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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의 버스 2

주소야 (14.♡.80.83) 7 67 0 0 2025.07.14

그 저녁의 버스 2

 

시작은 팔이었다. 내 오른팔 위로 왼팔을 깊숙히 팔짱 끼워 내 오른팔과 맞닿은 그녀의 왼팔에 내 왼손가락 두어개를 살짝 얹었다.

 

팔꿈치와 어깨 사이 그 보드라운 살결이 얇은 셔츠 한장을 사이에 두고 내 손끝에 느껴졌다.

 

팔에 걸치고 다니던 잠바가 큰 도움이 됐다. 아무도 우리 자리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혹시 누군가 쳐다본다고 해도, 이제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버스안의 풍경과 손끝을 덮은 잠바로 인해 내 행동을 알아챌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손을 조금 더 전진시키자 팔의 안쪽 더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졌다. 손가락에 슬쩍 힘을 줘 본 뒤 행여 그녀가 깰새라 황급히 손을 후퇴시켜 태연한 척 그녀의 동태를 살폈다. 내 가슴은 많이 뛰고 있었고 그녀는 잠잠했다.

 

 

 

조용하지만 깊은 숨을 내쉰 후 나는 다시 깊은 팔짱을 꼈다. 그리고 지체없이 팔의 안쪽 더 보드라운 살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슬쩍 손끝에 힘을 준 채 가만히 있어봤다. 손끝과는 상관없는 다리가 떨려왔다.

 

버스의 흔들림을 따라 그녀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굽어진 손가락의 손톱에 그녀의 가슴 언저리 딱딱한 무엇이 느껴졌다. 조심조심 손가락을 펴자 그 딱딱한 무엇이 이제 내 손끝에 느껴졌다. 심장은 미친듯이 박동하고, 아마 나도 거의 미쳐가고 있었을 게다. 아주 살짝 손끝에 힘을 줘 본 뒤 다시 잽싸게 후퇴시켰다.

 

 

 

반대편 창으로 내다보이는 먼 하늘만 겨우 희뿌열뿐 인제 버스 안은 거의 한밤중과 다름없었다. 숨을 고르고 자세를 가다듬고 잠바를 잘 편 뒤 나는 다시 깊은 팔짱을 꼈다.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그녀쪽으로 몸을 슬쩍 틀었더니, 팔을 곧게 뻗고 몸만 조금 기울인다면 그녀의 반대편 가슴 위 까지도 손이 닿을 수 있을 만큼 그녀와 나는 가까워져 있었다.

 

잠바로 가린 내 왼손가락 세개가 그녀의 왼쪽 가슴 브래지어 위에 닿았다. 잠시 그냥 가만히 있다가 손가락에 살짝 힘을 보탰다. 힘을 준 상태에서 세 손가락을 아주 조금씩 움직여 보았다.

 

얼핏 그녀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고 생각되었다. 천천히 손을 떼고 자는 척 곁눈질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떴다.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에어컨의 송풍구를 개방시켰다.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득 많이 더웠다.

 

나도 깬 척 자세와 잠바를 정비했다. 다시 그녀가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1분이나 지났을까? 미동도 없이 곱게 자던 아까와는 달리 그녀의 고개가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깊이 팔짱 끼워진 왼손을 그녀의 왼가슴 위로 전진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 위에 착륙한 세개의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는 순간, 그때 였다. 한번 크게 꾸벅했던 그녀의 고개가 내 오른 어깨위에 얹혀진 건.

 

 

 

팔짱을 풀었다. 머릿속이 하얬다. 정신없는 중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상황은 둘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가 아주 깊이 잠들었거나, 그녀가 이 상황을 알며 즐기고 있거나…… 그리고 둘 중 어느 상황이더라도 나는 좀 더 편안하게 그녀를 만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깊은 숨을 한번 쉬고나니 가슴의 쿵쾅거림도 다리의 떨림도 많이 잠잠해졌다. 아까와 달리 내 오른팔 아래로 왼팔을 팔짱 끼워 손바닥 전체를 그녀의 가슴 위에 살포시 얹었다.

 

역시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왼손 전체에 슬그머니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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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맛있어 1.♡.15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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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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