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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형벌의 굴레

주소야 (3.♡.138.168) 7 305 0 0 2026.05.30

뒤바뀐 형벌의 굴레


​카페의 한구석, 아직까지도 그녀는 내 서슬 퍼런 시선 앞에서 하염없이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채 거두지 못한 채 어깨를 가늘게 들먹이고 있었다.

"아직도 그 얄팍한 눈 속에서 흘려보낼 눈물이 그렇게나 많이 남았나 보죠?" 하고 내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비아냥거리자,

그녀는 "그만할게요" 하며 핏기 없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간신히 울음을 삼켜내었다.

"세상이 참 많이도 변하긴 했죠, 당신의 그 꼿꼿하던 입장이 이제는 예전만큼 나를 향해 큰소리를 떵떵 칠 처지가 전혀 못 된다는 거를 말이에요" 하고 심장을 콕콕 찌르자,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며 "알아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저를 보자고 한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에요" 하고 조심스레 읊조렸다.

"그렇게 내 깊은 뜻을 군말 없이 이해해 주시니 여간 고마운 게 아니네요" 하고 목소리를 깔자,

그녀는 눈치를 보며 "그런데, 그 이와는 어떻게 말이라도 미리 맞추어 두신 건지" 하고 조심스레 안부를 물어왔다.


"이 마당에 대체 무슨 구구절절한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이건 단순히 회사의 업무 인수인계 같은 처분이라고 생각하시면 속이 아주 편할 겁니다" 하고 드라이하게 못을 박았다.

더 이상 제 속에는 남편 되시는 그분의 찌꺼기 같은 앙금조차 단 한 톨도 남아있질 않으니,

이 정도의 마지막 호의야 베푸는 것이 마땅하다며 소리쳤다.

그동안 당신 눈을 속여가며 온전히 소유했던, 당신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할 그 남자를 마침내 원래의 자리로 고스란히 돌려보내 드리는데,

제가 이 마당에 하지 못할 짓이 무엇이 있겠냐며 너무 고마워 마라 했다.

그래도 그녀는 감지덕지하다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나 역시 형식적인 목례로 차갑게 답했다.


예전 같으면 부정한 년이라며 집구석으로 쳐들어와 거울을 박살 내고 난장판을 피웠을 본처와 첩의 해괴망측한 관계였다.

나는 부인이 버젓이 살아있는 남의 남편과 무려 5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깊고도 은밀한 성적 관계를 질척하게 유지해 왔다.

그 사이에 나는 신파극의 여주인공처럼 억지를 부리며 아이를 갖겠다고 떼를 써보기도 했고,

세상에 우리 둘의 더러운 불륜을 까발리겠다고 협박도 해보았다.

허구한 날 그 남자의 단단한 좆대가리를 입에 물고 늘어지며 이혼을 가혹하게 강요해 보기도 했다.

방금 내 입으로 그 어떤 앙금도 남지 않았다고 뱉은 말은 온통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다.


사실 유부남과 그렇고 그런 파국적인 관계를 이어온 것은, 이제껏 지내온 내 비참한 삶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는 강한 파괴적 욕구 때문이었다.

이 남자 저 남자의 밑바닥을 전전하며 밑도 끝도 없이 반복되는 추잡한 섹스와,

그에 연유하여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돈줄의 달콤한 유혹 속에서 우선은 마음이 편했다.

오직 한 남자만을 상대한다는 그 기만적인 여유로움이 좋았으나,

그것이 나의 자유분방한 삶을 송두리째 도려내야 하는 대수술을 요한다는 것을 시작할 당시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스스로를 미련한 년이라 자책하며, 그 남자만을 대하면서 주변의 인간관계를 가차 없이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내 스스로가 거대한 감옥 속에 고립되어 간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온통 내 세상은 그 남자의 숨결로만 이어졌고, 흡사 내가 그를 온전히 소유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시간들은 온통 멍청한 짓이었다.

"남편분께는 오늘 만난 걸 절대 입 뻥긋하지 마세요, 난 오늘 당장 이 도시를 영영 떠날 계획이니까요" 하고 단호하게 뱉었다.

짐도 이미 다 옮겨두었고 사모님을 뵙고 이 가방을 전해드리는 것 외에는 더 이상 전해줄 흔적도 없다 말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가당치 않은 거짓말이었으니, 난 지금이라도 당장 그 남자를 한입에 삼켜 말아잡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그 사람의 등 뒤에 숨어 아내라는 법적 위치보다 훨씬 더 극명하고 은밀한 사실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난 결코 수면 위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였지만, 그이가 숨 쉬는 공간의 구석구석까지 머릿속으로 모두 들어서 훤히 알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이가 유난히 집착하던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그녀와 같이 지내는 집안의 상세한 구조며 화장대 내부를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녀가 요일마다 어떤 색깔의 팬티를 입는가 하는 추잡한 것까지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난 어쩌면 그녀라는 존재를 단숨에 피폐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마스터키를 쥐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이가 아내와 마지못해 나누는 섹스의 가련한 타이밍도 알고 있었고,

얼마간 삽입을 유지하고 어떻게 재미없이 사정을 하는지도 난 눈을 감고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럼 이제 영영 그이의 곁에서 완전히 사라져 주시는 건가요?" 하고 묻는 그녀의 눈가에 안도의 눈빛이 번졌다.

그래, 얼마나 가슴 졸이며 불안해했을까, 도저히 자신의 유약한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치명적인 매력에 휘청대던 남편을 바로잡을 길은 전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난 그래서 이 치욕스러운 만남을 이른바 물건 인수인계라고 격하시키며, 철저하게 드라이한 비즈니스로 꾸며 버렸다.

