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불장난 3
지혜의 불장난 3
'99. 1. 5
오후 3시 반쯤, 지루한 퇴근시간을 재고 있는데, 실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 퇴근후 저녁 7시에 대영빌딩 앞 주유소 모퉁이... "
실장님의 목소리가 평소같지 않게 약간 더듬거리는 것 같았다. 정각 7시. 실장님의 소나타EF가 길옆에 와서 선다.
누가 볼세라 얼른 옆자리에 올라 앉았다. 교외로 나가시더니 인천쪽으로 방향을 잡으신다.
어디서 준비하셨 는지 요즘 신세대가 좋아하는 신곡을 틀어놓고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운전 에만 몰두하시고 있다. 옅은 향수냄새도 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퇴근후 언제 갈아입으셨는지 스포티한 캐주얼 차림이다.
나이를 의식하신 차림인 것 같아 속으로 실장님모르게 피식 웃었다. 송도 어딘가 횟집에 들어가 싱싱한 생선회를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 반주로 시킨 맥주를 권했지만 잔만 받고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긴장이 되어서인지 술 생각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2,000cc까지는 꺼떡없는데....
저녁을 먹고는 먼저 가자고 졸랐다.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불안해서다. 첫 데이트치고는 넘 싱겁게 끝났다. 부서 회식만도 못한... 회식에서라면 실장 님과 부루스라도 추었을텐데.. 후후... 집 앞에서 내리기 전, 흰 봉투를 주 신다. 맘에 드는 선물을 사라며.. 몇 번 사양하다 받아버렸다.
(어때.. 뭐! 내가 잘못한 일도 없잖아...)
집에 와서 펴보니 300,000원이다. 너무 많아 부담이 된다. 내일 돌려드릴까 ... 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데서 돌려 드리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에이! 몰라.... )
'99. 1. 19
정확히 2주만에 실장님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 2차 데이트신청이다. 오늘은 감기기운도 좀 있는데...
하지만, 지난번 넘 싱거운 데이트땜에 미안한 마 음도 들고해서 약속해 버렸다. 정릉쪽 계곡 깊은 곳에 있는 영양탕 집이다. 지난번 여름, 홍보실 M.T때 계곡에서 내가 개고기도 마다않고 잘 먹었던 걸 기억하고 계신 때문인 것 같다.
( 그래도 그렇지! 숙녀와 데이트라면서 하필 보신탕집이라니.. 참! 분위기 하고는... )
께름직하면서도 막상 들어가보니, 겨울철인데도 손님이 적지 않다. 여자손 님도 군데군데 보여 위안이 된다. 둘만 있는 곳으로 갈까 바 신경이 쓰이더 니, 사람이 너무 많아도 혹 아는 사람 만날까 봐 또 눈치가 보인다.
오늘도 저녁먹고는 주변을 한바퀴 드라이브하고는 돌아왔다.
오는 도중에 내 마음 을 떠 보는 것 같은 몇 마디 말씀이 계셨지만, 마음과는 딴 판으로 내가 톡 톡 쏘는 대답이 나가버려 분위기가 썰렁해져 버렸다.
솔직하지 못한 나도 나지만, 실장님도 참 재미없다. 토옹 분위기 잡을줄을 모른다. 집에 와 들 어눕는데 괜히 짜증이 난다.
( 뭘 어쩌라구... 기집애! )
'99. 2. 20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 동안에 실장님이 두 번인가 내가 근무하는 기획실 에 들러셨지만, 겉도는 인사만 했을 뿐, 냉담한 눈빛이다.
나도 신경 안 써 는 체 했다. 참! 지난 한달 동안에 전에 나한테 프로포즈했던 미스터L, 미 스터P 두사람이나 미팅을 가져봤는데, 왠지 필링이 안와서 첫 데이트로 끝 내버렸다. 역시 '세이크'와의 추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는 탓일까...
'99. 3. 25
이젠 봄 기운이 완연하다. 아지랑이도 보이고 회사 화단의 봄꽃들도 화사하 게 피었다. 요 며칠사이 일없이 가슴속이 허전하다.
