푸르르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세속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맑고 고결한 덕을 끝내 잃지 않았던 내 친구 석순이를 기억해 본다.<br /></p><p>연꽃이 지닌 담담한 화려함과 티 없이 깨끗한 군자의 품성은 그녀가 걸어간 비극적이면서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p><p>스물세 살의 푸르른 아가씨 시절 그녀는 사찰의 연못가에 피어난 하얀 연꽃을 바라보며 운명 같은 사랑에 모든 것을 던졌고 세상의 매서운 비난과 손가락질 속에서도 그 사랑을 굳건히 지켜내었다.</p><p>소낙비가 세차게 내리치던 외진 산길에서 예기치 않게 젊은 스님과 마주치며 시작된 인연은 거부할 수 없는 폭풍우처럼 그녀의 평온한 인생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p><p>비에 젖어 온몸에 착 달라붙은 엷은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요염하고도 육감적인 자태는 결국 젊은 스님의 억누르던 욕정을 폭발시켰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짙은 사랑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p><p>가정의 축복과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한 채 젊은 스님은 절을 떠나 공사판의 거친 품팔이꾼이 되었고 석순이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도시의 허름하고 초라한 방 한 칸에서 어린 딸을 업고 눈물로 세월을 버텨냈다.</p><p>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친 그녀의 등 뒤에는 꿈 많던 옛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팍팍한 삶에 찌든 초라한 아낙의 그늘만 깊게 드리워져 있어 우리의 마음을 미어지게 만들었다.</p><p>넉넉지 않은 지갑을 털어 쥐여준 돈을 사양하며 애써 눈물을 참아내던 그녀의 미소와 손사래는 오래도록 가슴속을 떠나지 않는 아린 상처로 남았다.</p><p>설상가상으로 밤늦은 공사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남편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뺑소니 사고로 비참하게 목숨을 잃으면서 석순이의 세상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p><p>남편을 잃은 충격에 식음을 전폐하고 실성한 사람처럼 골목 어귀에 우두커니 서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던 그녀의 애처로운 뒷모습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더욱 가련하게 시들어 갔다.</p><p>결국 남편을 향한 지독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석순이는 사랑하는 이의 뒤를 따라 쓸쓸히 이 세상의 끈을 놓아버렸고 남겨진 네 살짜리 어린 딸은 다시 그 절의 주지 스님의 품으로 거두어져 홀연히 사라졌다.</p><p>이제 세월이 흘러 그 아이도 어쩌면 엄마의 품을 닮아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나 예전에 어머니가 거닐던 그 절의 연못가를 쓸쓸히 서성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p><p>비록 짧고 험난한 삶을 살다 갔지만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직 순수한 사랑만을 품다간 내 친구 석순이는 언제까지나 내 가슴속에서 지지 않는 한 송이 영원한 연꽃으로 피어 있을 것이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Sat, 03 Oct 2026 00:44:04 +0900</dc:date>
	</item>
	<item>
	<title>영식과 정숙의 끝나지 않는 연가</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799</link>
	<description><![CDATA[<p><b>영식과 정숙의 끝나지 않는 연가</b></p><p><b><br /></b></p><p>​결혼식장까지 예약했으니까 오늘 밤 우리 한판 제대로 붙어볼까 하던 영식의 끈질긴 구애에 정숙은 아직 처녀로 시집가고 싶다며 온몸으로 버텨내었다.<br /></p><p>벌써 몇 번째 피하는 건지 묻는 영식의 타박에 정숙은 첫날밤에 모조리 주고 싶다며 조금만 참아달라고 달콤한 거짓말을 속삭였다.</p><p>그 놈의 첫날밤 타령을 집어치우고 오늘 딱 한판만 붙자는 남자의 애원에도 정숙은 자꾸 그러다간 나 그냥 가버리겠다고 앙칼지게 튕기며 애간장을 태웠다.</p><p>알았다고 영화나 마저 보자는 영식의 투덜거림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 타령을 주제 삼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쉼 없이 이어 나갔다.</p><p>남들은 먼저 맛보고 마음에 들면 연애를 시작한다지만 영식은 예식장까지 잡아놓고도 여자를 요리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처량하기만 했다.</p><p>정숙은 요조숙녀처럼 굴지 않으면 이번 결혼이 절대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에 어떻게든 거절할 수 있는 데로 거절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p><p>정숙이라는 예쁜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었지만 사실 자신은 결코 정숙하지 못한 세월을 살아왔다.</p><p>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져 버렸고 대학교 때는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강남의 유흥가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가끔씩 외박을 일삼곤 했다.</p><p>오히려 돈을 쏠쏠하게 모아둔 덕분에 부모님께 용돈도 두둑히 부쳐드릴 정도였기에 아버지가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거액을 부치냐고 물어올 때면 장학금을 탔다고 능청스럽게 얼버무렸지만 가슴 한구석은 늘 따끔거렸다.</p><p>그 시절을 돌아보면 대학 생활이 끝나가는 것이 유독 싫기만 했다.</p><p>학생이라는 신분만 달고 있어도 몸값이 치솟던 그 시절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p><p>사회에 나와 직장을 다니며 받는 월급이란 돈은 자취방 월세 내고 예쁜 옷 한 벌 해 입으면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형편에 불과했다.</p><p>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예쁘게 꾸미고 멋진 남자들의 눈에 띄기만 하면 얼른 시집이나 가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던 참이었다.</p><p>정숙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박대리는 총각인데다가 인물도 훤하고 집안까지 든든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p><p>요조숙녀인 척 천상 여자의 코스프레를 하려니 온몸이 베베 꼬이고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p><p>벌써 5년 이상을 오로지 몸으로만 부딪치며 살아온 터라 이렇게 시집을 가겠다고 조숙하게 숨죽여 사는 것은 어두운 감옥에서 썩는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게 느껴졌다.