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함석장이
가난한 함석장이
지난해까지 처마 끝에 집을 짓던 제비가 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찌든 가난 속에 쌀독을 박박 긁으며 악을 바락 지르는 마누라의 타박을 뒤로한 채 하릴없이 대문을 나서 아랫동네 정원 딸린 호화로운 저택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래서 우연히 그곳의 젊은 아주머니로부터 죽은 세퍼트를 산속에 묻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오만원을 손에 쥐게 되며 이를 보신탕집에 팔아넘겨 순식간에 십오만원을 챙기게 되면서 시작된 기묘한 일탈의 서막이 오른다.
매일같이 죽어 나가는 세퍼트를 묻어주고 돈을 챙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 날 밤 호기심에 이층 창틈으로 방 안을 훔쳐보게 되고 거기서 젊은 여자가 사내와 격렬하게 얽혀 뒹구는 은밀하고도 변태적인 정사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며 그날 이후 그녀의 눈빛과 몸짓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 채 며칠 뒤 개들을 위해 깊은 구덩이를 파달라는 여자의 부탁을 받고 집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다 남편이 자기를 의심해 개들에게 약을 먹여 죽이고 언젠간 자신에게도 그럴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며 눈물 흘리는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에 홀려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씻을 수 없는 맹세를 하고 만다.
남편이 개들을 죽인 것처럼 자신마저 죽일지 모른다는 여자의 공포에 사로잡혀 결국 집에서 칼을 챙겨 들고 담을 넘어 그 집 이층으로 잠입해 방 안에서 남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말며 그 모든 과정이 여자의 치밀한 조종 아래 이루어졌음에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 굳게 믿은 채 사내를 직접 파놓은 구덩이에 밀어 넣으려던 바로 그 순간 여자의 배신에 의해 등줄기를 칼로 찔리며 구덩이로 처박히게 된다.
정당방위로 꾸며진 여자의 치밀한 살인 음모 속에 병원에서 깨어나 들은 뉴스를 통해 자신이 완벽하게 이용당했음을 깨닫고 마침내 형사와 함께 병실을 찾아온 여자가 귀에 속삭인 "고마워, 보험 든 게 너무 많았거든"이라는 단 한마디의 진실과 함께 배신감과 절망 속에서 마지막 심장마저 멎어버리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