책상서랍을 정리하다 구석에 접혀 있던 양피가죽지갑이 손에 잡힌다.
지난 번 2차데이트를 마치 고 헤어지면서 실장님께서 선물로 준 건데 깜빡 잊고 있었다. 갑자기 실장 님이 보고 싶다. 충동적으로 수화기를 잡았다.
" 따르르릉! 따르르릉! 덜커덕!... "
" 여보세요... 홍보실장 김준환입니다.. "
바로 받으신다.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찡해진다.
" 저예요.. 실장님.. "
" 아! 지혜... "
뒤의 내 이름은 조그맣게 소리를 죽이신다.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 반갑군... 어쩐 일로...? "
" 저... 내일 오후쯤 뵈었으면 해서요... "
" 그래애? 그렇담 만사제치고 시간을 내야지... 하하하... " 시원하게 응하신다.
( 괜히 가슴 졸였네... 내일은 좀 다정하게 대해 드려야지... )
'99. 3. 26 오늘도 인천쪽이다. 가든에서 갈비로 저녁을 먹고나니 9시 30분.. 해안도로 를 따라 조금 더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조금 가다가 실장님이 차를 오른쪽 으로 꺾어시길래 돌아보니 호텔과 나이트클럽, 레스트랑, 노래방 간판이 복 잡하게 번쩍이는 5층 건물앞이다.
행선지도 묻지도 않고, 나도 모르게 "실장님! 거긴 싫어요!" 해 버렸다. " 왜?... 나이트클럽에 가서 남들 노는 구경이나 하면서 소화나 시킬려고 했는데... " 할 수 없이 도로 꺾어 나가신다.
( 요놈의 주둥이... 오늘은 좀 잘해 드리려고 마음먹었는데두... )
조금 더 해안도로를 달리니 밤이지만 낯익은 풍경이 나온다. 언젠가 '세이 크'랑 뜨거운 데이트를 한 코-스다.
" 실장님.. "
" 음?.. "
" 이 길로 조금 더 가면 바닷가로 나가는 샛길이 있어요... 그리로 가요... "
" 그래... 알았어... "
'세이크'랑 포옹도 하고 처음 키스도 했던 장소까지 왔다. 포장도로에서 바 다 갯펄 쪽으로 50m 정도 내려온 솔밭 끝자락 오목한 공지이다.
실장님은 차를 파킹시키고는 창문을 열고 맛있게 담배를 피우신다. 희미하게 검은 바 다가 보이고, 적막속에 파도소리만 '처얼썩!' '처얼썩!' 일정한 리듬을 타 고 울려 온다.
" 실장님! "
" 응? "
" 이거 받으세요.. "
나는 준비한 남성용 로션셋트를 드렸다.
" 어? 이게 뭐지? "
" 그냥요... 실장님이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잖아요... "
" 하하.. 이거.. 지혜한테 선물을 다 받다니.. 너무 황홀한데... "
" 쪼-옥!! "
순간적으로 몸을 돌린 실장님이 내 왼쪽 볼에 뽀뽀를 해버렸다.
" 어마마! 왜 이러세요? 안돼요! "
난 볼에 한 키스임에도 무의식적으로 과잉반응을 보여버렸다.
" 허허! 입술에라도 키스했으면, 큰일날 뻔 했네... 허허... "
" 아이 참! 실장님도... 자꾸 그런 말 하심 싫어요.. "
" ...... "
" ...... "
" 지혜! "
" 네에? "
" 눈 감아 봐... "
" 왜 그러시는데요? "
" 글쎄.. 눈 감아 봐... 날 믿고... "
할 수 없이 난 두 눈을 감았다. 조금 있으니 실장님의 숨소리가 가까이 오 는 것이 느껴진다.
( 어쩌나... 떠 버릴까... )
망설이는 중에 눈등에 따뜻하고 촉촉한 감촉이 닿아 왔다. 눈등인데도 이상 하게 짜릿하다.