</p><p>하지만 이 완벽한 박대리를 꼬셔서 코를 꿰려면 이 짓거리도 앞으로 얼마간은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내야만 했다.</p><p>마침내 남자의 낚싯바늘에 묵직하게 걸려들었다.</p><p>어느 날 저녁 박대리가 은밀한 눈빛을 보내며 같이 근사한 저녁 식사나 하자고 데이트를 제의해 왔다.</p><p>기다렸던 순간이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밥만 툭 덩그러니 얻어먹고는 꽁무니를 빼며 자리를 떴다.</p><p>아쉬움이 짙게 남아야 다음 만남이 기약된다는 연애의 법칙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그 놈의 코를 확실히 꿰기 위해선 철저한 철벽 방어가 필수였다.</p><p>시간이 흐를수록 남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 왔고 급기야 부모님을 한 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진지한 제의까지 건네 왔다.</p><p>혹시라도 시아버지 될 사람이 과거 강남의 술집에서 자신을 숏타임으로 안고 올라탔던 그 손님 중 한 명이면 어쩌나 하는 끔찍한 상상에 얼굴에 철판을 두껍게 깔고서야 겨우 부모님을 대면할 수 있었다.</p><p>다행히 시부모 될 사람들은 인상도 넉넉하고 며느리를 진심으로 아껴줄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p><p>박대리가 계속해서 오늘 밤 한판 붙자고 끈질기게 꼬드겨 올수록 정숙은 더욱 엉덩이를 뒤로 빼며 남자의 애간장을 닳아 없어지게 만들었다.</p><p>어르신들은 그런 정숙의 새침하고 정숙한 태도를 더욱 가증스럽게 예뻐했고 역시 여자는 조신해야 시집갈 때 큰 도움이 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p><p><br /></p><p>그 시각 신입사원으로 새로 들어온 쭉쭉빵빵 늘씬한 미녀는 회사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p><p>대학을 막 졸업하고 풋풋한 얼굴로 입사한 그녀는 외모뿐만 아니라 심성까지 착해 누구도 그녀를 입에 올릴 때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p><p>점심 식사라도 같이 할라치면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교양 있는 여자답게 오물거리는 모습이 모든 남자들의 애간장을 살살 녹여내곤 했다.</p><p>이런 매력적인 여자를 다른 놈이 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가로채야 한다는 조바심이 영식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p><p>그래서 큰맘 먹고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고 은근히 제의했더니 당연히 튕길 줄 알았던 그녀가 의외로 선뜻 따라나서는 것이 아닌가.</p><p>오늘 기회에 한 번 맛보고 괜찮으면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야지 싶은 마음에 영식의 마음은 혼자서 붕 떠올랐다.</p><p>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가볍게 걸치고 슬슬 분위기를 끌어봐야겠다 마음먹었건만 여자는 밥만 후딱 먹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뺑소니치듯 사라져 버렸다.</p><p>이런 젠장맞을, 완전히 꽝을 치고 밥값만 고스란히 날린 꼴이 되었다.</p><p>하지만 오히려 이런 밀당 같은 일들을 계기로 다른 놈들보다 그녀와 더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가 생길 것 같은 묘한 위안마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p><p>몇 번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정이 듬뿍 쌓여갔고 이젠 제법 감칠맛이 도는 내 여자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온몸을 지배했다.</p><p>부모님에게 소개를 시켰더니 두 분 다 며느리감으로 합격점을 주었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양가 부모의 상견례를 건너뛰고 결혼 날짜에 이어 예식장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버렸다.</p><p>남자들이여, 한 번도 제대로 품어보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줄 알면 친구들이 뒤에서 다 손가락질하며 웃어댈 것이 뻔했다.</p><p>그런 치욕적인 웃음거리가 되기 싫다면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필코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다.</p><p><br /></p><p>영화관 안의 스크린은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수많은 청춘남녀들은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서로의 손목을 끈적하게 잡거나 어깨에 기대어 사랑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었다.</p><p>어두운 밤이 깊어갈수록 극장 문을 나선 영식과 정숙은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어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했다.</p><p>시원한 밤바람이 열린 차 창문 사이로 거칠게 쏟아져 들어오며 정숙의 긴 머리칼을 흐트러뜨려 더욱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게 만들었다.</p><p>영식은 기어를 변속하는 척 손을 뻗어 가만히 정숙의 매끈한 허벅지 안쪽을 슥 쓸어내렸다.</p><p>정숙은 남자의 거친 손길을 은근히 받아들이는 듯하더니 이내 정성껏 손을 밀어내며 방어벽을 쳤다.</p><p>영식의 손이 도망치듯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계곡을 탐닉하려 거칠게 파고들었지만 정숙은 겉으로는 만지는 것을 허락하는 척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철저히 저지했다.</p><p>"야, 정숙아. 진짜 딱 한 번만 만져보기라도 하자니까."</p><p>참다못한 영식은 화가 솟구쳐 정숙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치마 속으로 손을 푹 집어넣었다.</p><p>"싫어! 절대 싫단 말이야. 열흘만 지나면 우리 결혼식인데 그 며칠을 못 참아서 이래?"</p><p>앙칼지게 소리치며 정숙이 온몸으로 저항했다.</p><p>맥이 탁 풀려버린 영식의 손이 마지못해 기어봉을 거칠게 부여잡았다.</p><p>악셀레이터를 발끝으로 꾹 밟자마자 차는 순간적으로 정숙의 집 앞을 지나쳐 밤무채색의 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강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p><p>밤하늘의 둥근 달이 유난히 차갑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p><p>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수많은 모텔들이 빽빽이 들어선 유흥가 골목에 다다랐다.