그 짧은 사이에 나는 그이와의 완전한 이별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알게 모르게 신변 정리의 수순을 착착 밟아나갔다.

그이가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해 괴로워할 것이라는 소리도 전부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그 남자는 내가 더 이상 관계의 제도적 상승이나 이혼을 요구하며 닦달하지 않음을 속으로 감사히 여겼다.

그저 매일의 일상에서 배덕하게 이루어지는 섹스의 자극적인 깊이에 눈이 먼 단순 세포의 패턴을 택했을 따름이니까 말이다.

남자들의 가련한 단순함은 섹스가 끝난 직후 내가 던지는 질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곤 했다.

"민우 씨, 앞으로 우린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냥 평생 이렇게 숨어서 섹스만 하고 사는 거야? 정말 그거야?" 하고 물으면,

그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미래 얘기는 질색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다고 나를 길거리의 천박한 창녀 취급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아내 취급을 해주는 것도 결코 아니었다.


"당신은 이런 음란하고 질척한 식으로 집에서도 와이프랑 섹스하고 그래?" 하고 은근히 떠보면,

그는 "어림없는 소리! 될 법이나 한 소린가? 교육자 집안에서 고결하게 자랐다고는 하는데, 하긴 섹스 교육은 전혀 못 받았는지 뭘 통 모르더라니깐" 하고 혀를 찼다.

그런 걸 가르쳐주는 곳은 세상에 없는 모양이라며 그러니까 내가 이 혜원이의 쫀득한 맛을 못 끊는 거라고 주절거렸다.

그는 평소 잔머리를 굴리는 데 아주 이골이 난 야비한 인물이었다.

맨 처음이야 그의 그런 능청스러운 태도를 뛰어난 순발력이라 칭찬하며 어쩜 그 주둥이에서 거짓말이 술술 나오냐고 우스개로 받아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딴 남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치졸하고 이기적인 욕망덩어리의 보통 사내였다.


하루는 침대 위에서 "오늘 제발 가지 마" 하고 매달려 보았더니,

그는 "또 그런다, 이런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이야? 다시 만날 때까지 적적함도 느껴야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좋은 거지" 하며 나를 달랬다.

이 나이에 불타는 연애 감정으로 이럭저럭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나도 집에서 쉽기만 한 줄 아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마지못해 치르는 의무 방어전이라고 해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라 내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요즈음 남 몰래 약을 먹는다고 고백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먹는다며 마누라와 너 둘 다 만족시키려니 오죽하겠냐 징징댔다.

"약까지 처먹어가며 기를 써야 좋을 것 같으면 이 지겨운 짓은 해서 뭐 하게? 그냥 깔끔하게 접으시지?" 하고 쏘아붙였다.


그는 "노동과 쾌락은 비록 같은 힘이 들어도 뇌가 느끼는 기분이 전혀 다르다는 거 몰라? 넌 내게 무한한 말초적 즐거움을 주잖아" 하고 변명했다.

난 또 그 힘으로 집사람에게 관계의 돈독함과 신뢰를 주입하는 거라며 그게 우리 삼각관계를 지탱해 주는 거름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언제나 기름칠한 듯 번지르르한 입공천이었다.

난 그 더러운 이바구를 내 앞에 앉아 있는 가련한 아내라는 인물에게 하나하나 폭로해 주고 싶었지만,

5년이라는 긴 세월의 가식적인 조각들을 한 번에 묶어서 표현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녀가 조심스레 "제가… 용서가… 되세요?" 하고 물어왔다.

난 "그럼 어쩌겠어요? 지키지 못한 제 책임도 없진 않죠" 하고 가식적으로 대꾸했다.

그건 정말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결혼식 전날 밤조차 내 침대 위에서 나와 살을 섞으며 지냈다는 추악한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눈치다.

그저 뒤늦게 그렇고 그런 흔한 바람에 빠져 있던 남편을 이제야 겨우 돌려받는다고만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 남자는 결혼 전날 나와의 격렬한 섹스 도중,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는 돌출 행동을 처음으로 선보였었다.

난 그 모습에 한없는 연민과 서글픔을 느껴 이런 죄악 같은 관계일지라도 그를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지고지순한 망상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은 법적 아내인 그녀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돌부처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토록 남편의 속내를 까맣게 모르고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는 나만의 독한 한탄 때문이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그이를 끊임없이 들볶으면서, 내가 저 무지한 아내의 위치를 당당히 차지하기만 한다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내 정당성을 강력하게 강요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번번이 숨통을 막아버리는 그의 잔인한 폭언뿐이었다.

"혜원이 너 정신 똑바로 차려! 나 당장 내일부터 이 집구석에 발 끊을 수도 있어, 알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 또다시 옛날처럼 이 놈 저 놈 밑에 기어들어가 비위 맞추어 가며 그렇게 더럽게 살아볼 테냐며 그게 좋냐고 윽박질렀다.

아닌 막말로 나 너랑 결혼을 약속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본가와 이혼해야 되겠다고 결심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네가 무슨 대단한 권리로 나를 들볶냐 이 말이라며 이 생활이 좆같고 싫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라고, 깨끗이 끝내주겠다고 협박했다.


이를테면 난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른바 돈으로 매수된 고급 창녀의 수준이 바로 나라는 존재의 본질이었다.

난 내 뜨거운 보지를 아낌없이 내주고, 그는 나에게 물질적인 생활의 안락함을 선사하고, 난 그 더러운 새장 안에서 그의 말처럼 무조건 행복해야만 했다.

