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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과 정숙의 끝나지 않는 연가

주소야 (13.♡.151.166) 7 140 0 0 2026.10.03

영식과 정숙의 끝나지 않는 연가


​결혼식장까지 예약했으니까 오늘 밤 우리 한판 제대로 붙어볼까 하던 영식의 끈질긴 구애에 정숙은 아직 처녀로 시집가고 싶다며 온몸으로 버텨내었다.

벌써 몇 번째 피하는 건지 묻는 영식의 타박에 정숙은 첫날밤에 모조리 주고 싶다며 조금만 참아달라고 달콤한 거짓말을 속삭였다.

그 놈의 첫날밤 타령을 집어치우고 오늘 딱 한판만 붙자는 남자의 애원에도 정숙은 자꾸 그러다간 나 그냥 가버리겠다고 앙칼지게 튕기며 애간장을 태웠다.

알았다고 영화나 마저 보자는 영식의 투덜거림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 타령을 주제 삼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쉼 없이 이어 나갔다.

남들은 먼저 맛보고 마음에 들면 연애를 시작한다지만 영식은 예식장까지 잡아놓고도 여자를 요리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처량하기만 했다.

정숙은 요조숙녀처럼 굴지 않으면 이번 결혼이 절대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에 어떻게든 거절할 수 있는 데로 거절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숙이라는 예쁜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었지만 사실 자신은 결코 정숙하지 못한 세월을 살아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져 버렸고 대학교 때는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강남의 유흥가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가끔씩 외박을 일삼곤 했다.

오히려 돈을 쏠쏠하게 모아둔 덕분에 부모님께 용돈도 두둑히 부쳐드릴 정도였기에 아버지가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거액을 부치냐고 물어올 때면 장학금을 탔다고 능청스럽게 얼버무렸지만 가슴 한구석은 늘 따끔거렸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대학 생활이 끝나가는 것이 유독 싫기만 했다.

학생이라는 신분만 달고 있어도 몸값이 치솟던 그 시절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와 직장을 다니며 받는 월급이란 돈은 자취방 월세 내고 예쁜 옷 한 벌 해 입으면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형편에 불과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예쁘게 꾸미고 멋진 남자들의 눈에 띄기만 하면 얼른 시집이나 가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던 참이었다.

정숙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박대리는 총각인데다가 인물도 훤하고 집안까지 든든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요조숙녀인 척 천상 여자의 코스프레를 하려니 온몸이 베베 꼬이고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

벌써 5년 이상을 오로지 몸으로만 부딪치며 살아온 터라 이렇게 시집을 가겠다고 조숙하게 숨죽여 사는 것은 어두운 감옥에서 썩는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완벽한 박대리를 꼬셔서 코를 꿰려면 이 짓거리도 앞으로 얼마간은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내야만 했다.

마침내 남자의 낚싯바늘에 묵직하게 걸려들었다.

어느 날 저녁 박대리가 은밀한 눈빛을 보내며 같이 근사한 저녁 식사나 하자고 데이트를 제의해 왔다.

기다렸던 순간이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밥만 툭 덩그러니 얻어먹고는 꽁무니를 빼며 자리를 떴다.

아쉬움이 짙게 남아야 다음 만남이 기약된다는 연애의 법칙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그 놈의 코를 확실히 꿰기 위해선 철저한 철벽 방어가 필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 왔고 급기야 부모님을 한 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진지한 제의까지 건네 왔다.

혹시라도 시아버지 될 사람이 과거 강남의 술집에서 자신을 숏타임으로 안고 올라탔던 그 손님 중 한 명이면 어쩌나 하는 끔찍한 상상에 얼굴에 철판을 두껍게 깔고서야 겨우 부모님을 대면할 수 있었다.

다행히 시부모 될 사람들은 인상도 넉넉하고 며느리를 진심으로 아껴줄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대리가 계속해서 오늘 밤 한판 붙자고 끈질기게 꼬드겨 올수록 정숙은 더욱 엉덩이를 뒤로 빼며 남자의 애간장을 닳아 없어지게 만들었다.