</p><p>정숙의 의견 따위는 물어볼 가치도 없다는 듯 영식은 그녀의 손목을 억지로 끌어당겨 모텔 로비의 회전문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p><p>카운터에서 번개처럼 방 키를 받아들고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층계를 높이 올라갔다.</p><p>당장이라도 나가겠다고 징징거리며 짜증을 부리는 정숙에게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방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p><p>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안쪽으로 훅 밀쳐내어 침대 위로 고스란히 눕혀버렸다.</p><p>아직 겉옷의 단추조차 제대로 풀지 않은 채 그 위에 올라탄 영식은 거칠게 입술을 포개며 농밀한 애무를 시작했다.</p><p>자꾸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정숙은 남자의 뜨거운 혀를 받아들이며 몸서리를 쳤다.</p><p>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미웠지만 수많은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던 옛 그리움이 몇 달간 꾹 참아온 세월과 맞물려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p><p>만약 영식이 조금만 더 모른 척 덮쳐준다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싶을 지경이었다.</p><p>불타오르는 가슴을 마음껏 제껴 보이며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꽉 품어 안고 싶었다.</p><p>탱글탱글한 젖가슴이 터질 듯 솟구쳐 올랐고 옷 속의 아랫배는 이미 벌써 흥건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p><p>어서 빨리 자신을 온전히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하얗게 뒤덮었다.</p><p>영식의 거친 손이 셔츠 틈새로 훅 파고들어 물컹거리는 가슴살을 사정없이 도려내듯 쥐어짜기 시작했다.</p><p>이 짜릿한 쾌감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온몸의 털끝이 곤두서며 전율과 함께 그 감각을 탐닉했다.</p><p>어느새 입술 사이에서는 달콤하고도 은근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며 방 안을 가득 채웠다.</p><p>두 다리를 활짝 벌리자 치마의 장벽이 무너지며 영식의 뜨거운 허리가 그 틈새로 깊숙이 파고들었다.</p><p>혹시라도 자신이 입은 축축한 팬티의 촉감을 남자가 눈치챈 것은 아닐까 하는 아찔한 불안감이 스쳤지만 두 손으로 남자의 머리통을 강하게 감싸 안으며 혀를 더욱 깊숙이 엮어 넣었다.</p><p>두 혀가 엉겨 붙어 끈적하게 구를 때마다 아득한 쾌감이 영혼을 뒤흔들었다.</p><p>반면 영식은 정숙의 몸이 완전히 달아올랐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p><p>그토록 자신의 애간장을 애타게 녹이던 여인이었건만 막상 덥치고 보니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릴 것을 왜 그토록 오랫동안 망설였는지 자신의 소심했던 과거가 억울해졌다.</p><p>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아 올리며 혹시라도 거부반응을 보일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속옷을 벗기기 시작했다.</p><p>하지만 정숙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영식의 손길에 몸을 완전히 맡기고 있었고 오히려 더 과감한 전개를 바라는 눈치였다.</p><p>뽀얗게 솟아오른 젖가슴의 윤곽이 살짝 드러나자 예쁘게 수놓아진 검은색 브래지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진 영식은 그저 손바닥을 얹어 지그시 눌러보았다.</p><p>팔딱이며 반응하는 젖꼭지는 손바닥 전체를 짜릿하게 감전시키며 영식의 숨통을 완전히 멎게 만들었다.</p><p>가만히 허리를 숙여 솟아오른 젖봉오리에 뜨거운 입술을 갖다 대자 정숙은 헉 소리를 내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p><p>입술의 위치를 아래로 옮겨 작은 배꼽 구멍을 혀끝으로 콕 찌르며 앙증맞은 애무를 이어갔다.</p><p>정숙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달콤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영식은 거추장스러운 자신의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p><p>정숙의 몸을 가리고 있는 것은 이제 겨우 작은 속옷 한 장뿐이었고 그 틈새로 배어나온 시커먼 숲의 흔적이 욕정을 더욱 부추겼다.</p><p>입술을 바짝 갖다 대자 질펀하게 젖어든 천 쪼가리 너머로 굴곡진 선이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p><p>그 선을 따라 혀를 부드럽게 움직이자 정숙의 손이 영식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얼굴에 꾹 밀착시켰다.</p><p>쪽쪽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그곳을 탐닉하던 영식은 참지 못하고 팬티의 옆 라인을 살짝 들어 올려 속을 들여다보았다.</p><p>검은 숲의 골짜기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능선이 보였고 넘쳐흐르는 물기가 계곡 전체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p><p>영식은 젖어든 팬티 사이로 혀를 굴리며 간지럽혔고 정숙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극도의 쾌감에 몸부림쳤다.</p><p>결국 또 한차례 울컥하며 꿀물이 쏟아져 내렸고 영식은 팬티를 완전히 벗겨낸 채 그 흥건한 곳으로 자신의 물건을 망설임 없이 밀어 넣었다.</p><p>아낌없이 뿌리 깊숙이 박혀드는 그 순간, 며칠 전 수술했던 처녀막 재생의 흔적이 한 줄기 붉은 선혈을 남기며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p><p>물을 만난 기러기처럼, 뜨거운 불을 만난 불나방처럼 두 사람의 육신은 엉겨 붙어 밤이 새도록 거칠게 뒤섞였다.</p><p><br /></p><p>날이 밝아 밝은 아침 햇살이 비쳐들었지만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며 나란히 출근하여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소화해 냈다.</p><p>영식의 눈에는 정숙이 그저 한없이 애틋하고 그리웠으며 이제 겨우 9일만 지나면 온전한 내 여자가 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했다.</p><p>정숙 역시 자신만의 한 점 붉은 혈의 증거가 이토록 순진한 남자의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p><p>그들의 결혼 준비는 완벽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p><p>어느 날 저녁 회사 차원에서 조촐한 회식이 잡혔지만 정숙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 준비 때문에 참석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p><p>직장 동료들도 정숙의 불참을 당연하게 여겼고 영식은 혼자서 회식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내심 아쉽긴 했지만 신부를 위해 양보하는 그 모습이 더욱 기특하고 대견스러울 뿐이었다.