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먼저 잠을 깨운 그녀
새벽에 먼저 잠을 깨운 그녀
얼마 전 일이었다.
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 밖이 제대로 밝아지기 전인 새벽녘이었다.
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잠결에 아래쪽에서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꿈인가 싶었다.
하지만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누군가 장난스럽게 나를 깨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떠보니 역시나 그녀였다.
평소에도 먼저 하고 싶을 때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얘가 또 새벽부터 시작이구나.’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몸을 가까이 붙였다.
나는 그대로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의 반응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금세 정신이 또렷해졌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달이 나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조금만 움직임을 늦춰도 먼저 몸을 움직였다.
평소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 역시 금세 달아올랐다.
그래서 평소처럼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긴장감을 높이지 않았다.
서로 이미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바로 가까이 다가갔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인지 그녀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나는 잠시 속도를 늦췄다.
그러자 금세 괜찮다는 듯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
그때부터는 서로 익숙한 리듬을 찾았다.
수백 번 가까이 서로를 경험한 사이였다.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속도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어떤 움직임에 반응하는지도 알았다.
그녀가 숨을 짧게 들이마시면 조금 천천히 했다.
반대로 먼저 몸을 밀착시키면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런 식으로 서로의 반응을 읽었다.
한동안 자세를 바꿔가며 장난을 치던 중이었다.
내가 평소와 조금 다르게 움직였더니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나쁜 놈.”
뜻밖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왜?”
그녀가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
“너무 많이 괴롭히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밀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붙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그만할까?”
그러자 바로 대답이 없었다.
그 반응만 봐도 답은 뻔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다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호흡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짧게 끊어지던 숨소리가 점점 길어졌다.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결국 한차례 강한 절정이 찾아온 듯 그녀의 몸이 크게 떨렸다.
나는 잠시 움직임을 늦췄다.
그녀가 충분히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은 거기서 끝날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금 지나자 그녀가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
나 역시 다시 자세를 바꿨다.
이번에는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자세였다.
가까이 붙으니 표정 하나하나가 그대로 보였다.
나는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
그녀 역시 다시 달아올랐다.
그러다가 나 역시 점점 여유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호흡이 빨라졌다.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다급해졌다.
그녀는 그런 변화를 바로 알아차렸다.
평소 우리 둘은 역할을 정하고 상황을 만들어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날도 그녀가 갑자기 그런 분위기로 넘어갔다.
조금 전까지 적극적으로 나를 끌어당기던 사람이 갑자기 장난스럽게 저항하는 역할을 시작했다.
나 역시 그것이 둘 사이에서 합의된 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 설정에 맞춰줬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서로의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새벽부터 시작된 장난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둘 다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그녀도 내 옆에서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요즘 너 이상한데.”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
“예전보다 훨씬 잘 느끼는 것 같아.”
실제로 그랬다.
요즘 들어 그녀가 절정에 도달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반응 자체가 달랐다.
예전에는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방식이 그녀에게는 별로일 때도 있었다.
반대로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에 예상보다 크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시행착오가 수없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몸을 너무 잘 알게 됐다.
어떤 식으로 움직이면 좋아하는지.
언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
언제 조금 더 강하게 해야 하는지.
어느 순간에 잠시 기다려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아갔다.
나 역시 처음보다 능숙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녀의 변화가 컸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점점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내가 이끌어주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달랐다.
먼저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요구했다.
그날 새벽처럼 내가 자고 있는데 먼저 장난을 걸어 잠을 깨우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실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서로 즐기고.
그것으로 끝나는 관계였다.
그런데 시간이 쌓이고 서로를 수없이 경험하다 보니 몸에도 일종의 기억이 생긴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만으로도 원하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내 호흡이나 움직임만 보고 내가 어느 정도 흥분했는지 알아차렸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않은 상태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둘 다 완전히 정신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다시 새벽의 조용함이 느껴졌다.
나는 옆에 누운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나를 나쁜 놈이라고 타박하던 사람이 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아마 다음에도 비슷할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난을 걸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반응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래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없이 함께하면서 내 쪽도 그녀에게 맞춰졌고, 그녀 역시 자신의 취향에 점점 솔직해졌다.
그래서 요즘 들어 유독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이 잦아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익숙함이 반드시 지루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적어도 우리 둘 사이에서는 그랬다.
서로를 오래 알아갈수록 오히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정확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그날 새벽도 그런 익숙함 속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뜨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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