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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2

주소야 (1.♡.245.160) 2 224 0 0 2026.10.07

외로운 장모를 위로하러 간 날 2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안방에는 여전히 수진이 누워 있었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이기지 못했는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기척을 느낀 수진이 잠결에 눈을 떴다.

“왔어?”

목소리부터 까칠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수진이 물었다.

“엄마한테 과일은 잘 갖다 줬어?”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

“맛있게 잘 먹고 고맙다고 하더라.”

그것으로 끝이었다.

수진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래.”

짧게 대답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들었다.

나는 침대 옆에 서서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장모와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직접 나에게 엄마를 찾아가 위로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그 부탁을 받고 처가에 다녀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묘한 감정을 만들었다.

죄책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올라오는 감정도 있었다.

그동안 나는 매번 수진에게 거절당했다.

오늘은 피곤하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병원에서 너무 힘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해와 별개로 마음 한구석에는 서운함이 계속 쌓였다.

그런 내 앞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다른 관계가 생겨버렸다.

그것도 아내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장모와 말이다.

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다시 잠든 수진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우월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왔다.

그런데 냉장고 앞을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냉장고 옆에는 수진의 근무 일정표가 붙어 있었다.

대학병원 3교대 근무표였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휴무.

수진의 생활은 그 표에 따라 움직였다.

평소에는 나 역시 대충 확인하던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날부터 그 종이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수진의 나이트 근무 날짜를 하나씩 확인했다.

아내가 저녁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까지 병원에 있는 날이었다.

그날이라면 집은 밤새 비어 있었다.

누구에게 방해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스스로도 놀랐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장모와의 일은 우연한 사고처럼 시작됐다.

그런데 나는 벌써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며칠이 흘렀다.

그리고 수진의 나이트 근무 날이 찾아왔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은 수진은 출근 준비를 했다.

“나 갔다 올게.”

“응.”

“아침에 봐.”

현관문이 닫혔다.

철컥.

나는 한동안 거실에 그대로 서 있었다.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

장모였다.

처남 부부가 오늘 집을 비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번 마지막 순간 장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힘들 때 반찬 핑계라도 대고 연락하겠다던 말이었다.

그 약속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처가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는 처남 부부가 갑자기 돌아오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가.

또 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장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거기는 지난번처럼 위험해요.’

잠시 뒤 다시 문자를 적었다.

‘지금 택시 타고 우리 집으로 오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안방에서 기다릴게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내가 보낸 문장이 믿기지 않았다.

처가가 아니라 우리 집이었다.

그것도 수진과 내가 함께 사용하는 집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번 선을 넘고 나자 경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흐려지고 있었다.

얼마 뒤 현관 쪽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삐삐삐삐.

철컥.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잠시 뒤 안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장모가 서 있었다.

자신의 딸이 생활하는 집이었다.

더구나 지금 자신이 들어선 곳은 딸과 사위가 함께 사용하는 침실이었다.

장모 역시 그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평소 수더분하던 얼굴에는 긴장과 불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 서방.”

장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미쳤어.”

나는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장모가 방 안을 둘러봤다.

그리고 침대를 바라봤다.

“수진이 침대에서 이러면 정말 벌 받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모 역시 돌아서지는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술과 외로움이 있었다.

서로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감정이 무너졌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장모는 내가 왜 부르는지 알고 이곳까지 왔다.

나 역시 장모가 왜 오는지 알고 기다렸다.

우연이라고 말할 여지가 없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천천히 좁혀졌다.

지난번처럼 머뭇거리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다시 한번 서로를 끌어안았다.

수진이 매일 사용하는 침실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은 더욱 컸다.

나는 순간순간 아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장모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김 서방.”

몇 번이나 나를 불렀지만 돌아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야 했던 선을 넘어버렸다.

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누구도 우연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직접 날짜를 선택했다.

장소를 선택했다.

그리고 서로 만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불안감은 사라졌다.

대신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장모에게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오래 혼자 살아온 사람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 역시 아내에게 반복해서 거절당하면서 쌓아왔던 서운함을 그 관계 속에서 보상받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누구도 그것을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몰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밤은 깊어졌다.

집 안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

장모가 옆에 누운 채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말했다.

“김 서방.”

“네.”

“우리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큰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장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날의 관계는 새벽 가까이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 있었다.

수진의 근무가 끝나는 시간까지 무한정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모 역시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 놀랐다.

“나 가야겠다.”

장모는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

나는 현관까지 따라갔다.

문을 열기 전 장모가 다시 한번 집 안을 바라봤다.

특히 안방 쪽을 오래 바라봤다.

표정에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만 있는 얼굴은 아니었다.

장모가 돌아간 뒤 나는 침실로 돌아왔다.

방 안에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대충 정리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침구를 한번 털었다.

방 안도 환기했다.

그러나 피곤했던 탓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밤새 병원에서 근무한 수진이 돌아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수진은 피곤한 얼굴로 곧장 안방으로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으려던 수진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여보.”