어르신들은 그런 정숙의 새침하고 정숙한 태도를 더욱 가증스럽게 예뻐했고 역시 여자는 조신해야 시집갈 때 큰 도움이 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 시각 신입사원으로 새로 들어온 쭉쭉빵빵 늘씬한 미녀는 회사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풋풋한 얼굴로 입사한 그녀는 외모뿐만 아니라 심성까지 착해 누구도 그녀를 입에 올릴 때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점심 식사라도 같이 할라치면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교양 있는 여자답게 오물거리는 모습이 모든 남자들의 애간장을 살살 녹여내곤 했다.

이런 매력적인 여자를 다른 놈이 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가로채야 한다는 조바심이 영식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큰맘 먹고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고 은근히 제의했더니 당연히 튕길 줄 알았던 그녀가 의외로 선뜻 따라나서는 것이 아닌가.

오늘 기회에 한 번 맛보고 괜찮으면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야지 싶은 마음에 영식의 마음은 혼자서 붕 떠올랐다.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가볍게 걸치고 슬슬 분위기를 끌어봐야겠다 마음먹었건만 여자는 밥만 후딱 먹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뺑소니치듯 사라져 버렸다.

이런 젠장맞을, 완전히 꽝을 치고 밥값만 고스란히 날린 꼴이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밀당 같은 일들을 계기로 다른 놈들보다 그녀와 더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가 생길 것 같은 묘한 위안마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몇 번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정이 듬뿍 쌓여갔고 이젠 제법 감칠맛이 도는 내 여자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온몸을 지배했다.

부모님에게 소개를 시켰더니 두 분 다 며느리감으로 합격점을 주었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양가 부모의 상견례를 건너뛰고 결혼 날짜에 이어 예식장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버렸다.

남자들이여, 한 번도 제대로 품어보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줄 알면 친구들이 뒤에서 다 손가락질하며 웃어댈 것이 뻔했다.

그런 치욕적인 웃음거리가 되기 싫다면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필코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다.


영화관 안의 스크린은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수많은 청춘남녀들은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서로의 손목을 끈적하게 잡거나 어깨에 기대어 사랑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두운 밤이 깊어갈수록 극장 문을 나선 영식과 정숙은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어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했다.

시원한 밤바람이 열린 차 창문 사이로 거칠게 쏟아져 들어오며 정숙의 긴 머리칼을 흐트러뜨려 더욱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게 만들었다.

영식은 기어를 변속하는 척 손을 뻗어 가만히 정숙의 매끈한 허벅지 안쪽을 슥 쓸어내렸다.

정숙은 남자의 거친 손길을 은근히 받아들이는 듯하더니 이내 정성껏 손을 밀어내며 방어벽을 쳤다.

영식의 손이 도망치듯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계곡을 탐닉하려 거칠게 파고들었지만 정숙은 겉으로는 만지는 것을 허락하는 척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철저히 저지했다.

"야, 정숙아. 진짜 딱 한 번만 만져보기라도 하자니까."

참다못한 영식은 화가 솟구쳐 정숙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치마 속으로 손을 푹 집어넣었다.

"싫어! 절대 싫단 말이야. 열흘만 지나면 우리 결혼식인데 그 며칠을 못 참아서 이래?"

앙칼지게 소리치며 정숙이 온몸으로 저항했다.

맥이 탁 풀려버린 영식의 손이 마지못해 기어봉을 거칠게 부여잡았다.

악셀레이터를 발끝으로 꾹 밟자마자 차는 순간적으로 정숙의 집 앞을 지나쳐 밤무채색의 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강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둥근 달이 유난히 차갑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수많은 모텔들이 빽빽이 들어선 유흥가 골목에 다다랐다.

정숙의 의견 따위는 물어볼 가치도 없다는 듯 영식은 그녀의 손목을 억지로 끌어당겨 모텔 로비의 회전문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번개처럼 방 키를 받아들고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층계를 높이 올라갔다.