</p><p>직원들은 곧 유부남이 될 영식을 놀려대며 맘껏 취하도록 폭탄주를 권해댔고 결국 영식은 완전히 술에 찌들어 인사불성이 된 채 동료들과 헤어져 귀가했다.</p><p>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영식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낯선 공간에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총무과의 미스 김이 알몸으로 나란히 누워 있었다.</p><p>곧게 뻗은 매끈한 두 다리가 눈에 들어왔고 그 위로 검은 숲과 살짝 솟아오른 아랫배가 시야에 걸려들었다.</p><p>배꼽을 타고 올라가니 풍만한 글래머 젖가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 채 골아떨어진 미스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p><p>화들짝 놀란 영식은 서둘러 미스김을 거칠게 흔들어 깨웠고 그녀는 졸린 눈을 가로뜨더니 영식을 보자마자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p><p>"이 짐승 같은 인간아!!!"</p><p>영식은 영문도 모른 채 머리를 감싸쥐었다. 왜 자신이 정숙을 두고 미스김과 이 야밤에 한 침대에 누워 있는지 도무지 기억의 조각을 맞출 수가 없었다.</p><p>"네가 내 몸을 어떻게 책임질 거야!"</p><p>"저,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요?"</p><p>"네가 술에 취한 척 능청을 떨면서 날 완전히 겁탈했잖아! 그러면서 일주일 후에 나랑 결혼하자며 온갖 감언이설로 꼬셨으면서!"</p><p>"안 됩니다! 난 이미 정숙이와 결혼 날짜까지 싹 잡아놨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p><p>"넌 완벽한 짐승이야. 결혼 날짜까지 떡하니 잡아놓은 놈이 나한테까지 와서 결혼하자고 속여?"</p><p><br /></p><p>며칠의 시간이 피를 말리듯 흘러갔다.</p><p>정숙은 오직 조용한 방 안에서 예식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지 안달이 났다.</p><p>마침내 운명의 결혼식 당일이 밝았고 식장 대기실에는 정숙의 절친한 친구들이 먼저 찾아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p><p>하지만 친구들의 눈은 어째서인지 토끼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슬픔에 겨워 엉엉 울기 바빴다.</p><p>"정숙아... 너 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야?"</p><p>"왜 그래, 얼굴들이 왜 이래?"</p><p>"영식이라는 그 인간이... 글쎄 총무과 미스김이랑 눈이 맞아 가지고 벌써 폐백까지 다 끝마치고 결혼식을 해버렸대!"</p><p>"뭐라고?!"</p><p>"지금 저쪽 폐백실에서 웃고 떠들고 있다니까... 너 빨리 가서 직접 확인해 봐!"</p><p>정숙의 머릿속에서 청천벽력 같은 비보와 함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 덮쳐왔다.</p><p>아무리 내 몸을 더럽히고 한 점 붉은 피의 순결을 바쳤다 한들 그 얄팍한 남자의 변심까지는 결코 속여 넘기지 못했던 것인가.</p><p>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만큼 무너져 내리는 허탈감 속에 하얀 웨딩드레스가 그토록 거추장스럽고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p><p>결국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린 정숙을 일으켜 세우려 주변의 수많은 손길들이 다급하게 다가오고 있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Sat, 03 Oct 2026 00:42:30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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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늦은 토요일 아침의 두통과 잊혀진 기억의 조각들</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792</link>
	<description><![CDATA[<p><b>늦은 토요일 아침의 두통과 잊혀진 기억의 조각들</b></p><p><b><br /></b></p><p>​늦은 토요일 아침 창섭은 두 눈을 떠보지만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고 있었고 깨져오는 머리는 그만 창섭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br /></p><p>어제 내가 무엇을 마신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통 어제의 일이 생각이 나질 않고 있었다.</p><p>이차까지 간 것은 알겠는데 언제 집에 들어온 것인지 풀어 헤쳐진 와이셔츠며 바지의 모양을 보니 그대로 침대에 업어져 있었던 것만 같았다.</p><p>좌우간 내 인생은 술이 문제가 분명하다고 자신을 한탄하면서 창섭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목욕탕으로 들어가고 있었다.</p><p>풀어헤쳐진 옷을 벗는 창섭은 벗은 팬티를 보는 순간 눈이 동그랗게 변하고 있었다.</p><p>팬티 안쪽에 허옇게 달라붙은 무언가에 창섭의 미간이 좁아지고 있었다.</p><p>이건 또 무엇이냐며 팬티를 보며 자신의 아래를 쳐다보는 창섭은 자신의 음모에도 하얀 무언가를 보며 손으로 만져보고 있었다.</p><p>이씨 대체 찬물을 틀어 놓고는 그대로 머리로 맞는 창섭은 지난밤을 생각이라도 하려고 하는지 미간을 좁히며 생각을 해보지만 제대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p><p>꼭 끊어진 필름을 이어 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것에 괜히 창섭은 짜증만 나고 있었다.</p><p>어제 이차까지 가고 그래 내 파트너가 아닌데 나 혼자 나온 것 같은데 그럼 나 혼자 나온 게 그 집이 아닌가 하며 에이 무슨 술을 그리 처마시냐고 자책했다.</p><p>찬물로 샤워를 하며 몸에 붙은 비누를 닦아내고 있을 때 목욕탕 문이 벌컥 열리고 있었고 창섭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p><p>야 하며 어머 미안 오빠 있었네라며 창섭의 동생인 창희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웃으며 문을 닫고 있었다.</p><p>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오는 창섭에게 창희는 밥을 먹으라고 하고 있었다.</p><p>오빠는 뭔 술을 그리 마시고 들어오냐는 물음에 그게 그렇다며 좀 노크 좀 하라고 손을 뒀다 국 끊일 거냐고 다 큰 계집애가 역정을 냈다.</p><p>뭐 오빠 잘못이지 단둘이 살면서 욕실 문이 열려 있으면 누가 있다고 생각하겠냐며 나 원 참이라고 대꾸했다.</p><p>주방에서 등을 보이며 대꾸를 하는 창희의 뒷모습을 창섭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p><p>그렇게 술을 마시면 속이 좋겠냐는 말에 뭐 좋겠냐 좀 쓰리다고 대답했다.</p><p>좀 작작 좀 마시라며 일주일에 일곱 번이 뭐냐고 타박하자 그러게 말이라며 창섭은 창희에게 속이 아프다고 표현을 하려고 하는지 괜히 배를 움켜잡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p><p>자 한 술 떠라 북어국이라며 건데기는 일부러 안 펐다고 건넸다.