이름만 대면 대중들이 누구라도 대번에 알 수 있는 그의 사회적 지위에 똥칠을 해서도 안 되었다.

언제나 쥐새끼처럼 남의 눈을 피해 다녀야 하는 것을 기본 계율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대단한 지론이었다.

여자로서 바라는 아주 작은 소박한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공공적인 장소인 백화점이나 식당, 극장 같은 곳을 연인처럼 같이 다니면서 느끼는 푸근함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추호도 용납하지 못했다.


나는 나 자신을 가리켜 낮을 잃어버린 흡혈귀라고 비하하며 부르던 비참한 때가 있었다.

그는 그 처절한 표현 속에 교묘하게 가리어진 나의 피맺힌 불만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끝내 모른 척 내색하지 않았다.

햇빛을 필사적으로 피해 다니고, 밤이면 혹은 대낮에도 혹여 지나가는 누군가가 볼세라 커튼을 겹겹이 쳐댔다.

오로지 눅눅한 침대 위에서 변태적인 섹스에만 열중하고, 그이가 뿜어내는 정액만을 받아 마시기 위해 온 열정을 다하는 그런 괴물 같은 인간이었다.

진짜 핏물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난 그런 추악한 부류로 나 자신을 비하해 가면서까지 나의 썩어 들어가는 속사정을 그이에게 필사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럼 앞으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실 건지…" 하고 그녀는 내 비참한 앞날을 걱정했다.

그녀는 참으로 괜한 위선적인 걱정을 사서 하고 있었다.

이제껏 나를 독점하기 위해 그이가 뒤로 쏟아부은 물질적 배려를 단 한 치도 알지 못하면서,

어디서 감히 너그럽게 선심을 쓰고 있으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만일 그이가 자신의 아내에게 사준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보석, 똑같은 수입 란제리, 똑같은 크기의 딜도,

똑같이 천박하고 야한 속옷을 나에게도 쌍둥이처럼 사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해도 저런 멍청한 질문이 나올까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 남자는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듯 습관적으로 두 개를 사고, 습관적으로 내 침대 위로 던져 주었다.

다만 그녀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써야 할 줄을 전혀 몰랐고, 나는 온몸으로 그 사용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난 문득 예전에 읽었던 어느 외설적인 소설의 강렬한 첫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비참하게 죽어간 여주인공의 화려한 욕실에서 사람들이 발견한 소름 끼치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여러 남자의 다양한 이니셜이 빽빽하게 새겨진 칫솔 무더기였다.

누구나 그 음탕한 욕실에 들어서서 자신의 칫솔로 이빨을 닦으면서도, 굳이 외면해야 했던 다른 사내들의 질척한 흔적들이었다.

난 그와의 완전한 이별을 생각하면서 그 소설 속 주인공처럼, 또 다른 육체의 둥지를 틀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지나온 5년 동안 사슬처럼 나를 옥죄고 고립시켰던 내 주위의 모든 사슬을 끊어내는 대대적인 복구공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다시 또 이어질 구역질 나는 화류의 생활 속에서, 난 또다시 사내들의 칫솔 종류를 악착같이 모아야 하는 더러운 생활을 기억해 내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결심을 단번에 하게 되셨어요? 결코 쉽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그녀가 다가왔다.

"난 이제 그 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이거면 당신에게 충분한 이유가 될까요?" 하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것 또한 새빨간 거짓말의 파편이었다. 난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이의 단단한 품을 잊지 못해 살 떨려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가 내 귀를 간지럽히며 벌였던 그 수많은 달콤한 밀어와 엽기적인 행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와 온전하게 긴 밤을 함께 지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가정과 직장 사이의 틈새 시간을 가차 없이 메우는 그런 간헐적인 타이밍과,

단편 에로 영화 같은 짤막한 기억의 저급한 편린들뿐이었다.


그렇지만 난 그 더러운 시간 안에서 내 육체를 갈아 넣으며 최선을 다했고, 그의 정서적 상처를 보듬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이는 그것을 고결한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를 철저히 거부했고, 그 어떤 신성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오직 그것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미련하게 믿어왔다.

나를 향한 끝없는 파괴적인 자기최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를 거부당한 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새의 마지막 파닥거리는 처절한 날갯짓일지언정 나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사랑이 분명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고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과연 그럴까요?" 하고 내가 받아치자,

그녀는 "그건 단순한 육체적 섹스 이상의 의미로 저는 믿어왔으니까요" 하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사실 오늘 이 은밀한 자리에 그녀를 대담하게 불러낸 것은 본처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아내라는 사회적 선점 위치에서 내 머리채를 휘잡고 까발리며 윽박질러도 모자랄 판국에,

그녀는 첩년인 나의 손짓 하나에 순종적인 개처럼 불려 나왔다.

난 이를테면 천박한 첩이었고 그녀는 고고한 정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서슬 서린 기세 앞에서 제대로 할 말을 고르지 못했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뒤틀려 있었고 싯누렇게 멍들어 있었다.


"시간이 무척 없으시겠지만, 그를 다루는 비법을 알려주신다는 걸 절대 잊지는 않으셨겠죠?" 하고 그녀가 다급하게 물었다.

내 어찌 그 지독한 것들을 단 한 순간인들 잊을 리가 있겠는가.

언제나 그 남자의 변태적인 성욕을 위해서 내 온몸을 도구처럼 준비해야 했고,

시간이 갈수록 기괴한 현실감을 더해간 나의 가학적 역할에 대한 그 수많은 음란한 기억들을 말이다.