당장이라도 나가겠다고 징징거리며 짜증을 부리는 정숙에게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방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안쪽으로 훅 밀쳐내어 침대 위로 고스란히 눕혀버렸다.

아직 겉옷의 단추조차 제대로 풀지 않은 채 그 위에 올라탄 영식은 거칠게 입술을 포개며 농밀한 애무를 시작했다.

자꾸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정숙은 남자의 뜨거운 혀를 받아들이며 몸서리를 쳤다.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미웠지만 수많은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던 옛 그리움이 몇 달간 꾹 참아온 세월과 맞물려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만약 영식이 조금만 더 모른 척 덮쳐준다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불타오르는 가슴을 마음껏 제껴 보이며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꽉 품어 안고 싶었다.

탱글탱글한 젖가슴이 터질 듯 솟구쳐 올랐고 옷 속의 아랫배는 이미 벌써 흥건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어서 빨리 자신을 온전히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하얗게 뒤덮었다.

영식의 거친 손이 셔츠 틈새로 훅 파고들어 물컹거리는 가슴살을 사정없이 도려내듯 쥐어짜기 시작했다.

이 짜릿한 쾌감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온몸의 털끝이 곤두서며 전율과 함께 그 감각을 탐닉했다.

어느새 입술 사이에서는 달콤하고도 은근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며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리자 치마의 장벽이 무너지며 영식의 뜨거운 허리가 그 틈새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입은 축축한 팬티의 촉감을 남자가 눈치챈 것은 아닐까 하는 아찔한 불안감이 스쳤지만 두 손으로 남자의 머리통을 강하게 감싸 안으며 혀를 더욱 깊숙이 엮어 넣었다.

두 혀가 엉겨 붙어 끈적하게 구를 때마다 아득한 쾌감이 영혼을 뒤흔들었다.

반면 영식은 정숙의 몸이 완전히 달아올랐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

그토록 자신의 애간장을 애타게 녹이던 여인이었건만 막상 덥치고 보니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릴 것을 왜 그토록 오랫동안 망설였는지 자신의 소심했던 과거가 억울해졌다.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아 올리며 혹시라도 거부반응을 보일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속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숙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영식의 손길에 몸을 완전히 맡기고 있었고 오히려 더 과감한 전개를 바라는 눈치였다.

뽀얗게 솟아오른 젖가슴의 윤곽이 살짝 드러나자 예쁘게 수놓아진 검은색 브래지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진 영식은 그저 손바닥을 얹어 지그시 눌러보았다.

팔딱이며 반응하는 젖꼭지는 손바닥 전체를 짜릿하게 감전시키며 영식의 숨통을 완전히 멎게 만들었다.

가만히 허리를 숙여 솟아오른 젖봉오리에 뜨거운 입술을 갖다 대자 정숙은 헉 소리를 내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입술의 위치를 아래로 옮겨 작은 배꼽 구멍을 혀끝으로 콕 찌르며 앙증맞은 애무를 이어갔다.

정숙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달콤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영식은 거추장스러운 자신의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정숙의 몸을 가리고 있는 것은 이제 겨우 작은 속옷 한 장뿐이었고 그 틈새로 배어나온 시커먼 숲의 흔적이 욕정을 더욱 부추겼다.

입술을 바짝 갖다 대자 질펀하게 젖어든 천 쪼가리 너머로 굴곡진 선이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그 선을 따라 혀를 부드럽게 움직이자 정숙의 손이 영식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얼굴에 꾹 밀착시켰다.

쪽쪽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그곳을 탐닉하던 영식은 참지 못하고 팬티의 옆 라인을 살짝 들어 올려 속을 들여다보았다.

검은 숲의 골짜기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능선이 보였고 넘쳐흐르는 물기가 계곡 전체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영식은 젖어든 팬티 사이로 혀를 굴리며 간지럽혔고 정숙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극도의 쾌감에 몸부림쳤다.

결국 또 한차례 울컥하며 꿀물이 쏟아져 내렸고 영식은 팬티를 완전히 벗겨낸 채 그 흥건한 곳으로 자신의 물건을 망설임 없이 밀어 넣었다.

