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의 버스 4
그 저녁의 버스 4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 남짓. 나는 고속버스가 톨게이트의 환한 영역을 벗어나자마자 그녀가 잠이 들었는지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셔츠 속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녀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어떡해야 할까? 차라도 한잔 마시자고 해볼까?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해볼까? 내 머릿속도 그녀의 셔츠 속에 있는 내 왼손만큼이나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내 자취방은 너무 비좁고 지저분해 도저히 그녀를 데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잠시 후 버스에서 나오는 도착 안내방송에 따라, 나와 그녀는 자세를 추스렸고 환하게 불밝힌 고속버스는 이내 강남 터미널에 도착했다. 마지막에는 어쩌면 브래지어를 젖가슴 위로 젖혀 밀어둔 채 손만 빼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옷을 추스리고 짐을 정리해서 버스를 내렸다.
그녀에 앞서 버스를 내린 나는, 뒤따라 내린 그녀를 몇걸음 쫓아가며 짐을 들어드리겠다는 둥, 어떻게 가시냐는 둥의 말을 걸어봤지만, 너무 늦은 시간 때문이었을까, 왠지 겁먹은 듯한 그녀의 선한 눈망울에 더 이상의 친한 척을 포기하고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와 함께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까지이다, 내 서른 몇 해 살아오며 겪었다는 가장 야릇하고 짜릿했던 경험담은. 어쩌면 어설픔과 아쉬움이 크기에 더 아름다워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무언가가 지독히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해야할 시간, 누구의 글 엔딩부를 좀 어설프게 흉내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여러분이 버스를 탔을 때 옆자리에 청순하고 선량하게 생긴 고운 아가씨가 살결 마냥 하얀 옷을 입고 앉아있다면, 그녀가 이쁘게 웃기만하고 아주 조용하다면, 여러분은 그녀가 누군지 알아채시라.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고 내게 메일을 보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