내가 그와의 관계를 끝내 끊어내지 못했던 두 번째 진짜 이유는, 바로 정상적인 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린 나의 뒤틀린 성적 습성 때문이었다.

난 처음부터 섹스에 대한 개념을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 격렬한 흥분과 살을 태우는 듯한 작열감이라고 믿어왔다.


그이를 만나 나는 사랑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이렇게 정열적으로 가학적인 섹스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는 신기한 마력에 사로잡혔다.

내가 이제껏 갖고 있던 성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과 타성을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 사실이었다.

어떤 때는 직접적인 삽입도 전혀 없이, 어떤 때는 그이의 손끝 하나 내 살결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는 오직 공포와 제압이라는 오르가즘으로 침대 위를 뱀처럼 구르며 몸부림쳐 보기도 했다.

그이가 없는 그 길고 긴 고독한 시간 동안, 오직 그이에 대한 음란한 생각만으로 씹물이 가랑이 사이로 질질 흘러 내려 며칠 동안 밥 한 술 뜨지 못했던 적도 허다했다.


그를 향한 모든 생각의 종착지는 결국 가학적인 섹스였고, 그를 향한 나의 모든 신경 감각은 섹스라는 화두 속에서 미친 듯이 점멸되어가는 네온사인이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며 그를 사랑해 왔다.

그는 나를 완벽한 마조히스트로 변화시켰고, 나는 그 기괴한 굴레 안에서 기뻐 날뛰며 환호하곤 했다.

그건 그냥 사내놈들이 싸구려 여관방에서 쑤셔 박고 핥아대는 일차원적인 섹스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가학과 피학이라는 다양한 함수가 복잡하게 존재하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취약한 감정을 사정없이 건드리는 도화선 심지 같았다.

일단 불이 붙어 타 들어가기 시작하면 내 힘으로는 도저히 걷잡을 수 없었다.

어떤 때는 섹스의 충격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그이가 옷을 주워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침대 위에서 온전한 혼절 상태로 몇 시간 동안이나 정신을 못 차리는 때도 많았다.

"결코 쉽지는 않아요, 그렇게 남편을 완벽하게 제압하기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억지로 흉내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이 절대 아니거든요" 하고 내뱉었다.


내 이 무시무시한 말은 100% 진실이었다. 그건 정말 억지로 시늉만 해서 되는 경지가 아니었다.

그이는 언제나 내가 선보이는 가학적인 역할의 완벽한 충실함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었다.

그 천박한 칭찬은 나에게 가장 달콤한 비료가 되어, 그를 향한 나의 음란하고 기괴한 사고방식은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라났다.

급기야 나는 그가 원하는 모든 변태적인 환상의 실체 그 자체가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더 이상 보여줄 가학의 끝이 없다는 절망적인 믿음이 오면서부터 내 육체는 조금씩 시들해졌고,

아니 시들해졌다기보다는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표현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


더 이상 그이가 원하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는 나의 매너리즘이 나를 미치도록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그의 영원한 본가 귀가를 내가 먼저 선수 쳐 결심하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생각을 했다.

"여기 카페에서는 더 이상 구체적인 물건들을 보여주며 이야기하기가 좀 곤란하네요, 짐이 빠져나가 어지럽기는 해도 당장 저희 집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하고 제안했다.

차 안에서도 그녀는 약을 먹은 사람처럼 묵묵부답 말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 무척이나 큰 정신적 충격을 예상했던지 자신의 차를 본가에 두고 일부러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


아마도 내 폭로를 들으면 다리가 완전히 풀려 버리거나 심정이 갈기갈기 무너져 내려 도저히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나약한 모습에 비해서 아무런 동요도 없이 무덤덤한 나의 뻔뻔함이 소름 끼치도록 창피해지기도 하는 오늘이었다.

도저히 지상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던 본처와 첩의 기괴한 동행이 오늘 마침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빈 공간이 푱푱 울렸다.

"집이 좀 많이 어수선하죠? 오전에 이삿짐 인부들이 싹 쓸고 나가서 그래요, 마실 것도 변변히 대접할 게 없네요" 하자 그녀는 "괜찮아요" 하며 메마른 침을 삼켰다.


난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이기 전, 내 모든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일부러 이사를 완벽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과 내가 사랑을 나누던 잘 갖추어진 은밀한 집안 내부를 직접 둘러보게 되었다면, 그녀가 받을 절망과 피눈물은 더 통렬했을 테니까 말이다.

남편의 거친 손때와 정액이 묻어있을 살림살이들을 직접 제 눈으로 목격한다면 아마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편치 않았을 것이다.

집안은 한겨울 얼음창고처럼 썰렁했고 이삿짐 인부들이 남긴 시커먼 발자국이 여기저기 선명하게 찍혀 있어 난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도 딱히 어디 몸을 기대거나 앉을 만한 곳이 없음으로 해서 어정쩡하게 서 있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텅 빈 쪽방 안으로 들어오세요" 하며 그녀를 인도했다.

이삿짐이 전부 빠져나갔지만 방 한가운데에는 낡고 묵직한 자그마한 가죽 가방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짐이 아직 덜 빠져나간 모양이네요?" 하고 그녀가 묻자,

난 "저 가방은 이제 내 물건이 아니에요, 사모님이 오늘 무조건 내 차에서 내릴 때 가져가셔야 할 그 남자의 유산이에요" 하고 받아쳤다.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더러운 신문지를 깔고 그녀에게도 그 위에 앉기를 권했다.