</p><p>그래도 창희 너밖에 없네 오라비를 위해서라며 헤헤거리자 멎쓱한지 창섭은 뒤통수를 긁으며 창희가 떠준 국을 그릇째 마시고 있었다.</p><p>근데 오빠라며 응 하고 대답하자 결혼 안 하냐고 물었다.</p><p>결혼이라며 응 내 친구들은 새언니다 뭐다 하며 수다를 떠는데 난 그러네라며 턱을 괴고서 물끄러미 창섭을 바라보고 있었다.</p><p>나보다 네가 더 급한 거 아니냐며 난 아직 삼십 초잖아라며 말을 흐렸다.</p><p>남자 나이 삼십 초는 그럭저럭 봐줄만 하지만 여자 나이 삼십은 좀 그럴 텐데라고 반박했다.</p><p>뭐 내가 어디가 어때서 아직은 줄을 서네 마네 하자 방금이다 중반 넘어가는 거 나 봐 삼십 초라고 하지만 나도 내년이면 서른다섯이라며 하긴 너 걱정도 걱정이지만 나도라며 헤헤 웃었다.</p><p>창섭은 실없는 웃음을 보이며 창희를 바라보고 있었다.</p><p>오빠 여자 없어라며 없으면 내 친구 소개시켜 줄까라고 제안했다.</p><p>됐어 네 친구면 낼모레면 서른인데 이왕 가는 거라면이라며 훗훗후 웃었다.</p><p>아유 이래서 남자들은 도둑이라니까 자기 나이를 생각도 안 한다며 창희의 대꾸에 창섭은 뭐가 좋은지 웃고만 있었다.</p><p>오빠 우리 나가자며 어디 가냐는 질문에 어디긴 쉬는 날 무료하게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자며 오빠 옷도 좀 사야겠다고 졸랐다.</p><p>내 옷이라며 나 옷 있다고 거부했다.</p><p>아유 어린 여자도 만나고 그럴려면 옷 입는 거라도 맞춰야지 있는 건 전부 아저씨 같은데라며 창희는 식탁에서 일어나 창섭의 손을 잡아끌고 있었다.</p><p>알았어 이 손 좀 놓아 알았으니까 십 분 후에 나오라며 방으로 들어간 창섭은 옷걸이에 대충 걸려있는 옷들을 입어보고는 있지만 모처럼 쉬는 날 밖에 나간다는 게 그리 내키지 않는지 궁시렁대고 있었다.</p><p>자야 하는데 에고 내 팔자야라며 대충 옷을 걸치고 나온 창섭은 창희의 방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p><p>야 나 나왔어라며 알았다는 소리와 함께 창희의 모습이 보이자 창섭은 그만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p><p>왜 그러냐며 야 아무리 친오빠하고 나간다지만 옷꼴이 그게 뭐냐 여자애가라고 타박했다.</p><p>내가 뭐 어때서 그럼 오빠하고 나가는데 꽃단장이라도 하고 나오는지 알았냐며 퉁명스럽게 창희는 대꾸를 하며 현관문을 박차듯이 나가고 있었고 창섭은 이내 창희를 좇아 나서고 있었다.</p><p>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오후의 도심지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p><p>아유 웬 사람이 이리도 많냐는 창섭의 궁시렁에 창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쇼윈도의 진열된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p><p>서너 시간을 돌아다니며 창섭의 손에는 하나둘씩 물건이 들려지고 있었고 쇼핑의 즐거움인지 창희의 얼굴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p><p>야 그만 사자 무겁다 살림을 거덜 낼 거냐며 타박했다.</p><p>호호호 조금만 더 이따 오빠 좋아하는 고기 사줄게라며 앞장을 서며 걸어가는 창희의 모습을 창섭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p><p>어둑어둑해질 무렵이 다 되어 창희의 쇼핑도 끝나나 싶었다.</p><p>오빠 이제 가자 집 앞으로 가서 아까 약속한 대로 고기 사줄게라며 이 짐은 어쩌냐고 묻자 짐 그거 집에 놔두고 나오면 되지라며 호호 웃었다.</p><p>창희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하며 창섭은 창희가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며 양손 가득 잡았던 짐들을 집에 놔두고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p><p>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고깃집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p><p>너무 사람이 많지 않냐며 소란스러운지 창희는 창섭의 귀에 대고 소곤대고 있었다.</p><p>자 마셔 오빠 해장해야 하잖아라며 술을 따르자 내가 술꾼이냐 술로 해장하게라며 투덜댔다.</p><p>호호호 뭐 일주일에 일곱 번 술 마시면 술꾼이지 그게 정상이냐고 받아쳤다.</p><p>하긴 그렇다며 주고니 받거니 하는 남매는 어느덧 서너 병의 술병을 비우고서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있었다.</p><p>와 이게 우리 남매가 마신 술이라며 술값 계산을 하는 창섭은 영수증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p><p>얼마나 나왔냐며 창희는 창섭에게 기대듯이 창섭을 끌어안으며 어깨 너머로 영수증을 바라보고 있었다.</p><p>좀 많이 나왔다며 이게 좀 많이냐고 되물었다.</p><p>술에 취한 채 밤거리를 걷는 두 사람은 좀 전과는 다르게 서먹서먹한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p><p>오빠라며 떨어져 걷던 두 사람이지만 어느새 창희는 창섭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매달리고 있었다.</p><p>왜 그러냐 기집애야라고 묻자 기집애가 뭐냐 나도 낼모레면 서른이라며 토라진 척했다.</p><p>후후 그래서 삐지냐고 놀리자 뭐 삐지긴 하냐며 대꾸했다.</p><p>근데 왜 부르냐고 묻자 오빠 아까 보니까라며 말을 흐렸다.</p><p>뭘 봤는데라고 묻자 아까 낮에 오빠 샤워하는 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p><p>창섭은 그 말에 당황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p><p>아까 낮에 오빠 보니까 참 크더라며 호호호 웃었다.</p><p>팔짱을 끼고 가던 창희는 이내 팔짱을 풀고는 자기가 그런 말을 해서 민망한지 멀찍히 도망을 가듯 앞서 달려나가고 있었고 창섭이 그런 창희를 바짝 뒤쫓아 잡고 있었다.</p><p>이게 지 오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네가 그래서 시집을 못 가는 거라며 타박했다.</p><p>내가 뭘 그러냐며 옥신각신하며 집으로 온 두 사람은 집에 들어와서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화를 내며 때론 웃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p><p>거실 소파에 기대듯이 쓰러져 앉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p><p>왜 웃냐고 묻자 그럼 오빠는 왜 웃냐고 되물었다.</p><p>그냥 웃겨서 그렇다고 하자 뭐가 웃기냐고 했다.</p><p>나이가 꽉 차 남매가 술에 취해서 이러는 게 웃기고 좀 그렇다며 근데 넌 왜 웃냐고 물었다.</p><p>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며 우리가 좀 한심스럽다는 뭐 그런 거지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던 창희와 창섭은 이내 굳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p><p>그냥 웃자 우리가 아직 솔로이니까 이럴 수 있는 거지라며 합리화했다.</p><p>그래 오빠 좋게 생각하자 뭐 우애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라며 헤헤 웃었다.