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운명의 로고
구멍 뚫린 운명의 로고
현 팀장이 따뜻한 커피 잔을 조심스럽게 내 앞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선배, 나 요즘 일이 정말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미치겠어.’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힘들어 보이니?’
현 팀장은 대학 후배이자 뛰어난 커리어우먼으로, 다른 팀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여자였다. 그녀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새로 맡은 회사가 유난히 깐깐하고 예민해서 그래. 게다가 선배도 알다시피 나 그이랑 요즘 사이가 영 좋지 않아. 머릿속이 온통 복잡하게 뒤엉켜서 도무지 집중이 안 돼.’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가정생활이 평온한 이는 정말 드물었다. 나 역시 아내와 이혼한 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재혼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부모님은 재혼하라고 잔소리를 퍼부으셨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무거운 회색빛이었다. 섹스가 그리울 때는 스포츠 마사지숍에서 음란한 손길로 몸을 맡기거나, 단란주점에서 적당한 여자를 골라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그나마 이 주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야?’
‘그냥 머릿속이 엉망이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 이번 프로젝트는 좀 쉬고 싶을 정도야.’
‘계약 단계까지는 진행된 거야?’
‘아니, 거기까지 갔으면 이렇게 말도 안 했을 거야. 회사 프로필이랑 재무제표만 받아 온 상태인데, 프레젠테이션 준비조차 못 했어. 선배가 대신 좀 맡아주면 안 될까? 나 숨 좀 돌릴 동안만…’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자료 넘겨. 프레젠테이션은 언제야?’
여자의 몸으로 결혼까지 한 채 이 치열한 업계에서 버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직장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불공평한 시선과 압박은 정말로 많았다. 남자들은 그저 씨를 뿌릴 뿐이지만, 여자들은 열 달 동안 아이를 품고 출산의 고통까지 견뎌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 후에도 가사 분담을 한다 해도 결국 여자에게 돌아오는 짐은 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일을 기꺼이 떠맡았다. 한 보따리나 되는 자료를 우리 팀 방으로 옮기던 그녀가 나에게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지었다.
‘선배, 정말 고마워. 계약 성사되면 내가 제대로 한턱 쏠게. 외로운 이혼남 선배, 내가 구제해 줄게.’
‘으이그, 이 후배가!’
나는 장난스럽게 주먹을 내저으며 웃었다. 의뢰 기일은 정말 촉박했다. 나는 바로 팀원들을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갑자기 무슨 회의예요? 메일에도 없었는데…’
‘자자, 조용히 하고 잘 들어. 다른 팀에서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우리 팀으로 떨어졌어. 피할 수 없는 지명수배나 다름없으니 어쩌겠나. 코피 터지고 이빨 빠져도 끝까지 밀어붙여야지.’
‘팀장님, 지금도 일정이 빡빡한데 이런 공습이 떨어지면 진짜 집에서 쫓겨날 판이에요.’
결혼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김 대리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의 신혼생활이 야근과 출장으로 엉망이 되고 있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알았어. 총대는 내가 멨으니까. 현재 한가한 사람이 도와주면 좋겠어. 80%는 내가 할 테니 걱정 말고 손 들어!’
‘팀장님, 80%는 머리 쓰는 일이고 20%는 뼈 빠지게 몸으로 하는 일 아니에요? 너무 완곡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신가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기 선을 분명히 긋고, 조금만 넘으면 바로 으르렁거리는 개인주의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8명 중 3명이 손을 들어줬다. 집에서 쫓겨날 것 같다던 김 대리까지 포함된 게 웃겼다.
회의를 끝내고 나는 다른 사람들을 내보낸 뒤 프로젝트 개요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바로 파워포인트를 열어 작업에 들어갔다. 김 대리가 옆에서 자료를 정리하며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팀장님, 어떻게 메모 하나 없이 바로 작업을 시작하세요?’
‘능력 있는 사람은 플로우차트도 안 그린다는 속설 알지? 그걸 그린다는 건 머릿속이 불확실하다는 뜻이야.’
나는 한국의 빠른 문화에 맞춘 속도와 성취도로 이 일을 해냈다. 그리고 며칠 후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다. 임원들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회장님의 구두 승낙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날, 기획실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그가 소개한 사람은 뜻밖에도 내 전처 윤미라였다. 그녀는 이제 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후속 미팅에서, 불 꺼진 회의실에서 그녀는 충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다리를 벌리고, 손을 뒤로 돌려 기획실장을 만지며 나를 자극했다. 그 광경은 내 가슴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실장의 집무실에서 나는 더 잔인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미라를 탁자에 엎드리게 하고, 그녀의 몸을 마음대로 유린했다. 전처의 노예 같은 모습, 똥구멍까지 내 앞에서 드러내며 쾌락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실장은 웃으며 거래를 제안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반값에 해주면 그녀와 이혼해주겠다고. 나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로젝트를 반값에 마무리하고, 아내와 다시 합쳤다.
하지만 그 회사는 곧 파국을 맞았다. 기획실장이 공금을 횡령해 구속되었고, IMF 여파로 회사 전체가 도산했다. 내가 새로 디자인한 로고에는 은밀한 구멍이 숨어 있었다. 그 구멍은 회사 돈이 새어나가는 하수구처럼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 화려한 로고를 칭찬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
외로운 이혼남의 복수, 전처의 타락, 기업의 몰락, 구멍 뚫린 CI, 복수와 욕망의 로고, 직장 내 권력 게임, 신혼의 피로, 프레젠테이션 유혹, 항문 섹스 장면, 반값 계약 거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