어차피 사방이 어수선한 풍경이라 그녀도 고결한 척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내가 가방의 지퍼를 지이익 열자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고, 더 이상 다물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5년 동안 쌓이고 쌓였던 남편의 추악하고 변태적인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새로운 도구들이 가득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 여기 벽면을 똑똑히 좀 보세요"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디를 보라는 거죠?" 하고 그녀가 잔뜩 긴장해 물었다.

"여기 시멘트 벽에 흉측하게 보이는 허연 자국 있죠? 이게 이제까지 우리 둘만의 거대한 침대가 바짝 붙어있던 자리에요, 그리고 이 벽에 박힌 두 개의 굵고 단단한 무쇠 고리, 아주 선명하게 보이시죠?" 하고 윽박질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숨을 죽였다.

"그 무쇠 고리가 바로 당신 남편이 열광하던 모든 기괴한 물건들의 위대한 시작이기도 해요" 하고 선언했다.

그와 나와의 배덕한 섹스는 언제나 이 무쇠 고리에 그의 팔을 결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그 남자가 특별히 업자에게 주문해서 시멘트 벽 깊숙이 드릴로 뚫고 단단히 고정시킨 좌우의 쇠고리였다.

저 쇠고리는 밤마다 그 남자를 짐승처럼 단단히 결박하는 가죽 끈이 걸리는 성스러운 자리였다.

그의 두 팔을 더욱 단단히 묶어 조일수록, 더 이상 내 침대 밖으로 도망갈 수 없도록 그를 완벽하게 포기시키는 제압의 시작이 저 고리로부터 이어져 나왔다.


난 이제껏 그 고리에 가죽 끈을 걸어 그의 두 손목을 피가 안 통할 정도로 단단히 묶는 과정 속에서,

집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이대로 말려 죽일까 하는 끊임없는 살인의 유혹 속에 고민해 왔다.

그 튼튼한 매듭은 결코 그 혼자 힘으로는 풀 수 없었다.

그렇게 묶어둔 채로, 밤만 되면 본가로 기어가려는 그 남자를 내 곁에 영원히 박제처럼 묶어둘 수는 없을까 참으로 오랜 시간 고독하게 고민했었고,

그것은 나의 간절하고도 잔인한 바램이기도 했다.

"사내를 이렇게 무력하게 묶어 놓고 대체 무얼 하신 거죠?" 하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그 고리를 통해 남편의 비참한 결박 상태를 필사적으로 상상하려 했지만 교육자 집안의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당신 남편은 제 몸이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 특히 섹스에 미쳐 날뛰는 가학적인 여자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해 목숨을 구걸한다는 그 굴욕적인 사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흥분해 마지않았어요" 라고 폭로했다.

이렇게 두 팔이 가방 안의 질긴 가죽 끈으로 꽁꽁 결박되고 나면,

어떤 때는 직접적인 삽입이나 터치도 없이 오직 제압당했다는 정신적 조임만으로 말미암아 혼자 바지에 정액을 사정하기도 했다며 비웃었다.

그녀는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정말요?" 하고 경악했다.

"당신은 평생 누구에게 짐승처럼 제압당한다는 거, 단 한 번이라도 겪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그건 언젠가 저 여자가 저절로 풀어주겠지 하는 나이브한 믿음이 있을 때에는 공포감이 전혀 수반되지 않죠" 라고 가르쳤다.


다시는 이 세상에서 풀 수 없을 것처럼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매듭을 살을 파고들게 묶어 갈 적마다,

이제 풀기는 완전히 글렀네 하는 절망감과 함께, 이렇게 평생 묶인 채 굶어 죽으면 어쩌지 하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이 엄습하면,

이상하게도 당신 남편은 좆대가리가 터질 듯이 저절로 꺼떡이며 꼿꼿하게 발기하곤 했다며 상세히 묘사했다.

그녀는 충격에 휩싸여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가방 속의 시커먼 가죽 끈타래가 그녀의 시선을 강력하게 붙들고 있음을 난 대번에 알아차렸다.

"사모님은 사내놈을 묶을 줄은 아세요?" 하고 도발적으로 묻자,

그녀는 "아뇨, 그런 것도 따로 배워야 하나요?" 하고 멍청하게 반문했다.


"그럼요, 누군가의 육체를 완벽하게 결박한다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가까워야 해요, 그래야만 상대에게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다는 절대적인 좌절과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요… 그 심리적 압박이 바로 변태 섹스의 핵심 비결이에요, 당신 남편이 그걸 무척 즐겼었죠" 하고 소리쳤다.

난 승리감에 도취해 그 무쇠 고리를 손으로 붙잡고 한참 동안 감회에 젖어 있었다.

그녀가 가방 속을 뒤적거리며 "이 해괴한 건 또 뭐죠?" 하고 물었다.

"그건 조선 시대 여인들이 쓰던 전통 가발이랑 은비녀에요, 방송국 사극 소품실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는 진짜 가발이죠" 라고 답했다.


요즈음 세상에 이런 미친 가발을 쓰고 대낮에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것도 그 남자가 특별히 장인에게 주문 제작해서 나에게 선물한 전유물이라 했다.

제 머리가 쪽을 지을 정도로 길지 않았던 초기에는 저 무거운 가발을 쓰고 섹스를 했었다며,

그렇지만 이제는 보시다시피 내 긴 생머리가 등허리까지 그대로 자라나 장관을 이룬다 했다.

언제나 섹스 직전에는 자연스럽게 땋아 올린 머리를 그 은비녀로 콕 찔러 쪽을 지게 되는데,

그이는 언제나 나에게 그 고전적인 쪽진 머리를 하라고 무릎 꿇고 부탁했다 덧붙였다.