</p><p>술에 취해 벌갛게 달아오른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p><p>우리 한잔 더 할까라고 제안하자 또 그러냐며 응 그냥 여기서 멈추려고 하니까 그러네 또 간만에 동생하고 마시니까 좋다고 했다.</p><p>오빠 진짜 중독이라며 그래 까짓것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는데 마시자고 했다.</p><p>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창희는 주방으로 가서 이내 한손에는 술병과 잔을 다른 한 손에는 무언가 담은 봉지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p><p>그게 뭐냐고 묻자 이거 안주가 없더라 그래서 며칠 전에 산 안주라며 웃었다.</p><p>하하하 멸치면 어떻고 소금이면 어때 그냥 가져오라며 딸꾹질을 했다.</p><p>소파에 마주보며 앉은 창희와 창섭은 서로에게 주고니 받거니 하며 가져 나온 술을 비우고 있었다.</p><p>창희야 너 결혼 안 하냐고 묻자 결혼이라며 응 있잖니 여자가 말이야 혼자 사는 것도 보기가 안 좋고 그리고 혼자 살면 더 아프다고 했다.</p><p>그래 왜 혼자 살면 더 아픈데 남자는 안 그러냐고 반문했다.</p><p>남자는 그렇고 여자가 혼자 살면 말이야 좌우간 어디서 들었다고 얼버무렸다.</p><p>창섭의 이야기에 창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p><p>근데 창희야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라고 입을 열었다.</p><p>뭔데라며 창희는 얼굴을 창섭에게 바짝 들이대며 물고 있었다.</p><p>야 기집애야 떨어져 놀랬잖아라며 손사래를 쳤다.</p><p>호호호 오빠도 오바다라며 근데 궁금한 게 뭔데라고 재촉했다.</p><p>응 우리 사무실에도 보면 너보다도 나이가 있는 직원이 있는데 아직 솔로거든이라며 말을 꺼냈다.</p><p>근데 어쨌냐고 물었다.</p><p>응 근데 궁금하더라고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남자를 모르지 않을 거고 또 그리고라며 말을 흐렸다.</p><p>그리고가 뭐냐고 하자 창섭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는지 창희는 몸을 바짝 창섭에게 다가가고 있었다.</p><p>응 남자를 알면 그게 생각이 날 텐데 어떻게 해결을 할지 궁금하다고 했다.</p><p>느닷없이 창희는 손뼉을 치며 웃고 있었다.</p><p>호호호 남자들은 참 이상해 왜 그게 왜 궁금할까라며 웃었다.</p><p>창희의 말에 창섭은 할 말이 없었다.</p><p>굳이 따지자면 지금 술을 먹은 상태에서 술의 기운을 빌어 말을 했지만 왜 자신도 그게 궁금한지는 모르고 있었다.</p><p>글쎄 지나가는 여자의 핸드백 속에는 뭘 가지고 다니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겠지라며 창섭은 손에 들려져 있는 술잔을 한 번에 비우고 있었다.</p><p>호호호 남자들은 이상해 왜 그게 그렇게 궁금한지 애나 어른이나 아마도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나봐 자기들도 그러니까 남들도 그런다고 호호호 웃었다.</p><p>글쎄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아니 동생한테 그것도 여동생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난 그렇거든이라고 실토했다.</p><p>뭐가 그러냐고 물었다.</p><p>남자야 그게 생각이 난다면 글쎄 뭐 해결할 때가 많거든 그런데 여자는 어쨌든 그렇잖아라며 말끝을 흐렸다.</p><p>소파에 비스듬히 팔을 괴고 창희는 창섭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중간중간에 자신의 오빠인 창섭을 쳐다보며 알듯 모를 듯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p><p>참 남자들은 이상해 그게 뭐가 중요할까 어디서 뭘 하든 상관없지 않냐고 했다.</p><p>좀 그렇다 남자들이 근데 때론 그게 궁금하더라고 관두자 이 오빠가 술 먹고 그 기운에 헛소리 좀 해봤다며 창섭은 쓴웃음을 지었다.</p><p>아니야 오빠 뭐 그럴 수도 있지 나이가 되어서 그걸 알면서도 하긴 나도 마찬가지겠지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p><p>때론 여자들도 말이지 오빠 이를테면 아까처럼이라며 말을 흐렸다.</p><p>아까 뭘 말하냐고 묻자 응 아까 낮에 갑자기 오빠를 봤는데 그때 사실 오빠가 오빠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p><p>창희는 창섭의 얼굴을 쳐다보며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p><p>아니다 나도 술을 마셔서 그런가봐 오빠 호호호 웃었다.</p><p>술에 온몸이 붉어진 두 사람은 많이 마신 탓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지 자주 몸을 비비 꼬며 소파에 등받이 혹은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p><p>아까 뭐 어쨌다는 거냐 계집애야라고 다그쳤다.</p><p>몸을 흔들며 창섭이 창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고 등을 돌려 앉은 창희의 얼굴이 창섭을 향하고 있었다.</p><p>호호호 뭐긴 뭐야 아까 낮에 오빠 씻고 있을 때 오빠 보니까라며 얼굴을 붉혔다.</p><p>창섭은 창희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p><p>제대로 말을 해야 알아듣지 아까 뭐 어쨌냐고 물었다.</p><p>에이 아까 낮에 오빠 씻고 있을 때 오빠 보니까라며 수줍어했다.</p><p>창희의 말에 그제서야 창섭은 이해를 하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을 하며 있었는지 많이 취한 듯한 표정을 하며 얼굴을 들고는 창희를 바라보고 있었다.</p><p>눈을 꼼벅이며 창섭은 무관심하다는듯이 아까 나 본 거냐 근데 그게 뭐 어쨌냐고 했다.</p><p>오빠 오빠 크더라라며 호호호 웃었다.</p><p>창섭은 창희에게 이런 대답을 듣고 싶었지도 모른다.</p><p>하지만 친남매라는 사실에 창섭과 창희는 서로를 경계하며 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p><p>창희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크긴 내가 좀 크지 근데 우린 남매거든 그것도 친남매라며 후후 웃었다.</p><p>보긴 봤구나 후후후 웃으며 서로를 응시했다.</p><p>그때 사실 오빠가 남자로 보이더라고 고백했다.</p><p>이기집애가 그리고 나 남자야 임마라며 받아쳤다.</p><p>호호호 누가 뭐래 오빠 남자지 누가 여자래라며 맞받아쳤다.</p><p>창희 역시 소파에 앉은 채 고개를 떨구다가도 바짝 얼굴을 들며 창섭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p><p>오빠 우리 많이 마셨지 그렇지 자야 하는데 오빠나 나나 내일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후후후 일어나라 계집애야라고 재촉했다.</p><p>꼭 지 동생한테 계집애라고 한다며 창희는 창섭이 내미는 손을 잡으며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p><p>이놈의 계집애가 지 오빠한테 대들기나 하고 네가 그래서 시집을 못 간다며 농담을 던졌다.</p><p>창희의 손을 잡으며 일으키기 위해 강하게 잡아당기자 창희는 일어서다 말고 휘청이며 창섭에게 기대고 있었다.</p><p>얼떨결에 껴안게 된 두 사람은 가까워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p><p>오빠 헤헤헤헤라며 웃었다.