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지하방의 여왕과 노예
신림동 지하방의 여왕과 노예
십 년 전 신림동의 음습하고 축축한 반지하 방에서 자취를 하던 시절, 매번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마다 지독하게 마주치던 옆집 동거 커플의 한량 같은 남자가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며 묘한 연민을 느끼던 사나이의 운명은, 어느 날 밤 계단에 무릎을 파묻고 서럽게 흐느끼던 그녀의 곁에 조용히 앉으면서 완벽하게 뒤틀려버리고야 말았다.
키 168센티미터의 날씬하고 마른 몸매에 커다란 눈망울과 갸름한 턱선, 그리고 입술이 살짝 큰 섹시한 자태를 지닌 그녀는 8년이나 동거한 남친의 바람기와 폭언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사나이는 그녀의 맨발에 칠해진 검정색 페디큐어의 아찔한 유혹에 매료되어 자신 속에 잠재된 은밀하고도 파격적인 노예의 취향을 거침없이 고백했다.
여자의 발을 핥고 그녀의 모든 명령에 절대복종하며 당하는 것에서 극상의 희열을 느끼는 마조히스트라는 사나이의 진지한 고백에 묘한 호기심을 품은 그녀는 이튿날 저녁 사나이의 자취방으로 비밀스럽게 발걸음을 옮겼고, 사나이가 정성스레 준비한 가죽 패들과 매, 케인 같은 스팽킹 도구들을 만지작거리며 낯선 지배자의 권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나이가 가르쳐준 기술을 토대로 새빨갛게 피가 몰린 엉덩이를 향해 무자비하게 가차 없이 매질을 퍼붓던 그녀는, 힘센 남자가 자신의 손길에 움찔거리며 복종하는 모습에서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와 상처받은 자존감을 무섭게 배출하며 완벽한 사디스트 여왕으로 군림하였다.
찰싹- 찰싹- 거리는 매서운 타격음이 가라앉자 그녀는 타고난 여왕처럼 검정 페디큐어가 빛나는 발가락을 사나이의 입안 깊숙이 들이밀며 명령을 내렸고, 다른 발로는 거대하게 팽창한 자지를 사정없이 비벼대며 사나이의 어깨와 머리 위에 발을 올려둔 채 군림의 극치를 즐겼다.
능동적이고 거침없는 그녀의 지배 아래 사나이는 얼굴과 입술 위로 떨어지는 여왕의 침방울을 받아먹으며 황홀경에 도취되었고, 젤을 온몸에 바른 채 발가락 사이로 거칠게 왕복하던 자지는 결국 그녀의 매끄러운 발등 위로 뜨겁고 걸쭉한 정액 다발을 격렬하게 쏟아내며 백기투항을 선언했다.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차후 애널 섹스와 요도 플레이, 겨드랑이 페티시까지 완벽하게 정복하기로 유쾌한 피드백을 나누었지만, 운명은 이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모녀 아니 남녀의 서사를 시샘하듯 남친과의 갑작스러운 화해와 함께 그녀를 시흥으로 가차 없이 이주시켜 버렸다.
그렇게 영원히 끊어진 줄 알았던 인연이 10년이라는 세월의 벽을 깨고 카카오톡으로 기적처럼 닿았을 때, 사나이는 그녀가 결국 그 한량 같은 남자와 파국을 맞이하고 대인공포증과 무너진 자존감 속에서 쓸쓸히 본가로 내려가 서비스직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잔인한 근황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약간의 안면과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건넨 발 칭찬이 여왕의 변태적 각성을 깨웠던 찬란한 기억을 뒤로한 채, 사나이는 신림동 지하방의 어두운 구석에서 자신을 지배했던 검은 페디큐어의 여왕이 언젠가 다시금 당당한 미소를 되찾기를 마음속으로 깊이 기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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