사모님도 지금보다는 머리를 쫌 많이 기르셔야 남편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며 그때까지는 저 가발을 필히 쓰셔야 할 거라고 비아냥거렸다.


"그 흉측한 쪽진 머리 가발이 도대체 섹스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하고 그녀는 물었다.

그녀는 남편의 두 손목이 결박된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이 가고 있는지, 자신의 가녀린 두 손목을 연신 쓰다듬으며 멍하게 물었다.

나는 대화의 맥을 단번에 끊을 수도 있는 그이라는 호칭을 그저 무심코 흘려보내는 그녀의 나약함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이는 언제나 아내가 아닌 조선 시대 여인의 머리 모양을 한 여자에게 지배당하며 섹스하기를 원했어요, 일종의 역할 설정이죠" 라고 설명했다.

그런 기괴한 가학의 모습에서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는 종자였다며 가방 속을 더 뒤적였다.


"참, 여기 저고리도 있어요, 가방 안에 깊숙이 있죠? 네, 바로 그거요, 아랫도리는 털까지 완전히 벌거벗은 채로, 반드시 그 짧은 한복 저고리만을 달랑 입고 젖가슴을 사정없이 덜렁대면서 그이의 결박된 몸 위에서 미친 듯이 엉덩이를 흔들며 몸부림쳐야 자지러지게 좋아했죠… 아주 많이 아주 격렬하게 말이에요" 하고 폭로했다.

난 그 낡은 저고리와 나눈 음란한 추억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많음을 그녀 앞에 당당히 자랑하고 싶었다.

쪽진 머리에 아랫도리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짧은 저고리 아래로 드러난 유선형 유방의 아름다움을 나는 그 남자의 가학적 시선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명품 언더웨어보다도 고혹적이고 음탕한 그 모습에, 그이가 없는 독방의 시간에도 곧잘 나는 그런 차림을 한 채 거울에 비추어 보고 감탄했었으니까 말이다.

그이의 결박된 몸 위에서 보짓구멍을 아래위로 격렬하게 움직거릴 때마다, 까실까실한 한복 저고리의 옷감이 도드라져 돌출된 내 예민한 젖꼭지를 사정없이 건드리는 그 황홀한 촉감은 형언할 수 없었다.

아마도 그는 그런 나의 음란한 촉감을 오래전부터 노련하게 알고 유도했던 것 같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고 덧붙여 주었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저고리를 섹스가 끝날 때까지 끝내 벗지는 않나요?" 하고 물었다.

"네, 절대로 벗으면 안 돼요,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은 그 가방 안에 들어가 있는 시커먼 한복 치마를 침대 위에 반드시 넓게 깔아야만 해요" 하고 당부했다.


"그 거친 한복 치마는 또 왜 까는 거죠?" 하고 그녀가 묻자,

난 "그이가 그 깔깔한 치마의 삼베 같은 감촉이 결박된 제 등줄기를 간질이며 살을 긁는 걸 변태처럼 좋아해서죠" 라고 쏘아붙였다.

그녀는 아까처럼 손목을 매만지듯이 그 한복 치마를 손으로 꽉 붙들고, 자신의 살 떨리는 등을 한 번 스르륵 쓸어보고 있었다.

"그리고요? 또 뭐가 더 있죠?" 하고 그녀의 질문이 이제는 도리어 적극적으로 바뀌어 갔다.

나는 점점 그녀에게 전해줄 비밀의 얘기도, 가방 속의 기괴한 물건도 바닥이 나고 있었고,

그것은 그 남자를 추억할 수 있는 나의 시간적 여유마저 가차 없이 앗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가방 안을 잘 찾아보면 파리채가 몇 개 들어있을 거에요, 그 플라스틱 파리채로 묶여서 바르르 떠는 그이의 허벅지와 좆대를 서서히 때리기 시작하는 거죠" 라고 가르쳤다.

묶여있다고 해서 불쌍하다고 사정을 봐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새것이 몇 개나 들어있으니 아끼지 말라 했다.

그걸로 살을 후려치다가 파리채 부러지기 십상이거든요 하며 그러니 사모님도 언제나 대형마트에서 여분의 파리채를 준비하셔야 할 거라고 괜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럼 이 둥글고 무거운 철물은 뭐죠?" 하고 그녀가 꺼내 들었다.

"그건 주방에서 쓰는 냄비 뚜껑이에요" 하고 대답했다.

"아니, 도대체 왜 섹스를 하는데 주방 냄비 뚜껑을 꺼내 쓰는 거죠?" 하고 그녀가 경악했다.


"원래 그이가 요강 뚜껑을 시장에서 구하라고 난리를 쳤는데, 요즈음 세상에 놋쇠로 된 구식 요강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더라구요, 그래서 비슷한 크기의 주전자 뚜껑이나 냄비 뚜껑을 구해서 대신 썼어요, 용도야 참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하고 꼬리를 흐렸다.

"어디다 어떻게 쓴 거죠?" 하고 그녀가 다그쳤다.

"본격적인 삽입 섹스를 감행하기 바로 전에, 그 뚜껑의 안쪽에다가 제 뜨거운 오줌을 자작하게 받았다가, 식어 마르지 않은 채로 그이의 코와 입 얼굴에 덮어씌워 줘야 하거든요" 라고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그 뚜껑 안에서 아직 식지 않은 채 출렁이는 제 노란 오줌을 핥아 마시기를 무척이나 즐겼다며 조롱했다.


