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끝에서 갑자기 꺼낸 섹파의 한마디
침대 끝에서 갑자기 꺼낸 섹파의 한마디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시간이었다.
우리 둘은 만나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져들곤 했다.
연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했고, 그렇다고 아무 감정도 없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서로의 몸과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한참 동안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고, 방 안에는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그러다가 잠시 자세를 바꾸려고 서로에게서 떨어졌을 때였다.
섹파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 여기 서서 해줄 수 있어?”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순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어디 서서?”
그러자 그녀가 침대 끝으로 움직였다.
침대 가장자리에 두 손을 짚더니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조금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덧붙였다.
“나 이렇게.”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았다.
평소에도 먼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지만, 그날은 말투와 표정이 조금 달랐다.
마치 오래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제야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자리를 옮겼다.
“알았어.”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수줍어하던 그녀가 엉덩이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
“왜?”
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리고 고백이라도 하듯 말했다.
“가끔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역시 더 흥분했다.
늘 만나던 상대였고 이미 서로에게 익숙할 만큼 익숙한 사이였지만, 이렇게 새로운 취향을 하나씩 알게 될 때면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새롭게 느껴지곤 했다.
나는 그녀가 편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몸을 가까이 붙였다.
“무릎 조금 구부려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
“이렇게?”
“응.”
나는 다시 말했다.
“다리도 조금 벌리고.”
그녀가 내 말대로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장난스럽게 웃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자 그녀가 짧게 숨을 삼켰다.
“아.”
나는 잠깐 멈췄다.
그녀가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러고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의 숨소리 역시 조금씩 커졌다.
침대 끝을 붙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러다가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나는 속도를 줄였다.
“아파?”
그녀가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나는 자세를 다시 조절했다.
“이 정도는?”
잠시 뒤 그녀가 말했다.
“응.”
이번에는 서로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호흡을 맞췄다.
처음 그녀가 원했던 자세였기 때문인지 조금 지나자 다시 긴장이 풀렸다.
오히려 아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다시 흥분했다.
“좋아?”
내가 물었다.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동안 숨을 몰아쉬다가 짧게 말했다.
“응.”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평소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유난히 서로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맞았다.
조금 움직이면 그녀가 자연스럽게 받아줬고, 내가 멈추면 그녀 역시 기다렸다.
한동안 그렇게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나도 점점 여유가 없어졌다.
“잠깐.”
이번에는 내가 말했다.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왜?”
나는 웃었다.
“너 오늘 장난 아닌데.”
그녀가 그 말을 듣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래?”
처음에는 자신이 먼저 부탁해놓고도 부끄러운 듯 말하던 여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허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그녀 역시 침대 끝을 단단히 짚었다.
그날도 결국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 더 알아갔다.
오랫동안 몸을 섞은 사이라고 해서 상대의 취향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새로운 말을 꺼냈다.
“나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별것 아닌 한마디였지만 그날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 장면은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침대 끝에 손을 짚고 나를 돌아보던 얼굴.
조금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던 목소리.
그리고 내가 좋으냐고 물었을 때 숨을 몰아쉬면서 들려왔던 짧은 대답.
“응.”
늘 만나던 섹파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처음 보는 여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예상 밖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서로를 찾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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