( 이 정도라면 참지 뭐... )
그런데... 양쪽 눈두덩을 번갈아 조심스럽게 접촉하던 실장님의 입술이 잠 시 떨어지면서 한 팔이 나의 어깨를 두르고 한 손은 나의 뒷머리 부분에 닿 는다.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는 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늦 었다. 실장님의 두툼한 입술이 나의 입술을 덮고 만 것이다.
" 으읍!!... 안돼요!! 비켜주세요... 싫단 말예요!! "
얼굴을 모로 도리질을 치면서 워낙 강하게 반발하였더니, 혀로 나의 앙다문 이빨마져 열려던 실장님이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원 래 자세로 돌아 간다. 또 담배를 꺼내 피우신다.
(남자들은 참 편리하다. 어색할 때, 담배로 얼버무릴 수도 있고..)
한 모금을 맛있게 빨아들이시더니, 앞을 향한채로 툭! 한마디 던진다.
" 그렇게 내가 싫은 걸 여기까지 왜 따라왔니? "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약간은 미안하기도 해서 가만히 있자, 차 밖 으로 나가신다.
( 내가 너무 한건가? 그럼 어쩌란 말이야? 아빠같은 사람하구.. )
조금 후 실장님이 다시 들어오신다. 시동을 걸려는 듯, 차 열쇠를 더듬으셨 다.
" 실장님.. "
" ...... "
" 가시게요? "
순간, 실장님의 상체가 내 쪽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의자가 뒤로 젖 혀지면서 누운채 포옹하는 자세가 되어 버렸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아까 처럼 완강하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렇게 포옹한 자세로 잠 시 있던 실장님이 천천히 나의 입술위로 입술을 포개 왔다. 입술이 나이답 지 않게 촉촉하고 부드럽다.
내가 가만히 있자, 혀가 입속으로 밀고 들어온 다. 이빨을 다물고 버텼지만, 집요하게 파고 드는 바람에 그만 입을 벌리고 말았다. 실장님의 혀가 나의 입천장을 핥더니 나의 혀를 뱅글뱅글 감아 온 다. '세이크' 랑 헤어진 후 상당히 오랫동안 잊었던 감미로움이 서서히 온 몸을 휘감아 왔다.
( 아! 이래서는 안되는데.. )
이성과 감정이 교차하면서 어쩔줄 몰라 하는데, 어느 사이 실장님의 손이 가슴을 더듬어 왔다. 조끼와 브라우스, 런닝까지 한꺼번에 젖히고 브라밑으 로 단숨에 파고 든다. 이번에는 나도 더 못참고 파고드는 팔을 잡고 사정을 했다. " 실장님! 제발... 더 이상은 안 돼요... 저.. 그런 계집애 아니란 말예요 ... "
하지만, 아까처럼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하게 포옹하면서 기어이 한 손이 나의 왼쪽 젖가슴 맨살위로 파고 들더니 봉긋한 부분 전체 를 손바닥으로 감싸 안으신다. 서늘하면서 저릿하고... 묘한 기분이다.
( '세이크'랑 깊게 사귀었다는 말, 괜히 해 가지고... 에이.. 몰라.. )
나는 또 포기해 버렸다. 실장님은 한 편으로는 입술로 나의 눈두덩과 입술, 그리고 귓밥까지 핥으시면서 손으로는 나의 양쪽 젖가슴을 부드럽게 번갈아 주무르신다.
간혹 귓밥을 깨물거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비틀 때는 나도 모르게 실장님의 등뒤로 안은 팔을 끌어당기고는 했다. 아마 얕은 신음소리 도 흘렸지 싶다.
" 아! 실장님... 이제 그만... 그만 해요.... "
'세이크'와의 정사때에도 이런 자상하고 부드러운 애무는 받아보지 못했던 나는 마치 환각제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이 되어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몰래 어느 새 열었는지...
청바지의 지퍼까지 통 과한 실장님의 한손이 팬티안으로 꼬물거리며 들어오려 하지 않는가...
이 번에는 진짜 화를 내며 팔을 꼬집으면서 완강한 반항을 했다.
" 실장님! 안 돼요.. 그 것만은 정말 안 되어요.. "
" ...... "
" 제발! 손 좀 빼주세요.. 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