너무 열심히 핥아대거나, 아니면 그이의 위에서 내가 너무 심하게 보지를 들락거리며 허리를 돌리면 얼굴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한 손으로는 언제나 그 뚜껑 손잡이를 꽉 잡고 얼굴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아셨죠?" 하고 묻자, 그녀는 놀란 얼굴로 혀를 조금 빼어 물고는 자신의 입 주변을 핥는 것 같은 기괴한 시늉을 멍하게 따라 했다.

아마도 남편이 내 침실에서 행해온 그 추악한 성적 족적을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짓을 하면서 섹스를 하긴 하나요?" 하고 그녀가 묻자,

난 "그럼요, 단 한 가지 굴욕적인 자세이긴 하지만요" 하고 받아쳤다.


"단 한 가지 자세라뇨?"

"그이가 벽면 무쇠 고리에 두 팔을 벌린 채 가죽 끈으로 꽁꽁 묶여 있으니 어떡하겠어요? 제가 저고리만 입은 채 그이 몸 위에 올라타고 보짓구멍으로 디리 쑤시는 거 말고 더 할 수 있겠냐 말이죠" 하고 쏘아붙였다.

"그냥 그렇게 위에서 쑤시기만 하면 끝인가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질문 아주 날카롭게 잘 하셨어요, 그냥 상하로 보지를 기계처럼 들락이기만 하면 그 남자는 금방 식어버려요, 전후좌우로 보지 속살이 훌렁 뒤집혀 까질 정도로 디리 격렬하게 돌려대야 돼요, 그이는 자궁이 으깨지는 듯한 그 회전 운동을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그러면서…" 하고 뜸을 들였다.

"그러면서 대체 무얼 어쩌죠?" 하고 그녀가 침을 삼켰다.


나는 그 격렬한 삽입의 순간 그 남자의 뺨을 후려치며 어떻게 입으로 거친 욕설과 외침을 외쳐야 하는지를 몇 번이고 소리치며 반복해서 알려 주었다.

그녀는 그 가학적인 언어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해괴한 이야기를 멍한 시선으로 바라다보기만 했다.

가끔은 정신이 나간 듯 고개를 푹 떨구었다가 들었고, 간간이 눈물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에요, 그이가 절정에 달해 사정을 다 끝마치면 가만히 기다려야 해요" 라고 당부했다.

"사정이 끝났는데 무얼 더 기다린다는 거죠?"

"그이의 좆대가리가 사정 후에 스르륵 죽어 꺼지더라도, 내 보지 무게로 단단히 타고 누른 채로 그이의 다음 진짜 마무리를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에요" 라고 가르쳤다.


"마무리라뇨?" 하고 그녀가 묻자,

난 "그이가 묶인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제 보지 안에 박혀 있는 좆대를 통해 뜨거운 오줌을 콸콸 쌀 때까지 꼼짝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것도 사모님이 반드시 받아내셔야 할 거에요, 그 배뇨 행위야말로 그이가 가장 목숨 걸고 좋아하는 환상의 클라이맥스거든요" 라고 폭로의 정점을 찍었다.

"그럼 사방으로 오줌이 다 흐를 텐데…" 하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이의 위에 타고 앉은 자세에서 제 허벅지를 타고 넘쳐 흐르는 그이의 오줌도 오줌이지만, 사정액처럼 보지 깊숙한 안방에서 넘쳐나는 그 뜨끈뜨끈한 변태적인 오줌의 촉감… 사모님은 평생 모르시죠?" 하고 비웃었다.


그 기괴한 배뇨의 느낌은 사내놈의 정액보다 훨씬 더 강렬할 때가 있으니 이번 기회에 집 안방 침대에서 꼭 한번 해보라 권했다.

그리고 그이의 배뇨가 완전히 끝이 나면 얼굴에 덮었던 냄비 뚜껑을 가차 없이 벗겨내야 한다 했다.

그이의 붉어진 얼굴에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침대 위로 우뚝 서서 남자들처럼 소변을 얼굴 향해 쏴아아 쏴줘야 모든 섹스의 마무리가 끝나는 것이라 가르쳤다.

"아시겠죠? 이게 지난 5년간 당신 남편과 내가 나눈 위대한 섹스의 전부 다 에요, 더 이상 숨겨진 것은 없죠" 라고 소리쳤다.

이런 미친 상황까지 오기가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하면 사모님은 믿으시겠냐 물었다.


그이의 더러운 주둥이로 토해낸 추악한 비밀들의 대부분이 바로 이 가학적인 섹스의 과정 속에 낱낱이 숨어 있다며 가방을 밀어 넣었다.

이야기가 이토록 추악한 마무리로 향해 갈수록,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이 오히려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는 소름 끼치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남편의 외도가 별거 아니라는 안도감 때문에 저리 뻔뻔하게 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긴 세월 동안 내가 겪어야 했던 그의 변태적인 가학 섹스에 기어이 나까지 미쳐 동참해서,

탐닉의 시커먼 구렁텅이로 함께 빠져들어 갔음을 저 무지한 본처가 어찌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게 정말 단가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네, 이게 전부 다 에요, 남편을 무사히 본가로 보내드리는 대신 제가 버르장머리 없게도 후임자에게 간곡히 부탁드리는 거에요" 라고 답했다.

만일 이런 그이의 변태적인 요구를 안방 침대에서 충족시켜 주시지 못하면,

그 남자는 제2, 제3의 나 같은 가학적인 창녀를 찾아 평생 방황의 발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자 그녀는 입꼬리를 야릇하게 올리더니 "나쁘진 않네요… 그 정도 수준이면…" 하고 뜻밖의 혼잣말을 뱉었다.