목소리가 이상했다.

나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왜?”

수진은 침대 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남아 있었다.

수진의 머리카락과는 길이나 느낌이 달랐다.

게다가 침구 한쪽에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얼룩까지 남아 있었다.

수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거 뭐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진이 나를 돌아봤다.

“어제 나 없는 사이에 누구 불렀어?”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그제야 침대를 제대로 바라봤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수진은 침구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무언가 익숙한 흔적을 발견한 듯 표정이 더욱 굳었다.

잠시 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잠깐만.”

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여기서 엄마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지?”

그 한마디에 온몸이 굳었다.

수진은 자기 엄마가 사용하는 향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맡아온 냄새였다.

아무리 다른 냄새와 섞여 있어도 딸에게는 익숙했을 것이다.

“엄마가 여기 왔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수진의 표정에 처음으로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스쳤다.

“설마.”

수진은 그 다음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자신의 남편과 친엄마를 연결하는 상상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 선택한 것은 정면 돌파였다.

“당신 진짜 왜 이래?”

수진이 놀라 나를 바라봤다.

나는 최대한 억울한 사람처럼 말했다.

“그래.”

“어제 혼자 있었어.”

그리고 수진이 생각하고 있는 방향과 전혀 다른 설명을 쏟아냈다.

아내가 계속 피곤하다고 거절하니 혼자 외로웠다고 했다.

그러다 잠들었고 민망한 흔적이 남았다고 둘러댔다.

창피해서 먼저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수진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러면 엄마 냄새는?”

나는 잠시도 머뭇거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장모님이 전에 두고 간 향수 있잖아.”

“냄새 좀 바꾸려고 그거 뿌렸어.”

사실과 거짓을 뒤섞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수진의 시선이 다시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그럼 이 머리카락은?”

또 다른 설명이 필요했다.

“전에 장모님 댁 다녀왔잖아.”

나는 오히려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옷에 묻어왔겠지.”

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냈다.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건데?”

“어떻게 남편을 자기 엄마하고 그런 식으로 엮어?”

수진의 표정이 흔들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더러운 사람으로 보여?”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수진은 침대를 바라봤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머릿속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 같았다.

한쪽은 남편이 혼자 지내다 민망한 흔적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한쪽은 자신의 남편과 친엄마 사이에 자신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있었다는 의심이었다.

수진에게는 두 번째 가능성이 너무 끔찍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잡아낼 증거도 없었다.

머리카락 몇 가닥.

익숙한 향수 냄새.

그리고 침구에 남은 흔적.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어떤 일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결국 수진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미안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진이 다시 말했다.

“내가 요즘 병원 일 때문에 너무 예민했나 봐.”

잠시 뒤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그리고 당신한테 계속 피곤하다고만 해서 미안해.”

상황은 그렇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수진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다.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무언가 남아 있었다.

의심이었다.

한번 생긴 의심은 말 몇 마디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자기 엄마의 향을 딸이 착각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뒤늦게 두려움이 밀려왔다.

어젯밤에는 아내의 나이트 근무표를 보면서 완벽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수진이 병원에 있는 동안이면 절대로 들킬 일이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은 흔적을 남긴다.

머리카락 하나.

익숙한 향기 하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얼룩 하나.

그것만으로도 모든 비밀이 무너질 수 있었다.

수진은 샤워를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나는 혼자 침대에 앉았다.

불과 몇 시간 전 장모가 머물렀던 자리였다.

그리고 조금 전 그 딸이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엄마의 흔적을 발견했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번에는 간신히 넘어갔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욕실로 들어가기 직전 수진이 침대를 다시 한번 돌아보던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 눈빛은 모든 의심을 버린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머릿속 어딘가에 질문 하나를 깊숙이 묻어둔 사람의 눈빛이었다.

‘정말 엄마가 여기 왔던 건 아닐까.’

아마 그런 질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처음 처가에서 장모와 선을 넘었을 때보다 두 번째 만남이 훨씬 위험했다.

첫 번째는 충동이었다고 변명할 여지라도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

아내의 근무표를 확인했다.

장모에게 직접 연락했다.

그리고 아내가 없는 집으로 불렀다.

그 모든 선택을 내가 직접 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비밀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나와 장모 둘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수진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지만 분명한 균열이었다.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계속 들렸다.

나는 침대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을 하나씩 찾아 휴지통에 버렸다.

침구도 다시 살폈다.

이번에는 작은 흔적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돌았다.

이제 끝내야 한다는 생각과.

다시 장모에게 연락이 오면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두 생각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리고 욕실 문 너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미 무언가를 눈치채기 시작한 아내가 있었다.

그날 아침 우리 집에는 세 사람이 없었다.

장모는 이미 돌아간 뒤였다.

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과 비밀은 여전히 안방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침대에 남은 머리카락이나 향기가 아니었다.

수진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생겨난 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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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1.♡.2.249
스토리굿
김밥천국 1.♡.1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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