아낌없이 뿌리 깊숙이 박혀드는 그 순간, 며칠 전 수술했던 처녀막 재생의 흔적이 한 줄기 붉은 선혈을 남기며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물을 만난 기러기처럼, 뜨거운 불을 만난 불나방처럼 두 사람의 육신은 엉겨 붙어 밤이 새도록 거칠게 뒤섞였다.


날이 밝아 밝은 아침 햇살이 비쳐들었지만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며 나란히 출근하여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소화해 냈다.

영식의 눈에는 정숙이 그저 한없이 애틋하고 그리웠으며 이제 겨우 9일만 지나면 온전한 내 여자가 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했다.

정숙 역시 자신만의 한 점 붉은 혈의 증거가 이토록 순진한 남자의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들의 결혼 준비는 완벽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회사 차원에서 조촐한 회식이 잡혔지만 정숙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 준비 때문에 참석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직장 동료들도 정숙의 불참을 당연하게 여겼고 영식은 혼자서 회식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내심 아쉽긴 했지만 신부를 위해 양보하는 그 모습이 더욱 기특하고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직원들은 곧 유부남이 될 영식을 놀려대며 맘껏 취하도록 폭탄주를 권해댔고 결국 영식은 완전히 술에 찌들어 인사불성이 된 채 동료들과 헤어져 귀가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영식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낯선 공간에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총무과의 미스 김이 알몸으로 나란히 누워 있었다.

곧게 뻗은 매끈한 두 다리가 눈에 들어왔고 그 위로 검은 숲과 살짝 솟아오른 아랫배가 시야에 걸려들었다.

배꼽을 타고 올라가니 풍만한 글래머 젖가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 채 골아떨어진 미스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화들짝 놀란 영식은 서둘러 미스김을 거칠게 흔들어 깨웠고 그녀는 졸린 눈을 가로뜨더니 영식을 보자마자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이 짐승 같은 인간아!!!"

영식은 영문도 모른 채 머리를 감싸쥐었다. 왜 자신이 정숙을 두고 미스김과 이 야밤에 한 침대에 누워 있는지 도무지 기억의 조각을 맞출 수가 없었다.

"네가 내 몸을 어떻게 책임질 거야!"

"저,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요?"

"네가 술에 취한 척 능청을 떨면서 날 완전히 겁탈했잖아! 그러면서 일주일 후에 나랑 결혼하자며 온갖 감언이설로 꼬셨으면서!"

"안 됩니다! 난 이미 정숙이와 결혼 날짜까지 싹 잡아놨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넌 완벽한 짐승이야. 결혼 날짜까지 떡하니 잡아놓은 놈이 나한테까지 와서 결혼하자고 속여?"


며칠의 시간이 피를 말리듯 흘러갔다.

정숙은 오직 조용한 방 안에서 예식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지 안달이 났다.

마침내 운명의 결혼식 당일이 밝았고 식장 대기실에는 정숙의 절친한 친구들이 먼저 찾아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눈은 어째서인지 토끼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슬픔에 겨워 엉엉 울기 바빴다.

"정숙아... 너 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야?"

"왜 그래, 얼굴들이 왜 이래?"

"영식이라는 그 인간이... 글쎄 총무과 미스김이랑 눈이 맞아 가지고 벌써 폐백까지 다 끝마치고 결혼식을 해버렸대!"

"뭐라고?!"

"지금 저쪽 폐백실에서 웃고 떠들고 있다니까... 너 빨리 가서 직접 확인해 봐!"

정숙의 머릿속에서 청천벽력 같은 비보와 함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 덮쳐왔다.

아무리 내 몸을 더럽히고 한 점 붉은 피의 순결을 바쳤다 한들 그 얄팍한 남자의 변심까지는 결코 속여 넘기지 못했던 것인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만큼 무너져 내리는 허탈감 속에 하얀 웨딩드레스가 그토록 거추장스럽고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

결국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린 정숙을 일으켜 세우려 주변의 수많은 손길들이 다급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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