"네? 방금 뭐라 하셨죠? 나쁘진 않다뇨?" 하고 그녀의 대담한 반문이 오히려 나를 엄청나게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저도 처음에 남편의 행태를 보고 대강 무시무시한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는 제가 혜원 씨에게 질문을 몇 가지 던져도 될까요? 혜원 씨는 살아오면서 사람의 더러운 인분을 직접 입으로 먹어 본 적은 있으세요?" 하고 물어왔다.

"네? 방금 인분이라 하셨나요?" 하고 나는 뒤통수를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네, 제가 그이와의 부부 섹스를 철저히 기피하고 도망쳤던 건, 바로 내 친아비가 저에게 아주 어릴 적부터 저질러온 엽기적인 가학 행위 때문이에요" 라고 충격적인 과거를 뱉어냈다.


외로이 홀아비로 늙어가는 고결한 교육자 집안의 외동딸, 겉보기엔 참 그림이 좋은 명문가죠라며 하지만 그 속구멍은 영 딴판으로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했다.

전 이 세상의 모든 남동무들을 혐오한다며 그렇다고 여자를 미치도록 좋아하지도 않는 괴물이 되었다 했다.

이렇게 유별난 괴물 집안에 시집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하며 그래도 남편의 외도 덕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했다.

남편에게 말 못 할 더러운 사연과 더불어 남편의 외도가 오히려 저를 편안하게 해방시키고 있었다면 혜원 씨는 믿으시겠냐며 비웃었다.

"노끈이요? 결박? 자신을 결박한 채 덮치는 친어머니에 대한 정신병적인 설정? 저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진부해요, 그 반대로 제 친아비가 어린 저를 밤마다 그렇게 묶어놓고 덮쳤으니까요" 라고 소리쳤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으로 만난다는 더러운 속담을 이제야 내 눈앞에서 실감하겠다며 조롱했다.

보짓구멍 속에 사정없이 쏘아대는 오줌줄기 따위는 저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아비의 파렴치한 성기 아래서 경험했다 했다.

하지만 요간 뚜껑처럼 고개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두 손으로 머리통을 거머쥔 채,

입속으로 사정없이 쳐들어오는 아비의 뜨거운 인분 덩어리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셨을 거라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게 뭐 바람피우다 남친과 같이 동반 자살로 목숨을 끊은 친엄마에 대한 분풀이라나 뭐라나 하며 시어머니 역시 그 집안의 유명세를 타고 줄창 바람을 피워댄 시아버지를 증오하는 것에서 비롯된 핏줄에 대한 대물림 분풀이였을 거라 했다.

세상 모든 인간들이 다 그렇고 그렇게 썩어 빠진 거죠 뭐 하며 혀를 찼다.


난 머리가 빈 것처럼 할 말을 완전히 잃고 얼어붙어 있었다.

내가 그녀를 가련한 세상 밖으로 해방시켜 준 것이 아니라, 그녀는 이미 저 높은 세상 밖에서 나의 유치하고 천박한 비밀 벽돌 쌓기를 비웃으며 관전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극심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한꺼번에 내 뇌리를 거차 없이 뒤흔들어 놓았다.

"아무튼 고마워요, 그동안 내 대신 개처럼 애써줘서… 난 또 남편 놈이 별다른 대단한 이유로 그렇게 5년씩이나 관계를 깊게 유지한 줄 알고 얼마나 혼자 마음을 졸였던지…" 하며 생긋 웃었다.

정확히 날짜를 말하면 5년하고도 6개월 12일째라며 그이가 당신과 마지막 변태 섹스를 나눈 지난주 월요일이 바로 그날이라 정확한 날짜를 들이밀었다.


"그… 그렇게나 상세히…" 하고 내가 말을 더듬었다.

그녀는 일어서며 "그동안 긴 방학이 끝났다 셈 치죠, 저도 그렇게 저를 농락한 친아비를 죽도록 미워하기도 하지만, 아까 혜원 씨가 말씀하셨던 그 오줌줄기의 강렬한 작열감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도 가끔 있어요" 라고 고백했다.

가죽 끈에 결박당하는 그 아련한 피학의 쾌감, 몸이 기억하는데 그걸 어찌 잊었다면 사람이라 하겠냐며 웃었다.

"전 이제 안방 침대에서 저만의 아비에 대한 설정을 남편에게 가하겠어요, 아마 그이도 내 노련한 손길에 빨리 적응할 거에요, 서로가 원하는 변태적인 설정을 가끔 바꾸어가며 섹스를 해도 참 재미있겠네…" 하며 가방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암튼 그동안 대리 만족 시켜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이거, 그동안 수고한 수고비 단단히 챙겨 넣었어요" 하며 두툼한 흰 봉투를 내 발밑으로 툭 던졌다.

5년 동안 나를 남편의 성욕으로부터 완벽하게 편안하게 쉬게 해 주셔서 특별히 드리는 보너스라며 물꼬는 비록 혜원 씨가 먼저 더럽게 텄지만,

그 남자의 진짜 물길과 영혼은 이제 제가 완벽하게 잡았다 셈 치라 했다. "그럼 이만…" 하고 그녀는 돌아섰다.

그녀가 차가운 방을 걸어 나가 문을 탁 닫았고, 나는 썰렁하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허름한 빈 방안에 덩그러니 서서,

손에 들고 있는 시커먼 수고비 봉투를 얼마나 오랫동안 죽은 듯이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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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유로스타 13.♡.7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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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쟈 4.♡.254.2
ㅎㅎㅎ
바밥 14.♡.2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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