</p><p>뭉클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느낌이 자신의 가슴에 닿자 창섭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저 창희의 몸을 안다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고 창희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과 십 센티도 안 되게 가깝게 있자 심장의 울림이 빨라지고 있었다.</p><p>손을 천천히 올려 창희의 턱을 손등으로 비비면서 양뺨을 어루만지자 두 사람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었다.</p><p>창희 넌 내 동생인데라며 창섭의 손에 몸을 움찔하면서도 창희의 손은 창섭을 더 가깝게 그러면서 강하게 조이고 있었다.</p><p>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조이며 창희가 더 가깝게 들어오자 창섭은 괴로운지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p><p>동생인데 그치라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창섭의 넋두리 같은 소리도 소용없이 창섭과 창희의 입술이 붙고 있었다.</p><p>강하게 흡입을 하며 창희와 창섭은 서로의 입술을 빨아당기고 있었다.</p><p>한 손으로는 창희의 등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창섭은 창희의 얇은 면티를 걷어올리면서 천천히 창희의 맨살에 손을 대고 있었다.</p><p>창섭에게는 친동생이지만 여자의 맨살이 부드러운지 창섭의 중심은 요동을 치고 있었다.</p><p>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일어섰던 자리에 천천히 몸을 누이고 있는 두 사람은 거친 호흡만 할 뿐이었다.</p><p>바닥에 누운 창섭과 그 다리 사이 무릎을 굽히며 창섭의 몸에 엎드린 창희는 창섭의 고무줄 바지를 잡고서 끌어내리고 있었다.</p><p>엉덩이를 들어주며 창섭이 몸을 일으키고는 창희의 두 손을 잡아보지만 이미 창섭의 발기된 거시기는 두 사람 사이에 우뚝하게 서 있고 있었다.</p><p>창희야 우리 이러면 안 된다며 창섭이 말리려 했다.</p><p>창섭의 발기된 거시기를 바라보는 창희는 양손으로 창섭의 거시기를 잡고 있었다.</p><p>알아 근데 오빠라며 이내 창희는 고개를 숙이며 창섭의 귀두에 입을 벌려 덮어 씌우고 있었다.</p><p>으 헉 하며 창섭이 외마디 신음을 뱉어내며 몸을 뒤로 젖히면서 눕지 않으려고 하는지 양손으로 지탱을 하고 있었다.</p><p>한 손으로 거시기를 잡은 채 창희는 혀로 창섭의 귀두를 핥고 있었다.</p><p>으 읍 으 하며 창섭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연신 신음소리만 뱉어내고 있었다.</p><p>거시기를 잡은 창희의 손이 빨라지면서 흔들고 있었고 창섭은 그대로 뒤로 눕고 있었다.</p><p>천천히 움직이다가도 빨라지는 창희는 손바닥으로 창섭의 귀두를 문지르다가도 입을 열어 물어보고는 다시 문지르기를 서너 차례 창희는 다시 창섭의 거시기를 입에 문 채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p><p>창희의 머리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질수록 창섭의 신음소리의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고 창희는 창섭의 허벅지를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p><p>입으로 빨던 것을 멈춘 창희는 다시 손으로 감싸쥐면 아래위로 흔들기를 서너 차례 창섭의 허벅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단단해지고 있었고 창섭이 엉덩이를 위로 듬과 동시에 하얀 창섭의 정액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창희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의 손등에 흐른 정액을 손안으로 밀어 넣으며 다시 창섭의 거시기를 감싸 쥐며 흔들고 있었다.</p><p>밑둥에서부터 강하게 잡으며 짜내듯이 창희의 손은 천천히 올라오며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창섭의 정액을 뽑아내고 있었고 단단하게 굳어졌던 창섭의 허벅지 근육이 풀리면서 짜릿한 쾌감이 고통으로 몰려오자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 앉고 있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Sat, 03 Oct 2026 00:37:16 +0900</dc:date>
	</item>
	<item>
	<title>청평의 장대비 속, 물침대 위에서 꽃피운 잊지 못할 밤</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784</link>
	<description><![CDATA[<p><b>청평의 장대비 속, 물침대 위에서 꽃피운 잊지 못할 밤</b></p><p><b><br /></b></p><p>​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청평의 밤은 유독 짙고 무거웠다. '40대의 반란'이라는 온라인 동호회 카페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로 서로의 빈틈을 메우다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그녀와의 관계는, 3개월간의 아슬아슬한 통과의례를 지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쾌락의 궤도에 올라타 있었다.<br /></p><p><br /></p><p>북한강이 굽어보이는 궁전 같은 모텔의 708호실은 그날 밤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거대한 최음제나 다름없었다.</p><p><br /></p><p>물침대와 러브체어, 은은하게 번지는 적색 조명, 그리고 천장을 가득 채운 대형 거울 위로 창문을 두드리는 거친 빗소리와 옆방의 가쁜 신음이 겹쳐지며 이미 방 안의 공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p><p><br /></p><p>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눈에 담으며 냉수 마찰로 달궈둔 내 성기의 긴장을 다스린 뒤, 우리는 침대 위에 서로의 몸을 얽어맸다.</p><p><br /></p><p>달콤한 입술을 탐닉하고 풍만한 유방을 짓누르며 애액으로 흥건해진 그녀의 음부를 손가락과 혀로 집요하게 애무하자,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신음을 흘리며 내 이름을 불렀다.</p><p><br /></p><p>69 자세로 서로의 체액을 탐닉한 끝에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를 그녀의 뜨거운 질 구멍 속으로 깊숙이 쑤셔 박았고, 천장의 거울 속에는 성난 파도처럼 출렁이는 우리의 육체와 리드미컬한 피스톤 운동이 고스란히 비쳐졌다.</p><p><br /></p><p>예측할 수 없는 속도와 압박의 변주 속에서 시간은 완전히 멈춘 듯했고, 마지막 순간 카우걸 자세로 올라탄 그녀가 내 성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뜨거운 정액을 쥐어짜듯 쏟아내던 그 찰나, 우리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지운 채 완벽한 파라다이스의 절정에 도달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Fri, 02 Oct 2026 10:05:57 +0900</dc:date>
	</item>
	<item>
	<title>호텔의 밤, 그리고 미스박과의 위험한 일탈</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779</link>
	<description><![CDATA[<p><b>호텔의 밤, 그리고 미스박과의 위험한 일탈</b></p><p><b><br /></b></p><p>​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피서지의 민박촌에서 방을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헤매다 결국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호텔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던 그날, 로비 문을 들어서자마자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br /></p><p><br /></p><p>엉겁결에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우리 회사 사무실의 노처녀 미스박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앞을 가로막듯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p><p><br /></p><p>"어머, 김 대리님 혼자 오셨어요?"라며 묻는 그녀에게 나는 이틀 뒤 처가 식구들이 합류하기 전까지 홀로 자유를 즐기러 내려왔다고 둘러댔고, 방이 없어 시내 여관방이라도 찾아가야 할 판국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p><p><br /></p><p>미스박은 자신이 묵고 있는 방의 이틀 뒤 남은 일정을 내게 프리미엄까지 붙여 인수하라고 농담을 건네더니, 결국 "응큼한 생각만 안 하면 방을 같이 쓰자"는 파격적인 제안과 함께 방값 8만 원을 조건으로 자신의 객실로 나를 이끌었다.</p><p><br /></p><p>식구들과 함께 먹으려고 가져온 짐을 한쪽 구석에 대충 처박아 두고, 더블 침대 위를 가지러운 이부자리로 정리하며 방 안을 대충 정돈한 뒤,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백사장으로 나섰다.</p><p><br /></p><p>햇살이 이글거리는 모래사장을 지나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1년 동안 쌓인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와 억눌린 피로를 파도 속에 씻어내고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어시장의 허름한 매운탕집에서 얼큰한 잡탕에 소주잔을 기울였다.</p><p><br /></p><p>창밖으로 등대 불빛이 아롱대고 해변의 인파가 하나둘 흩어질 때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가벼운 비밀과 속내를 나누었고,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든 미스박을 부축해 눕힌 뒤 나 역시 바닥에 누우려던 찰나 예상치 못한 변곡점이 찾아왔다.</p><p><br /></p><p>깊은 잠에 빠져 있던 미스박이 갑자기 가슴이 간지럽고 햇볕에 익어 따갑다며 침대 위로 나를 끌어올렸고, 팔뚝과 허벅지 안쪽에 파스를 발라달라며 하소연하는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과 대담한 눈빛에 이성간의 방어벽이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p><p><br /></p><p>"가슴이 간지러운 건 어떻게 못 해주죠?"라는 도발적인 주문에 결국 이성을 잃은 나는 미스박의 풍만한 유방에 입술을 묻고 젖봉우리를 짓뭉개며 거칠게 애무하기 시작했고, 미스박 역시 낮부터 나만 바라보며 마음을 앓았다는 진심 어린 고백과 함께 다리를 활짝 벌려 내게 음부를 열어젖혔다.</p><p><br /></p><p>끈적한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든 그녀의 질 속으로 단단하게 발기한 내 성기를 깊숙이 밀어 넣자, 방안에는 찔꺽거리며 부딪히는 치골의 소리와 뜨거운 신음이 뒤섞여 울려 퍼졌고, 우리는 밤새도록 몇 차례나 격렬한 오르가즘의 홍수 속을 헤엄치며 서로의 육체를 탐닉했다.</p><p><br /></p><p>다음 날 아침,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당당하게 내 팔고리를 꿰차고 해변가를 거닐며 자신의 사랑이 가까이에 있었다고 속삭이는 미스박의 모습 속에서, 나는 일상에서 벗어난 또 다른 치명적인 일탈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Fri, 02 Oct 2026 10:03:37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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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로운 조카의 방에서 피어오른 금지된 불꽃의 서막</title>
	<link>https://jusoya.info/bbs/board.php?bo_table=GNB_64&amp;wr_id=55773</link>
	<description><![CDATA[<p><b>외로운 조카의 방에서 피어오른 금지된 불꽃의 서막</b></p><p><b><br /></b></p><p>​돌아가신 형님의 빈자리를 남몰래 메우며 객지에서 홀로 고단하게 살아가던 서른한 살의 조카는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작은아빠인 나를 마치 연인처럼 허물없이 따르고 있었고, 따뜻한 위로와 가끔 건네는 용돈, 그리고 결혼 잔소리를 하지 않는 배려 덕분에 우리는 깊은 신뢰와 친밀감을 쌓아 가고 있었다.<br /></p><p>어느 날 조카가 혼자 지내는 자취방을 찾아가 안부를 살피던 중, 늦은 밤 마땅히 잘 곳이 없어 한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누우게 되었고, 조카는 오랜만에 애인 같은 작은아빠의 팔베개를 베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으나 나 작은 아버지는 곤히 잠든 조카의 예쁜 얼굴을 마주할수록 치솟는 억눌린 욕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p><p>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나누고 가슴을 만지고 싶다는 금지된 충동을 겨우 참아내며 조카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결국 이성을 잃고 조심스럽게 조카의 입술에 내 성기를 대고 문지르거나 입맞춤을 하고, 브라우스 속으로 손을 넣어 우유빛깔의 탱탱한 젖가슴을 살며시 만지작거렸다.</p><p>참지 못하고 조카의 팬티를 내려 속살을 드러낸 뒤 입술로 보지를 핥고 손가락을 집어넣어 구멍을 휘젓던 그 순간, 깜짝 놀라 눈을 뜬 조카가 내 손목을 잡으며 "작은아빠, 내가 그렇게 이뻐?"라고 물어와 숨이 턱 막혔지만, 조카는 오히려 "작은아빠 괜찮아, 사실 나도 무척 외로웠어"라며 내 두 팔을 벌려 자신의 배 위로 올라오도록 부드럽게 이끌었다.</p><p>조카가 직접 내 성기를 자신의 보지 구멍 속으로 넣어주며 마음껏 안아달라고 속삭인 그날 밤 우리는 완전히 하나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시도 때도 없이 서로를 찾으며 젊음을 활활 불태우는 아찔하고도 끈적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p>]]></description>
	<dc:creator>주소야</dc:creator>
		<dc:date>Fri, 02 Oct 2026 10:02:08 +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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